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극한직업>, <타짜>, <B급 며느리>,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신과함께>, <극한직업>, <타짜>,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CJ 엔터테인먼트 등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못다 한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먹다 보면, '우리 영화나 보러 갈까?'라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명절 연휴가 길면 길수록 극장에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2019년 추석은 대체 공휴일 없이 단 4일뿐이다. 짧으면 뭐 어떠랴. 짧으면 짧은 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만약 사정상 극장에 못 간다고 해도, 또 귀성-귀경을 하느라 특선영화를 놓친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옛날처럼 TV 앞에서 명절 영화를 보려고 대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고 보면 참 좋은 시대다.

누구에게는 풍성하고 즐거운 명절이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명절이 될 수도 있다. 만약 후자의 감정을 느꼈다면, 2019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줄 영화를 보는 건 어떨까. 이 글에서는 연휴를 맞아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5편의 영화를 추천한다.

<신과함께> : 동명 웹툰 영화화, '2편 연속 천만' 영화의 탄생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스틸컷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2부작으로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것이다. 웹툰의 인기 덕분에 뮤지컬로도 만들어졌으며, 바다 건너 일본에서 만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팬들은 개봉 전부터 '가상 캐스팅'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후 막상 캐스팅이 확정되자, 일부 원작 팬들로부터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색 과정에서 없어진 캐릭터인 '변호사 진기한을 살려내라'는 원성이 나왔고 평범한 회사원이던 김자홍의 직업을 소방관으로 바꾼 것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타인을 돕는 소방관의 직업 특성상 지옥은 프리 패스'라는 말도 나왔고, 이대로라면 흥행에 적신호가 켜진 듯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는 영화 개봉 후 싹 사라졌다. 심지어 이제 인기를 끌기 힘든 '한국형 신파' 설정도 이 영화에서는 큰 거부감 없이 용인되었다. 해를 넘겨 8개월 정도의 차이를 두고 1편과 2편이 개봉됐지만,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의 성공에 비해 다음 작품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일컫는 말) 없이 한국형 판타지의 서막을 알렸다.

1편 '죄와 벌'에서는 모성을 자극하는 눈물샘, 지옥을 관광하고 온 듯한 테마파크형 볼거리가 컸다. 그리고 2편 '인과 연'에서는 차사들의 선배였던 성주신의 등장과 함께 삼차사들의 과거가 밝혀지며, 부성애 스토리텔링으로 중심을 잡았다. 2편에서는 관객이 '폭풍 눈물'을 흘릴 장면이 줄어들었지만, 소소한 감동과 웃음 코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안정적인 영화가 됐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이후 나온 <신과 함께 - 인과 연>까지 흥행하면서 대한민국 최초로 시리즈 모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탄생했다. 원작의 탄탄함과 잘 빠진 각색의 힘을 입증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석되고 있는 효(孝)의 가치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세를 충실히 살자 다짐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실타래같이 얽힌 인연은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계속된다는 동양적 사상은 인생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반영한 축소판 같았다. 영화 속에는 코미디, 지옥 여행, 법정 드라마, 감동 코드가 총망라되어 있어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극한직업> : 역시 명절에는 코미디 공식이 통한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은 일 년에 두 번 있는 영화 명절 특수 중 2019 설 명절에 개봉해 뜻밖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다. 개봉 초반까지만 해도 누구도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의 고지를 넘을 거라 장담하지 못했다. 이미 시들해진 코미디 장르에 대한 선입견 탓일까? 연극 무대부터 오랫동안 실력을 쌓아온 류승룡을 중심에 세웠지만, 그마저도 < 7번 방의 선물 > 이후 티켓 파워를 입증하지 못하는 탓에 영화 <극한직업>을 향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이런 예상을 넘어 '명절에는 역시 웃고 떠드는 코미디'란 공식이 2019년에도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과속스캔들> <써니>의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지며, 자전적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스무 살의 '병맛' 코미디 <스물> 연출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었다. 꾸준히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준 B급 코미디를 상업적으로 잘 살린 시너지가 통했다. 실제 치킨집에 '갈비 통닭' 메뉴를 등판시켰고,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유행어를 만들었으며 이는 수많은 패러디에 활용되었다.

영화 <극한직업>은 오합지졸 마약반 5인방이 잡으라는 마약 밀반입보다 닭을 잡는 데 성공해 맛집에 등극하는 이야기다. 살아 있는 캐릭터들은 그동안 범죄, 수사물에서 보여주던 형사 이미지를 탈피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잡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끝나 있다. 오랜만에 웃음보 터지는 천연 비타민 같은 영화다.

더불어 영화 제목처럼 '과연 극한 직업은 누구일까' 해학적인 물음도 던져볼 수 있다. 죽음의 문턱을 왔다 갔다 하는 형사, 생존을 위해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장사하는 치킨집 사장님 중 '극한직업'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씁쓸하면서도 통쾌한 웃음이 교차하는 영화다.

<타짜> 1편 : 타짜 시리즈 '전설'의 시작
 
 영화 <타짜> 스틸컷

영화 <타짜>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지난 2006년 9월 개봉한 <타짜>는 타짜 시리즈 중 가장 호평을 받는 영화이며 568만 관객을 기록했다.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로 출간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만화 싱크로율을 그대로 살린 맞춤형 배우 캐스팅이 인상적이었다. 재미로 잡은 화투패가 평범한 청년 고니(조승우)의 인생을 뒤집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영문도 모른 채 전문 도박꾼에게 걸린 고니는 평생 일해 모은 돈을 날리고,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에게 본격적으로 화투 기술을 배운다.

