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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 3일 충남도의회는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가 폐지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폐지한 충남인권조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다시 부활했다. 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충남인권조례를 되살려 놓았다. 충남 인권조례가 폐지된 지 4개월 만이다.

지난 8일 우여곡절 끝에 3기 충남인권위원회가 출범했다. 3기 충남인권위원회는 충남 인권조례가 부활한 이후 처음으로 구성된 인권위원회이다. 충남인권위원회 3기 위원들은 이진숙 부뜰(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대표를 충남인권위원장으로 호선했다. 충남인권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충남, 충북, 대전, 강원도 등 중부권에서 여성 인권위원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인이나 대학 교수가 아닌 인권 활동가 출신이 인권위원장으로 선출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진숙 위원장은 "충남은 인권조례가 폐지된 유일한 지역이다. 인권조례가 붕 떠있어서는 안 된다"며 "적어도 충남에서는 주민들의 실제 삶 속에서 인권의 가치가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충남도 인권행정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촉진하고 견제 하겠다"며 "아름다운 선언에 머무르는 인권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지켜지는 '인권'을 중요한 과제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1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의 한 카페에서 이진숙 위원장을 만났다. 공세리성당으로 잘 알려진 공세리는 이진숙 위원장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이진숙 3기 충남도인권위원장.
 이진숙 3기 충남도인권위원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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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살짝 떨린다. 지난 1기와 2기 때보다는 한발 더 앞서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충남인권위 1기는 인권기본계획 수립과 인권행정을 위한 인식 개선 등 인권도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했다.

2기 인권위원회는 인권도정이 내실을 갖추고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하지만 2기 인권위원회는 어이없게도 인권조례 폐지 사태에 휘말렸다. 2기는 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한시민사회와의 연대, 전국광역인권위원회협의회와의 연대, 국가인권위와의 협력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인권조례가 새롭게 제정됐다. 3기 인권위원회는 바로 그 바탕위에서 탄생했다. 그에 따른 부담도 크다. 하지만 인권위원들과 합을 잘 맞춰 볼 생각이다. 또 인권위원회는 행정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양승조 충남지사와의 면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인권과 연결 된다"

- 일반 시민들 중에는 인권이란 개념을 여전히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인권이란 무엇인가.
"사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인권과 연결 된다. 충남은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조차 위협받고 있다. 충남도가 안고 있는 전국 최고의 노인 자살률 문제 역시 노인의 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 문제로 연결 된다. 농어업인과 도시민의 격차, 농업과 농촌의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이주민, 어린이청소년 등 우리 삶 절반은 인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로 대우 받아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결국 관계 속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지위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불평등한 위치에 놓일 때가 있다. 거기서부터 차별이 발생한다. 거꾸로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게 될 수도 있고, 갑질이나 혐오할 수도 있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부당한 대우를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 인권 의식의 출발이다."

- 충남인권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나는 여성이자 인권활동가로 충남인권위원장에 호선됐다. 그런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충남 인권위가 지역 사회의 과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충남도의 인권행정을 도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충남 인권조례에 규정되어 있는 역할과 권한을 좀 더 강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충남도에는 수많은 위원회가 존재 한다. 각종 위원회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다. 충남도의 노동정책위원회와 함께 충남도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문도 얻고 공부도 할 생각이다. 도정 전반에 걸쳐서 인권 감수성이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열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권위원들 중에는 1기와 2기 때는 참여하지 않았던 신입 위원들이 많다. 1기와 2기 인권위원들의 경험과 성찰의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져볼 생각이다."

"인권위원회 합의제 행정기구로 설치해야"

- 충남은 일부 기독교 단체의 주도 아래 인권조례가 폐지됐다. 이후 새롭게 인권 조례가 제정 되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존 행정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 물론 인권을 기반으로 한 민주적 통제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담당할 기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행정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지역 수준에서는 지역인권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지역 인권위원회는 심의 자문기구로 묶여 있다. 그것이 결정적인 한계이다. 인권위원회를 합의제행정기구로 설치하고, 위원회 산하에 인권센터를 두는 등 인권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넓혀야 한다."

-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해 달라.
"오는 10월부터 충청남도인권위원회는 전국광역지자체인권위협의회의 의장을 맡게 된다. 광역지자체인권위협의회는 광역인권위원회의 전국 협의체로 연대와 협력을 통해 모두가 인권을 누리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충남인권조례 폐지 과정에서 전국광역인권위협의회는 기자회견과 토론회, 국가인권위원장 면담을 진행하는 등 충남인권위회와 다각도로 연대했다. 이제는 우리 충남이 연대에 답하고 역할을 수행해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인권행정에서 타 지자체의 모범이 되고, 광역인권위원회의 연대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태그:#이진숙 , #이진숙 충남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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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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