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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선이 깨진 충격과 함께 의료계에서는 바이오의 기대주로 불리던 신라젠이 하한가로 마감하며 시장을 패닉에 빠트렸습니다. 그 중심에는 신라젠에서 항암 신약으로 연구중이었던 '펙사벡(Pexa-Vec, 코드명 JX-594 이하 펙사벡)'의 임상 실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신라젠의 펙사벡이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의 임상중단 권고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 신라젠의 펙사벡 설명 기대를 모았던 신라젠의 펙사벡이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의 임상중단 권고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빠졌습니다.
ⓒ 신라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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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대장주였던 신라젠, 이대로 좌초하나?

신라젠은 2016년에 코스닥에 상장한 항암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치료제 연구 개발 기업으로 한때 시가 총액 10조 원을 넘겼던 바이오 대장주입니다. 지난 2015년 미국 FDA로부터 항암 신약 후보물질인 '펙사벡'에 대하여 글로벌 임상 3상시험의 허가를 받았으며 글로벌 임상 3상시험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의 기대로 임상이 진행되던 '펙사벡'은 임상시험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달 1일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이하 DMC)와 펙사벡 글로벌 3상 임상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한 결과 DMC가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임상시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는 것은 결국 '펙사벡'의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신라젠이 개발하고 있는 '펙사벡'은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펙사벡은 3상 임상에 앞서 지난 2008년~2013년까지 진행된 임상 2a상(Stage B, C 대상)에서 연구결과 10억pfu/㎖ 고용량 투여군(16명)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4.1개월로 1억pfu/㎖ 저용량 투여군(14명)의 6.7개월보다 2배 이상 높은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중 임상 참여환자 가운데 총 2명이 완전관해(종양 소멸)에 도달했는데 한 명은 8주 임상기간 내에, 다른 한 명은 임상기간에는 부분관해(종양 크기 감소)를 보였지만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 완전관해에 도달했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진행된 기존 간세포암의 유일한 표적 치료제였던 넥사바(성분명 Sorafenib tosylate)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총 129명, 대조군 플라시보)에서는 생존율 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해 실패로 끝났습니다.

펙사벡의 실패, 예견된 결과였을까? 

펙사벡 3상 연구에 대한 우려는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나오기는 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펙사벡 3상에 참여 중인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병원 교수 일부로부터 펙사벡의 3상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나왔고,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신라젠 홈페이지에 공시된 입장문. 이번 DMC의 임상중단 권고 발표는 신라젠의 공식 입장문으로 미루어보아 최악의 상황을 인정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 신라젠 입장 지난 3월 신라젠 홈페이지에 공시된 입장문. 이번 DMC의 임상중단 권고 발표는 신라젠의 공식 입장문으로 미루어보아 최악의 상황을 인정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 신라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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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이런 일부의 시각에 대해 회사 측은 "회사 및 임상의는 미국 FDA 및 각국 규제당국의 엄격한 임상 3상 규정상 임상시험 유효성 데이터에 관해 외부 누설은 불가능"하다면서 "간암 대상 펙사벡의 3상 유효성 데이터 접근 권한은 오직 외부의 독립적인 DMC만 갖고 있다"고 입장문을 발표하며 진화를 했습니다.

이어 회사는 "DMC의 판단에 따라 임상과정에서 우려할 만한 문제 발생 시에는 임상 중단 등의 고지를 미국 임상시험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이는 문제점이 감춰질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을 했었는데요. 오히려 이번 DMC의 발표는 지난 3월 신라젠의 공식 입장문으로 미루어보아 최악의 상황을 인정한 꼴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결과로 신라젠은 상업화에 가장 근접했던 임상시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펙사벡이 완전히 퇴출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신장암과 대장암, 이외 다른 고형암 대상 임상시험이 계속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신장암의 경우 미국의 바이오기업 리제네론과 글로벌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며, 대장암은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연구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란?
면역항암제는 암 자체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인공면역 단백질을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선택적으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약제입니다.
 
면역항암제에는 면역체크포인트억제제(CTLA4 억제제, PD-1 억제제, PD-L1 억제제), 면역세포치료제, 면역바이러스치료제 등이 있습니다.
 
면역항암제들이 암 표준치료 중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있어 암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및 3세대 면역항암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3세대 면역항암제는 억제되어 있던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어도 대부분의 암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대를 모았던 간암 연구에서 동력을 잃었기 때문에 타격은 불가피해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펙사벡' 단일 품목만으로 지금까지 순항중이었던 신라젠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는 올해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에이치엘비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아파티닙), 그리고 신라젠의 펙사벡까지 바이오 기대주 3인방의 기대 사업이 연속으로 좌초되며 바이오 업계에 먹구름을 들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 나스닥시장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IT버블이 이번에 바이오산업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가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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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라젠, #펙사벡, #면역항암제, #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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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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