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 A씨에게 22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 직후 A씨가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 A씨에게 22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 직후 A씨가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고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조선일보> 기자 A씨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 직후 A씨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녹색당·정의당과 여성단체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 결과를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부장판사 오덕식)은 22일 오후 열린 선고 공판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증언인 윤지오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해당 술자리에서 장씨를 상대로 한 성추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가해자를 A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먼저 재판부는 "피고인(A씨)는 이날 가라오케 생일파티에 참석했고 당시 피해자(장씨)가 흥을 돋우기 위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춘 건 인정된다, 윤지오씨는 당시 피해자인 장씨가 누군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추행한 사람을 (신문사 사장인) 홍아무개 회장이라고 했다가 피고인으로 번복했지만 어쨌든 2009년 피고인이라고 진술한 이후에는 계속해서 피고인을 추행범으로 지목하고 있다"라며 "피고인 스스로 참고인 조사 당시 홍 회장이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참석했다고 했기 때문에 책임 회피 정황이 있다,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재판부는 "(술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과 피고인은 15살 정도까지 차이가 나고 키도 좀 차이가 난다, 피해자가 춤추다 피해를 입었고 윤씨는 스스로 면전에서 추행을 목격했다는 것이므로 그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라며 "(윤씨는) 경찰 진술 당시 '생일파티에 참석한 일행 중 처음 보는 제일 젊고 키 큰 사람'이라고 진술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50대에 일본어가 유창한 신문사 사장'이라고 진술한 것은 문제가 있다, 외양에 대한 진술도 구체적 차이를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윤씨와 경찰 전부 홍 회장을 추행범으로 알았지만 알리바이가 입증됐다"라며 "신문사 사장이라고 지목해놓은 상태여서 신문사에 근무했던 피고인을 (추행범으로) 지목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씨의 소속사 대표였던) 김종승은 피해자로 하여금 같이 온 일행들에게 술도 못 따르게 하는 등 엄격히 관리했고 동성애자 의심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와 애인사이인 것처럼 껴안고 있기도 했다"라며 "추행이 일어났으면 피고인이 최소한 강하게 항의를 받고 끝나야 하는데 1시간 이상 자리가 계속됐다"라고 판단했다.

이를 이유로 재판부는 "윤씨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형사처벌을 가할 만큼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08년 8월 서울 강남구 주점에서 장씨가 소속돼 있는 기획사 대표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춤을 추는 장씨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힌 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2009년 장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당시 경찰은 장씨의 유서를 토대로 A씨에게 강제추행·접대강요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려 기소하지 않았다.

2017년 12월 발족한 법무무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일관성이 있는 핵심목격자 진술을 배척한 채 신빙성이 부족한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며 검찰에 이 사건의 재수사를 권고했다. 이게 검찰은 사건을 성남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로 사건을 이첩했고 지난해 6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 넘겨진 단 한 사람에게 조차 무죄"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 조선일보 > 기자 A씨에게 22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 직후 녹색당이 주최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판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 조선일보 > 기자 A씨에게 22일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 직후 녹색당이 주최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판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이날 재판 직후 A씨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라며 법원을 떠났다. 그의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누군가 진술을 하면 그걸 뒤집기가 참 어렵다, 그럼에도 윤씨의 진술에 대해 허구가 많다는 걸 재판부가 제대로 보고 제대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판결 후 곧장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녹색당이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녹색당뿐만 아니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정의당에 소속된 이들도 참석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고 장자연씨 사건 이후 유일하게 가해자로서 재판에 넘겨진 단 한 사람인 A씨에게도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인가,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판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 위원장은 "오늘 판사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모기만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 그 작은 법정에서도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기 입으로 무죄를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랬나보다"라며 "고작 1명 재판에 넘겨진 그 가해자에게 조차 유죄를 내리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숨쉬고 살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판사는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면 생일파티가 험악해져 중단됐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지 판사가 순수해서 모르는 건지 그 생일파티에 여성 연예인을 불러 성추행 한 것은 사고를 일으키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그런 행위는) 본인들의 유희의 과정이고 행복하게 생일파티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판사만 모르는 건가"라고 덧붙였다.

박예휘 정의당 청년부대표는 "'고 장자연씨 사건의 꺼지지 않는 불씨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라고 오늘 발언을 시작하려고 했다"라며 "그런데 법원이 그 불씨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성에게 법원은 없다"라고 눈물을 보이며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박 부대표는 "피해자는 사망했지만 가해자로 추정되는 다수는 승승장구하며 살아가고 있고, (유일하게 재판에 넘겨진) 한 명에게도 오늘 무죄가 내려졌다"라며 "오늘 무죄선고를 똑똑히 기억해 치욕으로 삼으며 이 나라 사법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고 장자연씨 사건은 남성들의 이익을 위해 남성들에 의해 거래된 성착취이다, 여성거래를 알선한 자, 거래한 자, 이익을 취한 자, 이를 비호하는 자들이 교차하고 있다"라며 "A씨의 무죄 판결을 통해 이 사회의 정의 안에서 여성 거래가 허용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당황스럽고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라며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가기 위해, 여성들이 살아가기 위해 A씨 사건부터 다시 판단하고 이야기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장자연, #조선일보, #무죄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