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과 CGV 명동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

13일 오후 서울과 CGV 명동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기자회견 ⓒ 울주산악영화제


"산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게 해달라."
 
13일 오후 명동 CGV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울주산악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제 이사장 이선호 울주군수가 공개적으로 밝힌 당부다. 올해 개막작과 주요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선호 군수가 영화제의 정체성 유지를 특별하게 강조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선호 군수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산악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반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위기라고 언급한 외부적 요인은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울산국제영화제(이하 울산영화제)다.
 
울산광역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시장이 당선한 후 울산국제영화제 신설을 추진해 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했고, 지난 7월에는 용역 결과가 보고됐다.
 
부산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 측은 울산시에 다른 도시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미국 텍사스주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와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영화제'와 같은 복합문화축제 개념의 영화제를 제안했다.
 
또 친환경을 바탕으로 역동적이고 생기 넘치는 인간의 활동적 삶 위주의 프로그램 구성과 함께, 인간과 자연, 행위와 삶, 혁신과 재생, 연대와 공존 등에 중점을 두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통해 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울주산악영화제에 이은 또 다른 울산의 영화제가 가시화 된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집행위원장 후보도 추천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20년 두 영화제 동시 개최 가능성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포스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포스터 ⓒ 울주산악영화제

 
문제는 울산영화제가 개최 시기를 2020년 9월 초로 예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시기는 울주산악영화제가 개최되는 때로, 영화제가 동시에 열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각에선 다양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영화제가 개최되는 사례는 드물거니와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한쪽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몇 해 전 서울에서 규모가 큰 영화제와 독립영화제가 같은 날 개막한 사례가 있었다. 같은 작품이 두 영화제에서 동시 상영되기도 했는데, 영화인들이 주로 큰 영화제로 몰리면서 작은 독립영화제는 속앓이를 해야 했다. 올해만 해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서울 미장센단편영화제가 같은 날 열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양측의 경쟁심리가 작용하면서 영화인들은 난처한 상황을 이야기한다.
 
광역단체인 울산시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축제 통합·조정 대상에 포함 시킨 것으로 알려졌고, 울산시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제휴'를 거론하면서 두 영화제의 통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울주산악영화제로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배창호 울주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울산시로부터 통합이나 제휴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제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울주산악영화제가 지켜온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것은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동시에 개최되면 둘다 제대로 된 영화제가 될 수 없다. 동시 개최는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울주영화제측은 "산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만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주최와 주관을 바꿀 용의가 있다"며 통합이나 제휴 등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부산영화제 측은 두 영화제가 하나로 합쳐 개최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지만 지향성과 정체성이 다른 입장이라,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진기주 배우 홍보대사
 
 울산세계산악영화제 홍보대사 진기주 배우, 엄흥길 산악인이 위촉됐다.

울산세계산악영화제 홍보대사 진기주 배우, 엄흥길 산악인이 위촉됐다. ⓒ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한편, 올해 울주산악영화제에선 올해 총 45개국 15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산악과 자연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엄선됐고, 개막작은 영국 다큐멘터리 <피아노를 히말라야로>, 폐막작은 마케도이나 다큐멘터리 <허니랜드>가 선정됐다. 지난해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와 함께 등반에 나섰다가 사망한 임일진 다큐 감독의 작품도 상영될 예정이다. 
 
배창호 집행위원장은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는 무공해 청정영화를 볼 수 있다"며 관객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울주산악영화제 홍보대사에는 산악인 엄홍길씨와 진기주 배우가 위촉됐다. 영화제는 9월 6일~10일까지 울주군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와 언양읍행정복지센터, 범서 울주선바위도서관 등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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