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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의 '정남진장흥물축제'에서 열리는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가 여성을 상품화하고 군예산 낭비라는 주장글을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 찬반을 포함한 다양한 논쟁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지난 27일 장흥군물축제 중에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모습
 지난 27일 장흥군물축제 중에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모습
ⓒ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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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장흥군물축제 중에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모습
 지난 27일 장흥군물축제 중에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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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남 장흥군 군민이며 녹색당 당원인 40대 여성입니다.

해마다 7월말~8월초에 제가 사는 장흥에서는 일주일간 '정남진장흥물축제'라는 행사가 치러집니다. 축제를 알리는 글에 따르면 장흥의 "청정 수자원을 기반으로 하여 깨끗하고 바른 지역의 이미지를 안팎에 알림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목적을 두고 시작"됐다고 합니다.  

올해 12회를 맞이한 정남진장흥물축제는 한국관광공사가 우수축제로 지정하기도 한, 매해 수십억 원의 군 예산이 투입되고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되는 큰 행사입니다.

그런데 이 축제에는 십수 년째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행사가 함께 치러지고 있습니다. 이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를 위해 장흥군은 수천만원의 예산을 사진작가협회에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 장흥댐 인근의 널찍한 공간(정남진오토캠핑장, 심천공원)이 촬영지로 제공됩니다.
 
지난 27일 장흥군물축제 중에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
 지난 27일 장흥군물축제 중에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
ⓒ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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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백 명이 기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숙식을 제공 받으며 '예술 사진'을 찍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싣고 몰려옵니다. 이 촬영대회는 이른 아침인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치러집니다. 공식적인 행사명은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지만 실상은 '누드' 사진촬영대회입니다.

찍는 이들은 대부분 40~60대로 보이는 남성들이고, 찍히는 이들은 모두 2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들입니다. 올해에는 4명의 여성이 모델이었습니다. 이 여성들은 수심이 얕고 좁은 물놀이장, 높다란 계단 위, 기다란 다리 위 등 공원 곳곳에 마련된 무대에서 각자 전라(全裸)로 포즈를 취합니다. 찍는 이들은 불과 수미터 앞에서 여성을 빙 둘러싼 채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반말로 소리치며 포즈를 '요구'합니다.

여성들은 맨몸으로 물놀이장 안팎을 오가며 물놀이장 십수 미터 위에 설치된 물통에서 떨어지는 물을 뒤집어 쓰거나 우산을 집어 들어 펼치기도 합니다. 붉은색 물감을 온몸에 끼얹기도 합니다. 물이며 물감이 흥건한 바닥은 미끄러워 더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27일에도 사진 촬영이 있었습니다. 이날 아침 저를 비롯한 녹색당 당원 세 사람이 비당원 군민 한 사람과 함께 대회장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했습니다. 멀뚱멀뚱 피켓과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지나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니들이 예술을 아냐"며, "우리는 돈을 내고 이곳에 예술 사진을 찍으러 왔다"며 호통을 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피케팅을 시작하고 20여 분이 지났을 때쯤 한 남성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제게 험악한 표정으로 오더니 사진을 지우라고 했습니다. 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제가 휴대폰을 내놓지 않자 그는 거칠게 휴대폰을 빼앗았습니다. 그러자 저와 같이 피케팅을 하던 이들이 달려와 항의했습니다. 그 남성은 항의하는 사람이 쓰고 있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기기도 했습니다.
 
장흥물축제에서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반대 피켓
 장흥물축제에서 열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반대 피켓
ⓒ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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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행사장 사진의 일부를 삭제하는 것으로 무마가 되었고, 우리는 장소를 옮겨 30여 분 가량 피케팅을 더 한 후에 그곳을 나왔습니다. 온몸이 떨렸고, 참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장흥군은 언제까지 예술을 빙자해 여성의 몸을 대상화해 소비하는 행사를 지역민 세금으로 지원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전국에서 찾아드는 수백 명의 이른바 '사진(작)가'들이 물 축제 기간 동안 얼마나 되는 돈을 쓰고 가는지, 또 그것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물 축제를 알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행사가 치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태와 후진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장흥군은 대답해야 합니다.
 
"내년부터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 안할 것"
한국사진작가협회 전남지부... "누드 촬영대회로 예산 지원 받은 것 아냐"
임성동 한국사진작가협회 전남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부터는 논란이 된 세미누드 사진촬영대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지부장은 "좁은 지역 사회다. 논란이 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안하는 걸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행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행사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아침 6~8시 사이에 사진 촬영을 한다"며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행사가 아니라 작품하는 사람 행사"라고 밝혔다. 또 "행사 참가자가 200명인데 여성이 70~80명이었다"라며 성상품화 지적에 반박했다.

장흥군 예산 지원에 대해서는 "세미누드 촬영대회로 예산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물축제 관련해서 작품을 공모하는 출품전으로 예산을 받는다. 300점 정도 작품이 출품되고 군에서 필요한 홍보 사진도 나온다"고 말했다.

태그:#장흥군, #정남진장흥물축제, #여성 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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