4회 충무로뮤지컬영화게 개막작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게 개막작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올해 4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10일 저녁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지난 2015년 프레 페스티발로 첫 걸음을 뗀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2016년 1회를 시작으로 지난 4년 간 뮤지컬전문영화제로서의 자리를 구축해 왔으나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개막을 앞둔 지난 6월 김홍준 예술감독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4회를 마지막으로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대외적 여건이 좋지 않았고, 내년부터는 뮤지컬영화제라는 이름으로 개최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10일 개막식 개막공연은 마지막 뮤지컬영화제의 아쉬움을 달래듯 브로드웨이 뮤지컬 거장 밥 포시의 대표작 <스위티 채리티> <캬바레> <레니> <올 댓 재즈>의 대표 안무를 재구성한 <올 댓 포시>였다.
 
공연이 끝난 직후에는 서병구 연출 및 안무가가 밥 포시의 안무와 연출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면서 춤 동작을 살짝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면서 서병구 연출가의 즉석 공연이 펼쳐져 박수갈채를 받았다.
 
개막작은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이 시네 라이브로 공연됐다. 김홍준 예술감독은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고 유현목 감독 타계 1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개막작으로 (오발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 초청된 고 유현목 감독의 부인 박근자씨는 무대에 올라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던 작품인데, 이렇게 상영하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라며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뮤지컬영화제는 끝나지만...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선언을 하는 이장호 감독과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윤진호 대표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선언을 하는 이장호 감독과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윤진호 대표 ⓒ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막을 내리지만 그렇다고 영화제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동 조직위원장인 이장호 감독과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센터 윤진호 대표는 개막 선언을 통해 "영화제에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하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영화제를 전환점으로 삼아 영화의 상징 충무로를 중심으로 예술인과 지역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지역 친화적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홍준 예술감독이 밝힌대로 뮤지컬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마지막 행사일 뿐 영화제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홍준 예술감독은 "규모는 지금과 같지만 내년에는 폭이 넓어진다며 뮤지컬전문영화제가 아닌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형태로 영역이 확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김홍준 감독의 3번째 영화 실험이기도 하다. 1997년 부천영화제 초창기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영화청년 김홍준 감독은 이후 2001년 집행위원장에 오르며 부천영화제 성장에 기여했다. 매진된 영화 앞에 발을 동동 구르던 관객들을 위해 입석으로라도 볼 수 있도록 극장 문을 열게 했다는 뒷이야기는 영화제의 원동력인 관객들을 대하는 그의 면모를 알려주는 일화다.
 
하지만 2004년 말 당시 부천시장이 그를 사실상 해임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한국 영화계는 행정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보이콧으로 대응했다. 김 감독은 2005년 부천영화제와 같은 시기에 레알판타스틱영화제를 열어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2007년 충무로국제영화제는 두 번째 실험이었다. 그는 운영위원장 이름으로 첫 회와 다음 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고전 영화를 중심으로 한 충무로영화제의 색깔을 만들어 냈으나 행사 운영을 맡았던 보수원로영화인들이 수십억 예산을 펑펑 쓴 게 드러나면서 결국 2010년 4회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뮤지컬만 집중하지 말고 폭을 넓혀 달라
 
 19일 저녁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을 소개하고 있는 김홍준 예술감독

19일 저녁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식에서 개막작을 소개하고 있는 김홍준 예술감독 ⓒ 성하훈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영화계 내부에서는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중구청장이 예산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면서 개최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 선출된 구청장이 영화제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일부 영화인들의 우려가 있기도 했었다.
 
김홍준 예술감독도 지난해 이후 올해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베를린영화제 출장 계획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이후 구청 측과 이야기가 잘 돼 2월 베를린 출장 일정을 진행했다. 중구청 관계자도 "문화예술에 대한 구청장의 관심이 높은 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영화제에 대해 긍정적 관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계 인사들에 따르면 김홍준 감독과 서양호 중구청장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잘 풀렸고, 일부 오해도 불식됐다고 한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독립적으로 개최되는 행사가 아닌 중구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행사이다 보니, 서울 중구청이 산하기관 등의 예산을 일괄적으로 동결하고 삭감하는 과정에서 영향이 있었던 것이지 영화제 관련 예산만 삭감한 것은 아니었다.
 
중구청 쪽은 영화제가 뮤지컬영화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충무로가 한국 영화계의 중심이다보니 폭을 넓히기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영화제에 대해선 추경 예산을 편성했으나 의회와의 마찰로 통과가 늦어지면서 영화제 운영에는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영화제 측 관계자는 "늦어도 3~4월 중에는 예산이 확정돼야 하는데 6월까지도 예산 확정이 안 됐다"면서 "서울시가 25개 구청의 축제를 평가해 우수한 행사에 지원하는 예산을 중심으로 올해 운영예산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충무로뮤지컬영화제가 서울시의 25개 구청 축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해 지원금을 받게 됐으나 다른 예산에 어려움이 있어 전체 예산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라고 덧붙였다.
 
충무로영화제의 재탄생
 
영화인들은 비록 뮤지컬전문영화제는 사라지지만, 예전의 충무로국제영화제가 김홍준 감독을 중심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보수원로영화인들이 주도했던 이전의 충무로영화제가 운영과정에서 잡음이 생긴 이유는 사실상 김홍준 감독을 배제시키면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전영화를 중심으로 한 방향을 뮤지컬영화제가 이어온 만큼 김홍준 감독이 나설 경우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충무로라는 한국영화역사의 상징성을 잘 살려낼 수 있는 인물인 만큼 이를 위한 김홍준의 꿈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음악영화제가 있어 뮤지컬영화제의 경우 장르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역할을 넘기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과정에서 뮤지컬영화를 포함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0일 저녁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4회 충무로뮤지컬개막식에 평상복 차람으로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는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10일 저녁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4회 충무로뮤지컬개막식에 평상복 차람으로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는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 서울 중구청

 
핵심은 중구청의 의지에 있다. 영역을 넓혀 영화제를 진행하려면 중구문화재단의 행사가 아닌 독립적인 운영과 별도의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이날 개막식에 정장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참석해 행사 관계자들이 무대에 오르고 공연이 진행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1일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는 "문화예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며 "(지난해) 충무로 뮤지컬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참석해 제 인사말을 없앴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청장이 되어 작년 충무로 영화제에 참석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사드린다고 약속했다"면서 "다른 영화제에 참석해서 보니 정치인의 인사말이 부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예산 문제로 인해 충무아트센터에서만 모든 상영이 이뤄지며, 관람료는 전석 무료다. 오늘 13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오발탄 김홍준 서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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