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조직 생활이 어디든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 또는 기간 외로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선수들이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한여름의 연장전 경기. 선수들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고 싶은데 냉혹한 승부 앞에서 쉽사리 그럴 수도 없다. 올 시즌도 연장전 경기는 피할 수 없었다. 연장전과 관련한 기록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자.
 
연장전LG타격성적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LG의 타격성적. 평소보다 훨씬 잘 함(?)을 알 수 있다.

▲ 연장전LG타격성적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LG의 타격성적. 평소보다 훨씬 잘 함(?)을 알 수 있다. ⓒ 장정환

 
올 시즌 지금까지 추가 근무를 가장 잘 하는 팀은 LG

올 시즌 지금까지 추가 근무를 가장 잘 매조지 한 팀은 LG. 10번의 추가 근무 중 8번을 승리로 이끌어 승률 .889를 올렸다. 그렇다면 이 추가 근무를 하면서 올린 투타의 성적은 어떨까? 놀랍게도 투수력, 타력 모두 평소보다 훨씬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투수력의 가장 기본 지표로 보고 있는 방어율은 1점대를 보여주고 있다. 타격도 마찬가지. LG의 공격력이 좋지 않기로 소문났는데 연장전에서의 타율은 팀 타율보다 거의 1할이 올라간다. 따라서 극적인 승부를 펼치는데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것.

또 하나 놀라운 점은 한화. 한화가 올 시즌 힘겨운 행보를 하고 있지만 연장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한화의 연장전 성적은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이다. 롯데도 시즌 내내 하위권에 맴돌고 있지만 연장전 승부는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징. 다만 키움과 NC는 연장전에서 그렇게 재미를 올 시즌 보지 못 하고 있다.
  
연장전의 LG의 투수 성적 연장전에 들어섰을 때 LG 투수진의 방패가 더 두꺼워짐을 알 수 있다.

▲ 연장전의 LG의 투수 성적 연장전에 들어섰을 때 LG 투수진의 방패가 더 두꺼워짐을 알 수 있다. ⓒ 장정환

 
반면 키움과 KIA는 연장 승부가 6번, 5번밖에 없어 선수들이 비교적 추가 근무와 상관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어 나름 저녁이 있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LG와 달리 추가 근무가 가장 '죽을 맛'인 팀은 삼성. 12번 경험했는데 겨우 3번 이겼다.

연장전 타점의 주인공은 바로 나
  
연장전 타격 성적 (개인별) 두산 오재일 선수가 연장전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려주었다.

▲ 연장전 타격 성적 (개인별) 두산 오재일 선수가 연장전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려주었다. ⓒ 장정환

 
사실, 농구와 야구 시합에서 느낄 수 있는 연장전의 묘미는 비슷하다. 농구는 어느 팀이 제한 시간 5분 안에 슛을 먼저 성공하는가에 승패가 달렸다. 야구 역시 비슷하다. 어떻게든 버틴 다음 '어느 팀에서 먼저 타점을 올리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그 날 경기 내내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거나 병살타를 매 타석에서 기록해도 연장전에서 타점을 먼저 올려준다면 그간에 있었던 모든 잘못은 깔끔하게 잊게 해준다. 그것이 연장전에서 올라간 타점의 매력이다.
 
그렇다면 연장전에서 가장 타점을 많이 올린 선수는 누굴까. 그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 오재일. 연장전에서 5타점을 올려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홈런 숫자. 연장전에서 2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도 한 것. SK 최정 역시 4타점을 올렸는데 홈런도 2개를 쏘아 올려 거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손아섭은 장타를 치는 선수이기보다는 야구장의 좌중간 우중간을 노리는 중거리 타자 스타일이지만 홈런 역시 2개를 쏘아 올렸다. 주목할 선수는 이천웅. 안타는 3개에 불과하나 타점이 3타점. 찬스가 주어지면 장타보다 단타로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연장전에 가장 많이 나온 투수는
 
