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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론사가 칭찬을 하면 보도를 안 하고, 그중에 부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만 골라서 기사를 내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억울한 게 많지만 하나하나 밝혀나가야죠. 전 멘탈(정신) 중무장 상태이니 걱정 마세요."
- 4일 <일요신문>이 "멘탈 중무장한 상태니 걱정 마세요" 조국 딸 문자 입수해보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 아무개씨가 최근 그의 대학입시 컨설팅을 담당했던 학원 강사 A씨에게 보냈다는 문자 내용 중 일부다. 안부를 묻는 선생님에게 조씨는 오히려 A씨의 건강을 염려했고, 조씨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부산대 의전원 성적표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불법' 임을 명시하고 있었다.
 
"제가 유급했고, 1-1 학점 정확히 알던데 그거 개인정보 불법유출이거든요. 저희 학교엔 이미 파다해요. 의원이 와서 부산대 교수가 몰래 제 성적표 뽑아줬다고."
- 4일 <일요신문>이 "멘탈 중무장한 상태니 걱정 마세요" 조국 딸 문자 입수해보니

<일요신문>에 따르면, A씨 역시 조씨에 대해 "고교 시절 조씨는 논문 없이도 고려대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며 "의전원에 들어간 후 남자 선배 하나가 심하게 치근덕거렸다고 한다, 그래서 학업에 전념할 수 없었다, 유급될 정도로 공부 못하는 학생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실 '멘탈 중무장'을 했다는 조씨의 위 문자 내용이야말로 이번 자신의 과거 입시와 관련된 폭로전과 보도 행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야당의 폭로 혹은 의혹 제기 이후 이를 무분별하게 수용, 선정적으로 포장하거나 또 다른 의혹을 들쑤시며 논란을 증폭하는 언론보도의 일면 말이다. 심지어 '불법 유출'은 아랑곳없다는 듯, 의혹 부풀리기가 우선인 .

이렇게 조씨의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내용을 온 국민이 강제로 알게 되는 상황이 정상일까. 이를 두고 조씨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지도교수이자 당시 학과장인 윤순진 교수는 지난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을 전하며 울컥하는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로 이렇게.
 
"생활기록부까지 그렇게 공개되는 걸 보고 제가 너무 놀랐어요. 그건 정말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서 처벌이 이루어져야 되는 불법 행위죠.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그 친구의 고등학교 성적, 대학 성적, 의전원 성적까지 지금 다 알게 된 이런 상황에서 그 젊은이가….

저는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예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이건 인권에 대한 유린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친구가 이걸 조국 후보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이걸 견뎌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아프고 기성세대로 미안했어요."

"자유한국당은 많이 즐겼던 거 같아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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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영어실력, 또 다시 반전'

5일 오후 한 포털에서만 7천 개 이상 댓글이 달린 기사의 제목이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 때 영어 실력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CBS노컷뉴스 기사의 요는 이렇다.

주광덕 의원이 조씨의 한영외고 재학 당시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고교 재학시절 영어 과목 성적이 형편없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다수의 입시 컨설턴트 및 입시 관계자, 한영외고 출신 고려대 학생이 "그렇지 않다", "당시 한영외고 내신은 일반고와 다르다", "충분히 고려대에 입학할 성적이다"고 반박했다는 내용이었다.

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입시 전문가 김호창씨 역시 조씨의 고대 입학 당시 성적에 대해 "실질적으로 봤을 때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비교과(성적)는 상당히 오버된 거죠, 오히려"라며 이런 추측을 내놨다. 한국당 의원들이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을 외면한 채 '불법'을 자행한 이유 말이다.
 
"사실은 이 학생이 고대를 부정 입학으로 들어갔느냐 아니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대단히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서 당시 외고 학생들이나 아니면 다른 학교, 한영외고도 사실은 졸업생들이 있으니까 알아보면 내신과 스펙들을 알 수가 있죠. 그리고 다른 학교들도 알 수 있어요. 충분히 하루 정도면 알 수 있습니다, 의원들이.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환경센터공학부를 어느 정도 갈 수 있느냐 저한테 물어 보면, 제가 거의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로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부분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민주당은 사실은 많이 무서웠던 것 같고, '이게 혹시나 부정이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고, 자유한국당은 정말 많이 즐겼던 것 같아요."

윤순진 교수 역시 핵심 의혹인 '조씨가 실력이 안 되는데 특혜를 받고 입학했다'는 주장에 대해 "직접 강의를 통해서 그 학생을 경험했다거나 이렇게는 안 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면서도 영어 성적 등을 예로 들며 "서울대 환경대학원 들어오는 게 녹록한 건 아니다"며 "우수해야지만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정아무개 교수 연구실이 있는 동양대 건물의 5일 모습. 검찰은 지난 3일 정 교수가 딸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정아무개 교수 연구실이 있는 동양대 건물의 5일 모습. 검찰은 지난 3일 정 교수가 딸이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때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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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선 대학들에선 '결정적 한방'을 찾지 못했던 걸까. 여야가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4일 부각된 조씨의 동양대 표창장 허위 수상 의혹 역시 앞선 입시 의혹이 제기되고 해소되는 과정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침묵을 지킨 다른 5개 대학 총장과 달리 동아대의 총장만이 언론(<중앙일보> 4일자 <조국 딸 받은 '동양대 총장상'..총장은 "준 적 없다">)과 언론 카메라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랄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조국(曺國) 후보자님, 조국(祖國)을 위해서, 조국(早局)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나라와 국민이 편안한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달 23일 한국교회언론회가 내놓은 '조국(曺國) 후보자님, 조국(祖國)을 위해서, 조국(早局)하시죠!'란 논평의 말미다. 여기서 '조국(早局)'은 빠른 사퇴를 칭한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이사장에 재직중인 단체로, 최근까지 '문재인 하야'를 주장한 전광훈 한기총 회장을 옹호하고 연세대를 향해 "난민, 젠더 강의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야는 5일 오후 줄다리기 끝에 최 총장을 증인에서 제외했다.

