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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중 마지막 일정으로 우리 일행은 로마 시내 투어에 나섰다. 유럽의 중심 도시 로마는 고대 유물과 유적들이 한 곳에 밀집돼 있어 구경하기는 편리하지만 그만큼 많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서 로마 시내 투어를 할 때는 대체로 승합차를 이용하는 편이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트레비 분수

트레비(Trevi) 분수는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로마의 분수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이 분수는 1453년 교황 니콜라우스 5세가 고대의 수도였던 '처녀의 샘'을 부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사위 아그리파가 전쟁에서 이겨 귀환하던 중 목마른 병정들을 보자 빨리 샘을 찾도록 명령한다. 이때 병정들 앞에 한 소녀가 나타나 물이 있는 곳으로 그들을 안내해줬다는 게 샘의 유래다.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로마 트레비 분수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로마 트레비 분수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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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트레비 분수는 교황 클레멘스 12세 때 만들었다. 클레멘스 12세가 주최한 분수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조각가 니콜라 살비(Nicola Salvi)의 설계로 1732년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자금 부족으로 한때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거기다 분수 설계자인 니콜라 살비마저 생을 마감해 공사가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트레비 분수는 이런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주제페 판니니에 의해 다시 공사에 들어간다. 착공한 지 30년 후인 1762년 교황 클레멘스 13세 때, 흰 대리석으로 조각한 분수가 완성된 것이다.

트레비 분수는 로마에 현존하는 분수 중 가장 큰 규모다. 높이 25.9m, 너비는 19.8m이다. 트레비라는 이름은 트리비움(Trivium)이란 단어에서 따왔는데, 3개의 길이 만나는 지점에 분수가 있어서 지은 이름이라 한다. 그래서 트레비 분수를 우리말로 '삼거리 분수'라고도 부른다.

삼거리 분수라는 이름은 기원전 19년 아그리파 장군이 판테온 부근에 공중목욕탕을 만들면서 유래했다. 여기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로마에서 20km 이상 떨어진 '아쿠아 베르지네(Acqua Vergine)'에 수로를 설치해 물을 끌어들였다. 이 물을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그리고 나보나 광장에 있는 분수에 사용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트레비 광장에 세 곳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이렇게 불렀다는 설도 있다.

트레비 분수 한가운데는 포세이돈이 등장하기 전 바다를 지배한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Oceanus)가 거대한 조개 전차 위에 서 있다. 오케아노스 양옆에는 풍요의 여신이 항아리에서 물을 흘려보내는 모습과 평화의 신이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 석상으로 조각돼 세워져 있다.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로마의 분수 가운데 가장 큰 트레비 분수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로마의 분수 가운데 가장 큰 트레비 분수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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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밑 좌우는 바다의 신 트리톤(Triton, 포세이돈의 아들)이 오케아노스를 보좌하는 모습이다. 트리톤은 하늘을 향해 소라껍데기 나팔을 분다. 그리고 오케아노스의 전차를 이끄는 날개 달린 해마를 길들이고 있다. 왼쪽은 격동의 바다를, 오른쪽은 잔잔한 바다를 상징한다.

트레비 분수에 조각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말의 모습은 당대 장식적이었던 바로크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트레비 분수는 또한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분수로도 유명하다.

트레비 분수에는 이런 역사적인 기록 이외에도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다. 바로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일이다. 등을 돌려 왼쪽 어깨너머로 동전 한 개를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개를 던지면 사랑에 빠지고, 세 개를 던지면 결혼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더 많이 동전을 던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청계천이나 사찰 연못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재미로 하는 것이다. 누가 이런 아이디어를 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트레비 분수에 떨어진 동전 수입이 하루 3000유로라고 하니 적은 돈은 아니다. 수거한 동전은 지난 20년 동안 로마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에 기부해 소외계층을 돕는 데 사용했다. 앞으로는 문화재 보존과 시가 주관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쓰이게 된다.

트레비 분수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주위에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는데도 가이드가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몇 번이나 일러줬다.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져 주변 카페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일행들과 좌담을 나누었다.

대부분 연세가 드신 분들이라 영화 <로마의 휴일>에 출연한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의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헤어스타일을 삽시간에 전 세계에 유행시킨 공주 역의 오드리 헵번과 기자 역의 고레고리 팩의 코믹한 로맨스 장면을 연상하며 영화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했다.

로마 교통의 중심지,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스페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탈리아 로마에 무슨 스페인 광장이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페인 광장은 17세기에 로마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 본부가 이 자리에 있어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로마에서 가장 번화가인 이 광장은 1726년 프랑스 대사관의 기부로 지어졌다고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 유명해진 스페인 계단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 유명해진 스페인 계단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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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교통의 중심지인 스페인 광장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스페인 광장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영화 <로마의 휴일>이 한몫을 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 '젤라또'를 먹으며 즐거운 모습으로 계단에 앉아있던 장면 때문이다. 1953년에 만들어진 이 한 편의 영화가 스페인 계단에 지금도 엄청난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언덕에는 137개의 계단과 테라스 그리고 성당이 있다. 계단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모습도 볼거리다. <로마의 휴일> 영화 때문인지 계단 주위로 초상화 가게 또는 꽃 가게들도 많이 보인다. 거리에는 기타 등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계단의 맨 위에는 프랑스 왕 루이 12세의 명으로 1502년에 지은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이 있다. 그 언덕 아래 숲이 연인들의 밀회 장소였다고 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프랑스 신부들이 교황청에 요청해 프랑스 대사관에 자금을 대는 조건으로 아래쪽 언덕에 돌계단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건축가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트로에 의해 17세기에 세워진 대리석으로 만든 바르카치아(Barcaccia) 조각배 분수 모습
 건축가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트로에 의해 17세기에 세워진 대리석으로 만든 바르카치아(Barcaccia) 조각배 분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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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광장 부근에는 또 키츠와 셸리의 기념관이 있다. 그리고 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콘도티 거리에는 옛날 유명한 예술가들이 즐겨 모였다는 카페도 있다. 외국 손님들이 자주 찾는다는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 매장도 모여 있다. 광장에는 17세기에 대리석으로 만든 바르카치아(Barcaccia) 조각배 분수가 있다. 건축가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트로에 의해 세워졌다.

그런데 최근 외신 보도를 보면, 앞으로는 스페인 계단에 앉거나 누우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거나 계단 아래 분수에 있는 물도 먹지 못한다고 한다. 이를 어기면 정도에 따라 우리나라 돈으로 최고 54만 원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을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통제라는 불만과 불평도 있다. 하지만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참고문헌]

최도성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김지선 <바티칸 박물관 여행>
조영자 <재미있고 신비로운 지중해 3국과 유럽여행기>
정보상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태그:#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바르카치아(BARCACCIA) 조각배 분수, #스페인 계단, #영화 '로마의 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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