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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 문 대통령,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30대 기업을 만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해 총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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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2일 오후 3시 30분]

청와대는 한일 두 정부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를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국제기구를 통해 공정하게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12일 오후 2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밝히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수출통제 4대체제 위반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하자"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일본 정부가 일본산 불화수소(반도체 제조 때 불순물 제거용 에칭가스)의 북한 유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한국 수출 제한조치를 통상이슈에서 안보이슈로 바꾸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전날(11일)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우리나라는 수출입 통관, 전략물자 수출허가 및 관련업계 조사를 통해 일본산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UN 안보리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일본 정부측 주장을 일축했다.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란 바세나르체제(WA, Wassenaar Arrangement)와 핵공급그룹(NSG : Nuclear Suppliers Group),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 Missle Technology Control Regime),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 Australia Group)을 가리킨다(상자기사 참조).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란?
바세나르체제는 재래식 무기와 무기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산업용 물자가 분쟁다발지역이나 테러지원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총기류와 폭탄 등 군융물자와 소재, 기계 등 이중용도품목이 수출통제 대상이다.

핵공급그룹은 핵물질, 원자료,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시설, 공작기계 등 핵 관련 기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국가들이 수출통제 가이드라인을 통해 핵무기 비확산에 기여하는 국제기구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는 무인항공기시스템, 이와 관련된 미사일 부품 등 대량살상무기(WMD) 운반시스템의 수출통제를 통해 WMD의 확산을 방지하고, 테러조직과 테러리스트의 WMD 획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설립됐다.

오스트리아그룹은 생화학무기의 원료물질과 이의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설비에 대한 수출통제를 통해 생화학무기 비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체제다. 화학작용제와 전구체, 화학무기 제조 설비·정치 등이 수출통제 품목이다.

"일본, 수출통제 제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라"

이날 브리핑에서 김유근 사무처장은 한국 정부의 해상 불법환적 활동 적발 사실을 언급하면서 "아울러 우리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등 관련 협약과 지침에 모두 가입한 회원국으로서 이중용도 및 전략문자의 제3국 불법 반출을 철저히 통제해왔다"라고 평가했다.

김 사무처장은 "일부 민간기업이 이러한 정부의 통제를 조금이나마 위반했을 경우 이를 적발해 필요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함은 물론 이를 공개해 재발을 방지해오고 있다"라며 "지난 4년간 150여 건을 적발해 대외 공개한 것은 우리 정부가 수출통제 규범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하에서 대부분의 가입국들은 우리와 유사하게 자국의 전략물자 밀반출 적발 사례를 대외 공개하고 있다"라며 "일본도 그러한 조치를 통해 수출통제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전날(11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가 낸 '부정수출 사건 개요' 자료를 분석해 지난 1996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에서 30건이 넘는 대북밀수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대북밀수출 품목에는 핵개발과 생화학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직류안정화전원과 주파수변환기, 동결건조기 등 전략물자가 포함돼 있다.

"한국 정부의 잘못 없다면 보복적인 수출 규제 조치 즉각 철회해야"

이어 김 사무처장은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 고위 인사들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수출 관리 위반과 제재 불이행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특히 그간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회의 등 각종 협의 계기에 우리의 수출통제 및 제재 이행 노력에 관한 정보를 일본과 충분히 공유해왔다"라며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의 규범 불이행 및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특히 김 사무처장은 "우리 정부는 상호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고 일본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한다"라고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사례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김 사무처장은 "조사 결과 우리 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라며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대한 사과는 물론 보복적 성격의 수출 규제 조치도 즉각 철회해야 하고, 일본의 위반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함께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제기구 통한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 공동조사' 제안 배경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사례 공동조사' 제안 배경과 관련, 김 사무처장은 "최근에 일본 측 고위 인사들이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 우리 측이 수출 규제 품목을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고, 유엔 제재에 대한 이행을 우리 측이 잘 못하고 있다고 언급해 국가안보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으로서 많이 고민했고, 청와대에서도 논의한 결과 사무처장이 그러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정리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더 강력한 대응조치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제가 오늘 브리핑한 내용에 저희들 의지가 충분히 잘 담겨 있다"라고만 답변했다.

김 사무처장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와 관련된 현안들을 협의하러 해외(미국)에 출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미국에 간 김에 최근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 미국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한 김현종 차장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잇달아 만났고, 자신의 미국측 파트너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도 면담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각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도 워싱턴D.C.를 방문해 롤런드 드 마셀러스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와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를 면담했다.

태그:#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김유근, #불화가스의 북한 유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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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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