연장전에서 기록한 투구수 삼성,NC가 20걸 안에 다수 포진함을 알 수 있다. 한화는 정우람 투수가 투수 중 최고참이지만 연장전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 연장전에서 기록한 투구수 삼성,NC가 20걸 안에 다수 포진함을 알 수 있다. 한화는 정우람 투수가 투수 중 최고참이지만 연장전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 장정환

 
이번에는 연장전에 가장 많이 나왔던 투수를 살펴보자. 연장전이 힘든 이유는 승패가 갈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수와 수비가 버텨야 어떻게든 버텨서 우리 팀이 타점을 올릴 기회를 엿보도록 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만약 12회까지 간다면 최소 무승부로 가도록 해 '적어도' 패배는 기록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초 공격을 하는 팀이 연장전으로 가면 굉장히 불리하다. 물론 마무리 투수의 블론 세이브 때문에 연장으로 가는 경우도 많지만 어떻게든 승부를 끌고 가 역전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를 올려 상대 팀의 공격을 봉쇄부터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투수에서 주목할 만한 연장전 관련 기록은 하위권 팀 소속 선수들이 20걸 안에 다수 포함한 점이다. 아래 표는 투구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삼성은 투수들이 4명이 들어갔고 NC는 무려 5명이 포진했다. NC는 5명이 비교적 골고루 나누어 던진 것이 눈에 띈다면 삼성은 최지광 투수의 쏠림 현상이 심함을 알 수 있다. 한화 역시 정우람 투수가 연장전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이 두 팀은 다시 말해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SK도 하재훈 투수가 마무리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많은 볼을 연장전에서 던졌다. 이는 중간 계투 투수층이 예상보다 그렇게 두껍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비교적 투수층이 두껍다는 평가를 받는 LG, 키움은 20걸 안에 한 명만 들어 가 있다. 이는 마무리 투수가 막아내지 못 하더라도 대안으로 활용 할 수 있는 투수들이 뒤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투수들을 여러 번 바꿔도 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연장전과 팀 순위의 상관관계

이번에는 연장전과 팀 순위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명승부를 통해 승리하면 그 팀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연장전을 통해 어렵게 거둔 승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끈질기고 강한 팀이라는 선입견도 자연스럽게 형성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까지 (2013~2019.08.09 마감 기준) 연장 승부 승률과 팀 순위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래 표는 연장전 성적을 정리한 것이다. 
 
연장전과 가을야구와의 상관관계 연장전의 좋은 승률이 꼭 가을야구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연장전과 가을야구와의 상관관계 연장전의 좋은 승률이 꼭 가을야구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장정환

 
보다시피 연장전을 잘 한다고 해서 가을 야구를 자주 하는 팀은 아니라는 상관관계가 나온다. 롯데, 한화는 6시즌 동안 가을 야구를 단 한 차례만 기록했지만 연장전 승부를 잘 하는 팀으로 나타났다. 반면 거의 매 시즌 가을야구에 참여하는 두산은 승률이 5할에 미치지 못 하지만 약한 팀이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키움과 NC는 신흥 강호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결국 마지막까지 끈기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좀 더 기분 좋게 팬들이 야구장을 빠져 나올 수는 있을 뿐 시즌 최종 순위와 예상보다 큰 관계가 없다. 실제 이 기간 동안 (2013 ~ 2019.08.09 마감 기준) 연장전 승률 1위와 리그 1위가 같았던 시즌은 2017 시즌 KIA 타이거즈 한 번뿐이었다.

이미지와 실제의 상관 관계
 
이 글은 '연장 승부와 팀 순위가 큰 상관이 있을까'에서 출발했다. 실제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이긴 경기를 보면 선수들의 끈질긴 집념에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무조건 일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제 때 일을 잘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임을 프로야구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나 프로야구나 그래서 비슷한 것이 아닐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모든 자료는 스탯티즈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프로야구 LG트윈스 연장전승부 워라벨의중요성 2019시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BASEBALL KID.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