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9일 오전 9시 49분]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포루투갈)의 경기 불참으로 야기된 사태에 대하여 팬들에게 사과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클래식) 올스타 팀과 이탈리아 명문 클럽 유벤투스와의 친선전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연맹 총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체 이런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유벤투스 방한 경기 진행을 맡았던, 주최사 더페스타(대표 로빈 장)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며 위약금 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궁극적으로는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피해자라 볼 수 있지만 이런 태도는 도의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아무리 경기 진행을 더페스타에 일임했다고 하지만 경기는 엄연히 연맹 소속 K리그1 선수들이 출전하고, 대전료 역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더페스타 측에 지불했다. 엄연한 경기 주관 임무가 있는 것이다. 

총체적 난국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가 종료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호날두가 종료 뒤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벤투스의 중국 연착 출발부터 도착 그리고 세부적인 일정을 관리 감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한국프로축구연맹 권오갑 총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급기야 이런 난맥상으로 결국 예정됐던 2000년대 초 유벤투스를 이끌었던 레전드 에드가 다비드(46.수리남), 다비드 트레제게(42.프랑스) 등은 홍보대사 역할을 해야 함에도 행사 시간을 지키지 않는 불성실함을 보였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팬 미팅 사인회가 갑자기 취소되는 황당함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경기 시간이 약 1시간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며 이번 행사 분위기는 초반부터 좋지 않았다. 팬들에게 유벤투스 방한 친선 경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12년 만에 방한한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6만 5천여 명의 팬들은 고가의 입장료도 마다하지 않고 경기장을 찾았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단 1분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친선 경기에서의 계약 조항은 얼마든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선수의 컨디션 등 문제가 있어 경기를 뛰지 못한다 해도 딱히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친선 경기에서의 계약 조항은 강제 이행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더패스타사 측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관한 '최소 45분 이상' 경기 출전과 기타 계약서 조항만을 믿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사이 더페스타 측은 팬들은 전연 안중에 두지 않은 채 진행했고, 언론에까지 보도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등 철저히 행사를 상술로 일관했다.

특히 경기 중계권을 가진 공영방송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가 실시간으로 버젓이 중계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벤투스 초청 친선 경기는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더페스타 측과의 계약 문제가 충분히 도마 위에 오를 만하다. 

이번 유벤투스 방한 경기에 더페스타가 챙긴 수익금은 입장료로만 약 6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4명의 직원과 자본금이 불과 1000여만 원인, 게다가 국제 경기 진행 경험 등이 전무한 회사에서 맡게 됐는지 의문이다.

권오갑 총재는 사과문에서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K리그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과 다를 바 없는 형식적인 사과문이다. 유벤투스 초청 경기로 K리그 흥행을 노렸던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서는 부정적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결국 유벤투스 초청 경기는 팬들을 우롱한 꼴로 끝났다. 팬들은 주최사였던 더페스타의 잘잘못과 무능을 논하기 이전에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대한 원성과 책임을 질타하는 가운데 입장료 환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해결될 수 없다. 특히 유벤투스가 새벽 3시에 도망치듯 한국을 떠났다는 사실은 팬들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연맹이 이번 유벤투스 사태에 관한 문제를 명쾌히 풀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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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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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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