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지난 14일 낮 소설가 이외수 작가(우)가 병상에 누워 있는 개그맨 겸 가수인 김철민을 만났다.

▲ 병실 지난 14일 낮 소설가 이외수 작가(우)가 병상에 누워 있는 개그맨 겸 가수인 김철민을 만났다. ⓒ 김철관

 
소설가 이외수가 폐암 말기 암투병 중인 개그맨이자 가수인 김철민(52)을 병문안했다. 오랜 시간 형과 아우처럼 두 사람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서 만난 것이다. 병문안 직전 이외수를 만나 함께 김철민씨의 병실을 찾았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김철민씨는 폐CT를 촬영하기 위해 잠시 병실을 비운 상태였다. 이에 휴게실에서 이외수 작가와 대화를 나눴다.
 
"마음이 착잡하다"고 하면서도 이외수는 "세상은 살아가야할 가치가 있으니, 기적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암이란 소식을 전해 듣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어, 반드시 (김)철민이가 극복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까지는 삶을 포기한 느낌이 들었는데, 세상을 살아가야 할 가치를 자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점만으로도 기적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희를 넘긴 나도 '존버'(끈질기게 버텼다는 뜻)했느니, 나보다 훨씬 젊은 철민이가 '존버'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동료 개그맨들이 일제히 철민이를 살리려고 물질적·정신적으로 돕고 있다. 김학민 인사프라자 갤러리 원장, DJ 하심 등이 앞장 서서 철민이 곁을 지키고 있고, 모금 공연까지 기획하고 있다. 나도 공연에 동참한다. 조만간 구민 회관을 빌려 공연을 할 것이다. 내가 SNS에 김철민과 관련한 글을 올렸는데, 이글을 보고 100건 이상이 기사화가 됐다. 기적이 이루어질 것 같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외수)

 
실제 개그맨 김철민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페친들에게 '폐암 말기'라는 글을 올렸다.
 
'사랑하는 폐친여러분! 오늘 아침 9시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별을 해야 하기에 슬픔의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한편으론 먼저 이별한 부모님과 형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리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폐친 모두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불러보고 싶네요. 남은 시간 여력이 있다면 끝까지 기타 두르고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김철민)
 
이외수와 동료의 호소

소설가 이외수 작가는 개그맨 김철민이 폐암 말기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곧바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외롭고도 선량한 예인 하나가 병상에 누워 여러분의 자비와 사랑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라는 글을 올렸다.
 
'가수이자 개그맨, 대학로 버스킹의 황제이자 신화로 알려져 있던 김철민이 현재 폐암 말기 환자로 원자력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려움보다는 남의 어려움을 더 안타까워했던 착한 심성의 소유자였습니다. 대학로에서 버스킹을 통해 모금한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간곡한 마음으로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괜찮습니다. 십시일반, 그에게 힘을 실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가끔 전화로 상태를 물어봅니다. 조금 전에도 통화를 했습니다. 자신의 핸드폰에 격려 메시지가 울릴 때마다 용기와 희망이 솟구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자비와 사랑이 기적을 초대할 것임을. SC제일은행 690-20-142073 김철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외롭고도 선량한 예인 하나가 병상에 누워 여러분의 자비와 사랑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외수)

 
휴게실 김철민이 CT를 촬영할 동안 병원 휴게실에서 이외수 선생과 대화를 나눴다.  좌로부터 김학민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관장, DJ 하심과 우측 첫 번째 이외수 작가이다.

▲ 휴게실 김철민이 CT를 촬영할 동안 병원 휴게실에서 이외수 선생과 대화를 나눴다. 좌로부터 김학민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관장, DJ 하심과 우측 첫 번째 이외수 작가이다. ⓒ 김철관

 
이 사연에 연예인 동료들과 누리꾼들의 응원메시지 및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유해진, 이창훈, 손혜원 의원 등 저명 인사들을 비롯해, 시민들의 크고 작은 후원금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김철민은 간과 폐 그리고 뼈까지 암이 전이돼 최근 허리뼈 절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응원메시지를 보낸 탓일까. 다시 용기를 얻어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팔팔하게 일어나라는 뜻'으로 88원을 보내준 사람부터 1967년생 김철민을 뜻하는 1967원을 보내준 사람, 행운의 숫자 럭키 세븐을 상징한 7만 7777원과 천사를 상징하는 1004원까지 다양한 의미의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철민과 24시간 병원에서 함께 하고 있는 동료 연예인 'DJ 하심' 역시 김철민의 의지가 강하다는 걸 확인해 주었다.