논란이 지속된 이날 오후, 청와대는 "그 당시 조 후보자의 딸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추천한 교수를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내일 청문회에서 그(에 대해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직접 진화에 나선 셈이다.

한국당의 '조국 데스노트'

한국당은 왜 '불법'까지 자행하며 조씨의 성적을 집요하게 파고드는가. 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한국당 지도부와 신보라 한국당 청년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뱉어낸 말들에 그 실마리가 담겨 있었다.
 
"조국 후보자 일가가 흔들어놓은 대학이 벌써 6개째이다. 고려대, 서울대, 부산대, 단국대, 공주대에 이어 이번에는 동양대이다. 자녀 한명의 입시에 이렇게 많은 대학이 조력하거나 이용당했다. 대학들이 조국 후보자 자녀 경력에 등장하는 상장, 장학금, 인턴십 등등의 진상을 조사하느라 행정력이 마비되고 압수수색까지 받는 실정이다. 가히 '조국발 대학 데스노트'이다."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 왜 교원단체가 주광덕 의원을 초중등교육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는지, 과연 해당 대학생들의 분노를 유발한 게 누구인지 되돌아 볼 일이다. "피해는 학생 몫"이라던 신 최고위원의 말을 살짝 바꿔서 돌려드리면 이러하다.

'자유한국당이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뒤흔든 대학이 벌써 6개째다. 조 후보자 자녀 한명의 입시를 털고자 수많은 대학을 이용했다. 대학들이 조국 후보자 자녀 경력에 등장하는 상장, 장학금, 인턴십 등등의 진상을 조사하느라 행정력이 마비되고 압수수색까지 받는 실정이다. 가히 '한국당발 조국딸 데스노트'다.'

이렇게 한국당은 한국사회의 아킬레스건인 교육과 입시 문제를 조 후보자와 후보자 딸과 연결 짓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고 조씨의 생활기록부를 공개하고, 자기소개서를 탈탈 털었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정유라=조국딸' 프레임을 넘어 어떻게든 이화여대 사태로 국민들의 공분에 불이 붙었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연결 짓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요즘 국민들께서는 최순실씨와 정경심 교수, 둘 중 누구에게 더 돌을 던져야 할까,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괴로워하고 계실 것이라고 본다. 정윤회와 조국 중에 누가 더 비난받을 사람인가. 그리고 최순실 문제가 드러나자 국민께 사죄하고 관계를 단절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제 많은 '조국(曺國)'을 끝까지 임명 강행하겠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누가 더 우리 국민을 절망시키고 계신가." - 정용기 정책위의장

"조국 게이트를 넘어서 문재인 정권 게이트"(황교안 대표)라거나 "정경심 교수를 구속수사하시라"(나경원 원내대표)는 주장까지 나왔다.

누가 '조국 딸'을 '제2의 정유라'로 만드는가 

결국 '조국 청문회' 증인으로 후보자 가족을 제외한 11명이 결정됐다. 이중 민주당이 신청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과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아무개 전 한영외고 유학실장, 신아무개 관악회 이사장 등 4명과 한국당이 요구한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와 정아무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까지 총 6명이 조씨 입시 의혹과 관련된 증인들이다.

11명 중 6명. 한국당이 근 3주간 물고 늘어진 조씨 입시 의혹과 관련된 증인의 숫자가 여타 펀드투자나 웅동학원 관련 증인을 압도한다. 야당과 언론이 조씨 입시 의혹에 '올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박지원 의원은 "내가 병원에 건강검진 받으러 갔는데 딸 데려다가 검진하는 꼴"이라 꼬집기도 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이 아닌 딸 검증에 몰두하는 작금의 한국사회가 과연 정상인가.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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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와 단국대 교수를 비롯해 조씨와 직접 관계됐던 이들의 인터뷰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 바로 '열심히'였다. 학업도, 봉사도 '열심히'였다고 한다. 5일 <연합뉴스> <동양대 총장 "조국 부인 '표창장 위임했다고 말해달라' 부탁"(종합)> 기사에서 소개된 정황을 참고해 볼 만 하다.
 
당시 고교생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동양대 A 교수는 "수도권 대학에서 경북 영주까지 찾아와 봉사활동을 한 대학생은 조씨뿐이었으며 다른 교수들도 조씨에게 표창장을 주는 데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A 교수는 "학교가 지리적으로 멀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조씨가 상당 기간 내려와서 학교 인근에 기거하며 봉사활동을 했다"며 "무료로 와서 봉사해주니까 주변 교수들이 해줄 수 있는 걸 찾다가 봉사상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 이게 문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입시와 고교, 대학입학, 장학금 수령에 어떤 부정과 특혜가 있었는지, 표창장을 허위로 받았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이 한 개인의 과거 입시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고, 봉사 활동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을까.

정치적·경제적 또 조직의 이익을 위해 불법과 오보, 강제수사까지 자행한 정치인, 언론인, 그리고 검찰 모두 기성세대로서 최소한 조씨에게 미안해하고 사죄해야 할 상황 아닌가. 조씨를 기어코 '제2의 정유라'로 만들려고 했던 이들이라면 특히나.  

태그:#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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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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