<타짜>는 만화의 인기로 영화화 논의가 일찌감치 거론된 작품이다. 특히 영화를 살린 8할은 최동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인데, 그는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한 후 두 번째 영화 연출작으로 <타짜>를 선택했다. 화려한 화투판에 '욕망'이란 테마로 모인 캐릭터 간 시너지가 빛났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고니를 비롯해, 그의 스승 평경장, 화투계의 입담 고광렬(유해진), 그리고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유행어의 장본인 정마담(김혜수)까지 주요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 움직였다. 여기에 '절대악' 타짜 아귀(김윤식)와 아귀 때문에 짝귀란 별명을 갖게 된 짝귀(주진모)도 등장한다.

11일 개봉한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는 짝귀의 아들 '일출(박정민)'이 주인공이다. 1편과 2편의 종목이 화투였다면 이번에는 포커다. 누구도 패를 까보기 전까지 속단할 수 없는 카드처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엎치락뒤치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믿지 못할 타짜들의 심리전이 백미다.

<타짜> 시리즈는 도박판을 인생에 비유해 다양한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주의 요망' 영화이기도 하다. 명절에 흔히 가족이나 친구끼리 모여 화투를 치기도 하는데, 이때 영화 <타짜>를 떠올리며 고니로 빙의해서는 안 된다. 판을 키우거나 감정을 지나치게 이입해 흔들려서도 안 된다. 그랬다가는 쌓인 스트레스 타파가 아니라, 스트레스 쌓고 후유증까지 덤으로 얻어 갈지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 제발 명절에는 화투든 카드든, 반드시 재미로만 치자.

< B급 며느리 > : 명절이 다가오는 게 제일 싫은 사람은?
 
 영화 <B급 며느리> 스틸컷

영화 스틸컷 ⓒ 에스와이코마드 , 글뫼(주)

 
< B급 며느리 >는 "명절 때 시댁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라고 당당히 말하는 며느리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다소 평범한 결혼을 해서 비범한 고부갈등을 겪을 줄 몰랐던 주인공의 남편이다.

한국에서 절대 불변처럼 여겨지는 관계가 있다. 바로 평행선처럼 좁혀질 줄 모르는 고부갈등이다. 명절 때 급증하는 이혼 사유가 바로 시댁과의 갈등이란 통계치도 있다. 누가 뭐래도 명절이 제일 싫은 사람은 아마도 '며느리'일 것이다.

자신의 불행을 갈아 넣어 '에밀레 다큐(?)'를 만든 선호빈 감독의 '웃(기면서도 슬)픈' 영화 < B급 며느리 >는 독립영화계의 '사랑과 전쟁'이다. 실제 남편과 아내, 어머니와의 삼각관계를 다뤘기에 공감을 크게 얻었지만, 실제 고부갈등을 겪은 이들에게는 '재탕 삼탕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양날의 검을 쥔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4년간의 촬영 기간으로도 다 채우지 못한 고부관계를 잘 압축해 한 편의 영화로 내놨다. 가족의 불편한 사생활을 담는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화를 선택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에는 며느리인 진영씨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있다. 그만큼 시어머니들 입장에서는 크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혹 그렇더라도,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입장을 반추하는 계기를,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계란 어느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모두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해주는 영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연휴 스트레스 다 날려 버리는 액션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영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연휴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한 방에 날려 버리기에 제격인 영화다. 1979년 <매드맥스> 원작의 감독인 '조지 밀러'가 30년 만에 다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독특한 이력의 영화이기도 하다. 자기 영화를 자기가 리메이크 했는데도 자신의 이전 작품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걸작이다.

영화의 배경은 세계 각국의 이권다툼으로 지구상의 모든 핵무기가 터져버린 22세기다. 이 와중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물과 기름의 지배자 임모탄 조(휴 키스-번)의 지배 아래에서 척박한 삶을 살고 있다. 이때 아내와 딸을 잃고 사막을 떠돌던 전직 경찰 맥스(톰 하디)와 폭정에 반기를 든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임모탄 조의 수하들에게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무엇보다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 배경으로 삼아 1979년에 시도하지 못한 화끈한 액션과 영상미를 실현했기에 더 인상적이다. 특히 사막에서 벌이는 카 체이싱 장면이 일품이다. 차량 추격전은 단순 CG가 아닌 150여 대의 자동차로 직접 찍어낸 장면임을 기억하면서 보면 더욱 놀라울 것이다. 감독의 손맛과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작품인 셈이다. 극 중 '빨간 내복'이라 불리던 기타리스트의 광기 어린 메탈 연주가 메마른 붉은 사막과 매우 잘 어울렸다.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비주얼 쇼크였던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력은 '(캐릭터상) 누가 더 미쳤나'를 경쟁하는 듯하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탄 조의 여인들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희망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미친 세상의 권력자인 임모탄 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저격수들 또한 여성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속도감은 완벽한 전설의 부활을 알렸다. 질주와 추격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메탈 사운드와 만나 고장난 브레이크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다. 심장과 몸이 요동치는 120분 동안의 말초적 쾌감을 연휴의 끝자락에서 경험해보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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