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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배 아파."

중국에 있다 보면 가끔 한국 음식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다행히도 상하이는 한국 교민들이 많아 한국 음식점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과 같은 맛을 내는 자장면집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아는 형이 데리고 갔던 한국식 자장면을 만드는 집이 생각났습니다. 오늘따라 갑작스레 자장면을 너무 먹고 싶었지만 얇은 주머니 사정이 생각났습니다. 학교 식당에서 먹는 비용에 비해 아무리 적게 들어도 2배는 주고 먹어야 했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비용만 두 배일 뿐 아니라 자장면 한 그릇 값이면 학교 식당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있을 때 혼자서 시켜먹던 자장면의 맛이 생각나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장면집으로 향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자장면 한 그릇에 20원이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해보니 대략 2600원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얼마 안 되었지만, 학교 식당에서 그 돈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돈이었기에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온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과감하게 자장면 한 그릇을 시키려는 순간 이번에는 탕수육이 또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걸 보는 순간 전 아마도 이성의 끈을 놓친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탕수육도 달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가장 좋아했던 메뉴가 만원 안팎에 탕수육과 자장면 등을 묶은 세트였기에 탕수육 그림을 보는 순간, 시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시키고 나니 그제야 제가 현재 자금 사정에 비해 과분한 음식을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미 시킨 거 열심히 잘 먹자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탕수육이 나오자 천천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탕수육은 남겨도 싸갈 수 있지만 자장면은 남으면 싸가기가 애매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남은 음식을 싸가는 문화가 잘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자장면이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자장면을 다 먹고 나서 이제 탕수육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배부를 것이라는 제 걱정과 달리 정말 빠른 속도로 탕수육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습니다.

80%가량 탕수육을 먹고 나니 배가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부르니 그만 먹을 것인지 아까우니 끝까지 다 먹을 것인지 말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는지라 싸가기도 다소 애매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식 자장면을 파는 곳이라 그런지 제가 처음 식당에 들어갈 때만 해도 없던 한국인들이 제 주변 식탁에 많이 앉아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많다 보니 괜히 점원에게 음식을 싸달라는 말을 하기가 다소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배가 조금씩 불러왔지만 아깝다는 생각에 열심히 탕수육을 입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다 먹는 순간 약간의 성취감은 들었지만 곧 불쾌함이 밀려왔습니다. 배가 부르기는 한데 지나치게 불러서 속이 불편하기까지 한 것이었습니다.

평상시와 달리 갑작스레 너무 많이 먹었던 탓인가 봅니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학교 기숙사까지는 잘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하게 먹은 탓인지 배가 제대로 소화를 시키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먹은 것이 다 가라앉기도 전에 제 몸속에 들어와 있던 탕수육과 자장면들은 배설물이 되어 제 몸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아픈 배가 가라앉자 기분이 다시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쩐지 헛돈을 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식당에서 간소하게 먹을 때는 참 불쌍하게 먹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적정선으로 먹는 경우가 많았기에 배가 심하게 아팠거나 먹고 나서 돈이 아까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잘 먹고 나니 배도 아프고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속상했습니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더니 제 욕심이 너무 과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생각하던 중 저는 다음부터 지나친 욕심을 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확실히 했습니다. 탕수육 그림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주문을 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중국에도 우리나라 탕수육과 비슷한 종류의 음식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자장면집 탕수육보다 고기 씹히는 맛이 훨씬 있어서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자장면집 탕수육 먹기 싫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했던 바로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가격은 사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식탐이 많은 저이기에 얼마 안 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그래서 가슴 속에 열심히 이 말을 새기고자 합니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덧붙이는 글 | 다음번에는 중국에서 맛볼 수 있는 탕수육과 비슷한 음식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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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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