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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들썩거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내세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을 막는데 분양가 상한제만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4회에 걸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와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점검해본다.[편집자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시사하자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 박종현
 
<"분양가 상한제→3년 뒤 집값·전셋값 폭등"> (한국경제 7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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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파장-분양가 20% '뚝'… 공급 줄고 결국 로또 청약> (매일경제 7월 12일자)
 
최근 분양가상한제 확대와 관련된 경제 신문들의 기사 제목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면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지고, '시장 왜곡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반대하는 전형적인 논리이기도 하다.
 
정말 이런 예측이 맞을까?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는 얘기다. 시장론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아파트 가격은 안정세를 보여왔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의 역사는 지난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공공기관이 짓는 공영 주택에 대해 주택 가격을 건설 원가와 연계해 적정선을 넘지 못하게 했다. 1973년 2월에는 민영 주택에 대해 지자체장이 분양가격을 승인하도록 했다.
 
1977년 7월에는 본격적인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돼, 모든 신축 주택의 분양가를 3.3㎡당 55만 원으로 맞추도록 했다. 이 제도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지난 1981년 6월 일부 해제(전용 25.7평 이상)됐다가, 1982년 12월 다시 도입된다.
 
63년부터 시작... 군사정권 시절 더 강한 가격통제

당시 전용면적 25.7평 이상 아파트는 평당 134만 원,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105만 원을 넘지 못하게 했다. 군사 정권 시절, 아파트 가격 통제를 오히려 강하게 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1989년 11월에는 지금 분양가상한제와 비슷한 분양가원가연동제가 도입된다. 택지비와 건축비, 이윤 등을 합산한 금액을 분양가로 정하되, 건축비는 정부가 고시한 상한선을 넘지 못하게 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해제된 건 IMF 시절인 지난 1999년 1월이다.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18평 이하 주택을 제외한 모든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자율화됐다.
 
그렇다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던 1999년 이전까지 주택 가격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택 가격은 1989~1991년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88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시세는 300만 원, 1989년에도 314만 원이었다. 아파트 시세가 급등한 것은 1990~1991년 무렵이다. 1990년 아파트 시세는 546만 원으로 훌쩍 뛰었고, 이듬해인 1991년에는 797만 원까지 급등한다.

거기까지였다. 1992년 748만 원, 1993년 733만원, 1994년에는 708만 원까지 하락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결정된 해인 1999년 아파트 값은 782만 원으로 199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상한제 실시하면 안정세, 해제하면 급등세
 
  

정리하자면, 분양가상한제 시행 1기인 1988~1999년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풀리면서 시장은 급격히 달아올랐다.
 
분양가상한제 해제 이후인 2000년 서울 아파트 시세는 3.3㎡당 957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2001년 이후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진다. 2001년 1002만 원이었던 시세는 2004년 1824만 원으로 올랐고, 2006년에는 2446만 원을 기록했다. 불과 6년 사이 2.4배 급등한 것이다.
 
분양가가 급등하자 노무현 정부는 지난 2007년 민간 택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또 다시 잠잠해졌다. 2007년 3157만 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시세는 이듬해 3127만 원으로 하락한다. 2009년 서울 아파트 시세는 2899만 원으로 3000만 원대가 붕괴됐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결정된 2014년에도 서울 아파트 시세는 3.3㎡당 2720만 원에 불과했다.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시행 2기인 2007~2014년에도 아파트 가격은 안정적으로 관리가 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뒷받침할 사례는 전무한 셈이다.

상한제 했을 때 오히려 공급 늘어나기도
 
그렇다면 주택 공급은 어땠을까. 통계청의 주택인허가실적을 보자. 주택인허가실적은 주택 건설 계획을 승인한 실적을 뜻하는 것으로 주택 공급량을 가늠하는 수치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부터 2018년 주택인허가실적은 연 평균 8만 8714건이었다.
 
그런데 이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던 1990~1999년 기간보다 적은 수치다. 1990~1999년 주택인허가실적은 연 평균 8만 9750건이었다. 2015~2018년과 비교하면 연 평균 1000건 가량 늘어난 수치다. 분양가상한제 실시 기간의 주택 공급이 오히려 많았다.

다만 상한제가 다시 부활한 2007년부터 2014년 연 평균 인허가 실적은 6만 6699건이었다. 2015~2018년 기간에 비해 1만 2000건 가량 적었다.
 
분양가상한제 실시와 주택 공급량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분양가상한제 실시에 따라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는 명백한 팩트 왜곡"이라며 "상한제 이후 가격이 안정됐다는 명백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괴담 수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부동산의 핵심 문제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높은 주거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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