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 KBS

 
"KBS 프로그램에서는 위키트리를 '기생언론'이라고 비하하고 있습니다. 위키트리는 자체 수익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성 언론매체들은 자체 수익 기반이 취약해 기업체들로부터 광고도 제대로 게재하지 않으면서 악의적 보도를 자제하는 조건으로 보험료처럼 광고료를 받아냅니다."

15일 오후 '소셜 뉴스' 매체 <위키트리>는 같은날 오후 방송 예정인 KBS 2TV <저널리즘 토크쇼J>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 방영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장문의 글로 항변한 것이다.

그러면서 <위키트리>는 "위키트리는 인사이트와 전혀 다르다"며 "위키트리는 엄정한 원칙을 가지고 온라인 사회를 대상으로 뉴스 서비스를 하는 언론매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입장문은 광고 수익과 관련한 기성 언론에 대한 공격, 인사이트와의 차별성 부각, 약 5년 전 발표한 '위키트리 뉴스 스토리텔링 가이드라인' 등 언론매체로서의 정체성 호소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저널리즘 토크쇼J>에 출연한 전직 <위키트리> 기자의 생각은 좀 다른 듯했다.

"사실 저는 그 회사를 퇴사하고 언론사 경험을 하면서 이제 <위키트리> 기사를 보지 않거든요. 이게 정말 사실인가 확인하고 썼는지를 모르니까. 지금 모습을 보면 (<위키트리>는) 언론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언론의 역할을 고민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널리즘 토크쇼 J> 'SNS 파고든 기생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은 <위키트리> <인사이트> 등 SNS를 기반으로 진화한 황색 언론, 일명 '기생 언론'의 실태를 짚었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자랑 중인 이들 언론들의 행태는 가히 문자 그대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한 영향력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 KBS


'독자적 취재가 아닌 다른 언론사 기사나 네티즌들의 글을 짜깁기해 기사를 생산하는 매체.' <저널리즘 토크쇼J>가 규정한 '기생 언론'의 정의다. <위키트리>는 2010년 '한국형 큐레이션 뉴스'를, <인사이트>는 2014년 '한국의 허핑턴포스트'를 표방했다. 한국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안착하고 세를 키워가던 시기였다.

이후 '연성뉴스', '연성화된 뉴스'를 주요 무기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을 앞세운 기사들로 소셜 미디어를 장악했고, 특히 10대와 20대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매체로 성장했다. 방송 후반부 제작진이 밝힌 두 매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은 실로 놀라웠다.

특히 기존 뉴스와 커뮤니티 게시글을 바탕으로 '소셜 미디어'에 기생해 온 두 매체는 '미디어 소비자가 불신하는 매체' 1, 2위를 차지하면서도 그 영향력만큼은 줄지 않았다. 지난해 <미디어오늘>이 대학생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미디어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위키트리>와 <인사이트>가 불신하는 매체 1,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인사이트>의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숫자는 614만 명이다. SBS 106만 명의 6배, KBS 62만 명의 10배 수준이다. 이 수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널리즘 토크쇼J>가 직접 찾아간 한 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의 답변 역시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 다수가 "자극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매일 2~3회씩 두 매체의 기사를 접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정 패널인 정준희·강유정 교수는 두 매체의 폐해를 이렇게 짚었다. 

"연성뉴스가 아니라 연성화가 문제다. 모든 걸 연성화시키는 독특한 매커니즘이 문제인 것이고. 클릭을 많이 유도하기 위한 결과물(기사)에는 굉장히 단편적이고 왜곡된 정보가 광범위하게 자리 잡도록 만드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다."(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

"언론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보다 나쁜 기능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문제를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나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라고도 볼 수 있는데, 사실의 핵심을 보는 게 아니라 사실의 윤곽을 제시한 다음에 그 안을 독자가 채우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사 언론들은 언론의 부정성을 정체성으로 갖고 있다. '연성 뉴스니까 소비하고 말자' 하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언론의 역할, 고민할까?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 KBS


단 2분 만에 소셜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사 하나가 작성됐다. 해당 매체 기자들은 이런 기사를 하루에 10개도 넘게 뽑아낸다고 했다. 기자들은 하루 할당량을 채워야 했고, 매체의 대표는 '얼마나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가'에 기준을 두고 기사를 승인했다.

두 매체의 전직 기자가 들려준 실상은 이들을 과연 '기자'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의심케 했다. 전 <위키트리> 기자는 "(다른 기사를) 베껴 쓰기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터넷 뉴스를 문장만 매끄럽게 가공해서 올렸다"고 털어놨다.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이들은 스스로 '기사를 쓰는 로봇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기사들을 썼을 때 '이런 것도 기사냐?', '이러니까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 듣지' 이런 댓글이 달려 있다. 나는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하는 거지? 기사를 양산해내는 로봇인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도 많이 했다. 그게 자괴감으로 이어졌다." (전 <인사이트> 기자)

그렇다면 두 매체는 왜 이러한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을까? <저널리즘 토크쇼J>가 전자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한 두 매체의 성장세에 답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키트리>의 매출액은 2014년에 12억 4000만 원에서 2015년 약 32억 5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인사이트>는 2016년 37억 원에서 2018년 87억 원으로 역시 두 배 이상 뛰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영향력 증대와 매출액이 비례한 셈이다. 정 교수는 여기서 영업이익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 <위키트리>가) 투자해서 벌어들인 매출 가운데 실제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는 비율이 40~50%다. 일반적인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0%도 나오기가 어렵다. 5% 정도만 돼도 잘하는 정도인데, 매출의 절반을 이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방송에서는 특히 <인사이트>의 기업 관련 기사들을 짚었다.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업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는 것. 이날 방송에 출연한 한국광고주협회 곽혁 상무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게 사실인 것처럼 포털 사이트에 계속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해당 매체에서) '성의를 보여야 되지 않느냐'라는 식으로 나온다. (그렇게 그런 매체들은) 부당한 광고나 협찬을 얻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인사이트> 측은 <저널리즘 토크쇼J>의 취재를 한사코 거부하는 듯 보였다.

결국은 돈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15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SNS 파고든 기생 언론, 언론인가 공장인가' 편의 한 장면 ⓒ KBS


이렇게 '기생 매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다수 대중의 일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는 비단 10대, 20대 초반 젊은 세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정적인 뉴스는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폭넓게 소비돼 왔다.

문제는 전통적인 매체 플랫폼과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대신 연성화된 뉴스'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언론으로서의 고민을 내팽개친' 이들 매체가 언론 환경 전체의 질적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들의 '부'를 추구하는 동시에 말단 구성원들을 착취하면서 말이다.

아래와 같은 정준희 교수의 지적에도, 이들 매체가 과연 기성 언론의 관행만을 지적하며 당당함을 과시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더욱이 입장문을 발표한 <위키트리>와 달리 <인사이트>는 왜 말이 없는가.

"사실 이 노하우라고 하는 게 그렇게 엄청나게 혁신적인 노하우가 아닌 게 문제거든요. 이거를 제외하고는 사실 피 빨아먹는 구조라는 거죠.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고 그다음에 미숙련 노동을 시키고 이런 식으로 해서 일부가 수익을 점유한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거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궁극적으로 보면 결국은 사람들이 이게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내가 먼저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남이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든 마사지해서 하면, 어떻게든 자극적으로 하면 이긴다고 하는 것이 사회적 표준이 되어버리면 이거는 사회적 스탠다드가 낮춰지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널리즘토크쇼J 위키트리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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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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