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반(反)문재인-반(反)조국 연대'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대응하는 '공동전선'을 본격적으로 꾸리기 시작했다. 황교안 대표는 10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 파면과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의 독선과 이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려면 결국 자유·민주 기치 아래에 모든 세력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면서 "자유대한민국을 세우고, 가꾸고, 지켜오신 자유민주시민과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세대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곧이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았다. 손 대표는 이날(10일) 성명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임명 철회' 결단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 대표는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가 '조국' 아니겠나. 그 문제에 관해서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정당이 함께 힘을 합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반문·반조연대'의 구체적 대응 방향에 대한 논의는 '아직'이었다. 황 대표는 "(오늘은) 큰 방향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해보기로 했다"면서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큰사진보기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장에 "조국은 유죄다. 범죄 장관 임명 철회하라."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반문(재인)연대, 반조국연대가 구성돼야 한다"면서 "해임건의안·국정조사·특검과 관련해 물밑에서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 절반 이상이 분노한 민심, 불공정·부정의한 현실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 3중대를 자처하느냐, 아니면 정의와 공정의 세력에 같이 하느냐는 그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저항권' 거론한 유승민·삭발식 진행한 이언주... 다시 뭉치는 보수

바른미래당과 일부 무소속 의원들은 이에 호응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미 '조국 해임건의안' 등에 대한 적극적인 공조 방침을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한국당, '조국 사퇴' 여론전... 바른미래당은 '해임건의' 표계산 )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조국) 임명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다수를 확보해 조국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비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의 창업주주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 강행은 국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지금부터 국민의 저항권으로 이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큰사진보기
▲ 삭발한 이언주 "문대통령 아집으로 민주주의 타살"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함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타살됐다"고 선언한 뒤 삭발식을 진행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보수성향 무소속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반문·반조국 연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세력들이 힘을 합해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이 민심을 이렇게 계속 무시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정권퇴진운동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이 함께 투쟁연대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저도 그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국 반대' 함께 했던 평화당·대안정치연대 "정치공세 이제 그만"

반면,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는 이들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해임건의안·국정조사·특검 추진 등은 물론, 장외 선전전까지 나서는 보수 야당을 향해 '정치 공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한 것은 분명 무리수이지만 장관 하나를 두고 한 달이 넘도록 국론이 분열돼 있는 것도 분명 비정상이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을 살리는 민생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주현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민주평화당은 관심이 없다"며 "해임건의안은 정치공세이다. 그 모든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기 때문에 민주평화당은 오직 민생의 길만 열겠다"고 밝혔다.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비롯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있는데 정치적 셈법으로 좌충우돌하며 부실 청문회를 한 정치권이 (이 문제를) 정치적 정쟁으로 접근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해임건의안은 실효성이 없다. 이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입장을 잘 알면서도 강행했는데 이제 와서 해임을 건의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특검과 국정조사 역시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만약 미진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때 가서 추진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 모두 모아도 해임건의안 가결 어렵다

결과적으로, '반문·반조 연대'는 보수 양당만의 참여로 끝날 공산이 큰 셈이다.

이 때문에 당장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전제로 한 해임건의안 역시 시도조차 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국당·바른미래당 의석 수는 총 137석(바른미래당 소속 장정숙 의원은 대안정치연대 수석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공화당 홍문종·조원진 의원과 보수 성향 무소속 서청원·이정현·이언주 의원을 더 하더라도 142석에 불과하다. 현 국회 재적의원 과반 수인 149명에 못 미치는 것.

무엇보다 해임건의안은 국회에서 가결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9월 김재수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