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력서가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단박에 훑어 볼 수 있는 마이크로필름이라면 책 앞의 서문은 내용의 대략을 어림해 읽을 수 있는 축약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기 전에 먼저 접하게 되는 게 이력서 이지만 이 이력서 한 장은 그 사람이 지금껏 살아온 삶을 축약해 놓은 결과물입니다.

서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첫머리에 들어가 있어 본문을 읽기 전에 읽게 되고, 순서로만 봐서는 제일 앞에 있으니 본문에 앞서 쓰여 진 글 같지만 대개의 서문들은 본문을 다 쓴 후 줄거리를 간추리고 요지를 담아서 쓰게 됩니다.

서문으로 한 방에 읽는 <화엄경>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지은이 여천 무비 / 펴낸곳 담앤북스 / 2019년 8월 3일 / 값 12,000원)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지은이 여천 무비 / 펴낸곳 담앤북스 / 2019년 8월 3일 / 값 12,000원)
ⓒ 담앤북스

관련사진보기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지은이 여천 무비, 펴낸곳 담앤북스)는 저자인 무비 스님이 80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화엄경>을 강설하면서 매 권 마다 그 내용을 축약하여 담아놓은 서문만을 한권으로 모아 엮은 책입니다.

<화엄경>은 왕자였던 석가모니부처님이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은 후, 21일 동안 당신이 깨달은 내용을 최초로 설한 내용으로 그 분량이 무려 80권이나 되는 불교 최초의 경전입니다.

80장의 이력서만 있으면 80명의 인생, 하나하나 펼쳐 놓으면 그 분량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연이 될 80명의 면면을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있습니다.

이 책이 그렇습니다. 80권이나 되는 <화엄경>을 한 권 한 권 다 읽어 새기는 일은 그 분량이 갖는 무게감 때문에 쉬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해 읽지 않게 되면 그 책은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책을 읽는다 해도 자구에 담겨있는 심오한 가르침은커녕 문맥의 흐림이나 대의조차 제대로 새기지 못하게 된다면 이 또한 효과적인 책읽기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정각을 이루시어 드디어 여래如來 응골불세존應供佛世尊이 되시어 그 자리에 앉으신 채로 21일간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80권이나 되는 방대한 내용으로 남김없이 설파하셨으니, 이것이 곧 화엄경華嚴經이며 불교의 첫 출발입니다.

그러므로 화엄경은 불교의 수많은 경전 가운데 최초로 설해진 경전이며, 자신이 깨달은 진리의 내용을 추호의 방편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이신 가르치심이며, 인류가 남긴 최고의 걸작입니다.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 13쪽-
 
두세 쪽 분량으로 된 서문에 <화엄경> 한 권 한 권에서 읽어야 할 내용, 새겨야 할 의미, 깨우쳐야 할 진리 등이 간결하면서도 가지런하게 축약, 정리돼 있습니다.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생면부지인 곳도 전체를 한 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도를 보고나면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방향과 거리가 어림됩니다.

<화엄경>을 읽고 싶었지만 방대한 분량에 지레 겁먹어 포기했거나, <화엄경>이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겐 80권의 <화엄경>을 되새김질을 하듯 강설하고 있는 무비 스님이 더 졸이고 달여 서문으로 농축시킨 이 책 한권에서 답, 깨우침으로 가는 길을 보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 - 무비 스님의 서문으로 보는 화엄경

여천 무비 (지은이), 담앤북스(2019)


태그:#대방광불화엄경 실마리, #무비 스님, # 담앤북스, #화엄경, #여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