"강력한 진통제를 맞고 있는데도 삶의 의지가 대단하다. 늘 그와 같이 있었다. 한 달 전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만 다섯 군데를 다녔다. 이중 네 군데는 허리협착증, 디스크, 근육경련 등의 진단을 내리면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오진이었다. 다섯 번째로 간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암 진행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응급환자로 이곳 원자력병원으로 왔다. 이 병원에서 폐에서 간으로 그리고 등뼈로 암이 전이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DJ 하심)

진심어린 조언들

마냥 한 시간 여를 기다릴 수 없어 휴게실에서 병원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외수 작가와 문하생인 이시유 작가, DJ하심, 김학민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관장 등과 함께 식사를 했다.
 
점심을 마치고 곧바로 김철민의 병실로 향했다. 겨울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복대를 하고 누워 있는 개그맨 김철민을 만났다.
 
그를 본 이외수 작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의지력을 가지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본인 의지가 최고의 명약이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뇌에서 강력한 항암물질이 분비돼 나날이 좋아질 것이다. 지금은 어렵겠지만 힘을 내야 한다. 너의 형(이외수)도 암에 두 번이나 걸렸지만 견뎠다, 이런 노땅도 견뎠다. 젊은이 힘을 내시게. 요즘 나도 병원에 가 정기검사를 받는데, 담당의사가 그러더라. '요즘 암 말기 환자들이 서 너 개의 암을 달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데도 완쾌된 환자들이 더러 있다'고 그러더라, 정보나 기술, 약이 좋아지고 있으니, 희망만을 놓지 말고 그냥 가면 된다." (이외수)

이외수 작가의 말이 끝나자, 김철민은 뜬금없이 "하나님의 아들이 되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 지금까지 종교가 없었기 때문인지, 이 작가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계속 기도를 하고 있다"고 했고,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간증을 하러 다니겠다"는 말도 이어서 했다.
 
김철민은 첫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을 때 억장이 무너진 것 같았다고도 했다.
 
"상계동 한 병원 신경외과 의사가 1번 뼈가 암으로 번진 것 같다고 했다. 의사의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진 것 같았다. 의사 말에 의하면 한쪽은 가스가 차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원자력병원의 자기 동문 박사를 소개했다. 이곳 신경외과에 와 시티를 찍어보니 폐암 4기로 나타났다. 뼈로 전이됐고, 간으로도 전이가 됐다고 했다. 얼 만큼 살 수 있느냐고 했더니 얘기를 하지 않다가, 길게 산사람은 3년도 살고 2년도 살고,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래서 말기인 것 같아서,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의 글을 올렸다. 몇 개월 더 살수 있다고 하면 수술하지 않고 나가 자연치유를 할 생각도 했다." (김철민)
  
병실  소설가 이외수 작가(좌)와 통증을 참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우)이다.

▲ 병실 소설가 이외수 작가(좌)와 통증을 참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우)이다. ⓒ 김철관

 
이 말이 끝나자, 이외수 작가가 진심어린 말을 했다.
 
"병원이 최고다. 내가 유방암과 위암에 걸려봐서 안다. 병원 의사들이 이런 말을 한다. '병원 밖으로 나가면 1만 명의 의사와 10만 명의 약사를 만날 것이다', 이렇게 해 낫는 것은 다 특별한 경우이지 일반성이 없는 것이다. 간혹 그렇게 치료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우수한 정보, 가장 우수한 기술력은 역시 병원에 있다. 병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너가 극복해야 한다."
 
이날 동행한 이시유 작가 역시 "(김철민씨의) 살아가고자하는 밝은 의지를 느꼈다"며 김철민씨의 정신력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그맨 김철민(본명 김철순)은 5년 전 세상을 떠난 가수 고 너훈아(본명 김갑순)씨의 친동생이다. 친형인 고인은 가수 나훈아씨의 모창가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양친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큰형과 둘째형도 간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대학시절인 80년대 후반부터 기타를 쳤고, 1994년 MBC 개그공채 5기로 입사했다. 90년 후반까지 콩트코미디와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다. 이후 리메이크 앨범 <김철민의 콘서트 7080>을 냈고, 지난해 싱글 음반 <괜찮아>를 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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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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