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힙합에서 '쇼미더머니'는 가장 거대한 변수다. 시즌 1이 시작할 때만 해도, 이 프로그램에 동의할 수 없었던 많은 기성 래퍼들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나 시즌 2와 시즌 3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고, 많은 랩 스타들이 대중의 스타가 되었다. 비와이, 우원재 등의 랩스타가 발굴되는 기능도 있었다. 오히려 이센스나 허클베리피, 김심야 등 일부를 제외하면, 이 거대한 비즈니스에서 자유로운 래퍼가 몇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크루 대항전'이었다. 메타 크루와 D.O 크루로 양분되었던 시즌 2처럼 40 크루(스윙스, 키드밀리, 보이콜드, 매드 클라운), 그리고 BGM-v 크루(버벌진트, 비와이, 기리보이, 밀릭)가 대결하게 되었다. 신선한 출발인 듯 보였으나 방송이 시작된 이후,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한 순간이 여럿 이어졌다. G-Eazy의 'No Limit'을 '쇄빙선'으로 훌륭하게 재구성한 지조가 탈락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지난 24일에 방영된 5화 역시 많은 논란을 자아냈다.

랩도 못 해 보고 '방출'?
 
 < 쇼미더머니 8 > 5화 방영분 중

< 쇼미더머니 8 > 5화 방영분 중 ⓒ 엠넷


5화 방영분에서는 BGM-V 크루의 래퍼들과 40 CREW 래퍼들의 단체 랩 대항전이 펼쳐졌다. 배틀을 시작하기 전 크루 당 11명의 인원을 맞추기 위해 인원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머쉬베놈, 안병웅, YANU, 에이체스 등 총 9명의 래퍼가 무대를 떠났다. 엄연히 경쟁을 거쳐 상위 단계에 진출한 래퍼들인데, 랩을 해 보지도 못 하고 탈락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오히려 신예 래퍼 머쉬베놈은 팔로알토, YDG 등 특별 심사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호 펀치넬로와의 1대 1 배틀에서 승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크루 대항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패자부활전으로 돌아온 펀치넬로였다. 방출된 래퍼는 머쉬베놈이었다. 김승민을 꺾었던 YANU는 방출되었고, 릴타치를 꺾었던 에피텐드 역시 별 다른 이유 없이 방출되었다. 이 방출 과정에서 특별 심사위원들이 내린 결정은 무의미해졌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크루 대항전에 나서게 된 김승민은 기리보이가 리더로 있는 우주비행 크루의 멤버이다. 역시 함께 합격한 릴타치는 스윙스, 기리보이가 이끌고 있는 레이블 '위더플럭(WEDAPLUGG RECORDS)'의 소속 래퍼다. '이들을 살리겠다고 다른 래퍼들이 탈락한 것이 아니냐'며 의심섞인 눈길을 보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특별 심사위원분들은 이 무대만 보고 뽑지 않느냐'는 비와이의 발언도 회자되고 있다. 과거 시즌에서 한국 힙합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래퍼들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듯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판단 기준은 커리어가 아니라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 그 자체여야 한다. 그러나 비와이의 이 발언은 참가 래퍼가 오롯이 무대로만 평가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는 '진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한 장인가, 아니면 기성 래퍼들의 경연장인가? 이번 화에서 프로듀서들이 내린 결정은, 이미 상당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는 참가자들이 신예 참가자들보다 우대받는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쇼미더머니>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힙합신에서 명망이 높은 기성-프로 래퍼들이 여럿 참가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의 나플라가 그랬고, 이번 시즌의 영비가 그랬다. 프로듀서들 입장에서도 그 면면을 잘 알고 있는 래퍼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시즌에 대한 비난이 유독 거센 이유는, 프로듀서들의 결정에 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진흙 속의 진주를 찾는 기능보다 '인맥 힙합'에 충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쇼미더머니8>에 대한 여론은 그 어느 시즌보다 험악해졌다. 힙합팬들은 훌륭한 수준의 무대 뿐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주 방송될 음원 미션과 본선 무대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여론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열릴까? 이런 논란이 거듭된다면, <쇼미더머니>는 더 이상 박수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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