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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상도와 하도를 잇는 사량대교와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출렁다리, 상도와 하도를 잇는 사량대교와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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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서 살아온 나에게 있어 섬은 늘 낭만으로 자리잡고 있다. 바다와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섬사람들은 팔자 늘어진 소리 한다며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일상의 단조로움을 털고 삶의 유쾌함을 찾고 싶을 때면 배를 타고 달콤한 꿈의 섬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지난 19일,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사량도(경남 통영시 사량면) 상도 산행을 나섰다. 오전 7시 40분 창원 밤밭고개서 출발해 고성 용암포선착장에서 9시발 풍양카페리에 올랐다. 여기서 20분 정도 가면 사량도 상도 내지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는 금북개서 산행을 시작하여 지리산(397.8m) 정상에 오른 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불모산 달바위(400m), 가마봉(303m), 연지봉(295m), 옥녀봉(281m)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대항마을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지리산(397.8m) 정상에서 바라다본 풍경이 아름답다.
 지리산(397.8m) 정상에서 바라다본 풍경이 아름답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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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길 따라 조금 걸어가다 보면 지리산 등산로 푯말이 보이면서 산길로 접어든다. 어느새 정겨운 내지마을 집들이 내려다보이고 동백섬이라 불리는 수우도가 꿈꾸듯 바다에 누워 있었다. 꽃이 층층으로 달려 있는 보라색 층층이꽃, 마치 하얀 밥풀 두 알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꽃며느리밥풀도 군데군데 피어 있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섬과 섬을 다섯 개의 다리로 잇는 창선-삼천포대교와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아스라이 보이고 돈지마을을 품고 있는 바다 위에는 햇빛 부스러기들이 곱게 내려앉았다. 상도의 대표적인 산이라 할 수 있는 지리산 정상에 이른 시간은 오전 11시 20분께. 맑은 날이면 지리산이 보인다 해서 본디 지리망산이라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지리산으로 줄여 부르고 있다. 일행들과 함께 정상 나무 그늘에 앉아 맛있는 점심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량이란 섬 이름에는 뱀에 얽힌 사연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여기에 뱀이 많이 서식했다는 말도 있고, 상도와 하도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긴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세를 이룬 것에서 유래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사 박문수가 고성 문수암에서 바라보니 마주하는 두 섬의 모습이 짝짓기 직전의 뱀의 형상을 닮아 '뱀 사(蛇)' 자를 써서 '사량도'라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불모산 달바위에서.
 불모산 달바위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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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상에서 불모산 달바위까지는 2.1km. 일행들의 뒷모습이 내게 그림 같은 풍경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나 또한 이들에게 그림 같은 풍경이 되기를 바라면서 계속 걸었다. 어느 순간 상도와 하도를 잇는 사량대교가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면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다리가 '출렁', 내 마음도 '흔들흔들'

5년 6개월 공사 끝에 2015년 10월에 개통된 사량대교는 2주탑 대칭형 사장교로 먼 거리에서도 그 아름다운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후 1시 20분께 불모산 달바위에 도착했다. 빗물이 고여 있는 자그마한 웅덩이에 올챙이들이 많이 보여 신기했다. 낮은 지대도 아닌데다 울퉁불퉁한 달바위에 어떻게 올챙이들이 서식하게 됐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사량도 산행길에서는 독특하게도 세로로 켜켜이 쌓아 놓은 듯한 날카로운 돌들이 쉽게 눈에 띈다. 더욱이 바위 능선이다 보니 조심스레 걸어야 하는 길들이 많다. 갈증도 나고 해서 대항갈림길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시 쉬었다. 밤새 냉동실에 얼린 시원한 파인애플을 건네준 일행 덕분에 피로도 가시는 듯했다.
 
가마봉(303m) 정상에서 내려오는 철계단은 경사가 매우 급하다.
 가마봉(303m) 정상에서 내려오는 철계단은 경사가 매우 급하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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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 출렁다리
 사량도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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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는 없던 기다란 계단들이 많이도 생겼다. 가마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지금은 계단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오래 전에는 로프 구간이었다. 위험스레 보이던 겉모습과 달리 로프를 잡고 올라가면서 오히려 재미있던 기억이 난다. 가마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철계단 또한 지레 겁먹는 산꾼들이 더러 있을 정도로 경사가 매우 급하다.

가마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라다보이는 바다 경치가 너무도 환상적이라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출렁다리, 사량대교와 어우러진 파란 바다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내 마음을 온통 흔들어 댔다.

사량도 출렁다리는 여전히 가슴 설레게 한다. 2013년 연지봉과 향봉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1구간이 39m, 2구간은 22.2m로 전체 길이 61.2m, 너비는 2m이다. 예전에 로프를 꽉 움켜잡고서 거의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후들후들 떨며 올라가고, 암벽에 축 늘어진 줄사다리를 한 발 한 발 딛고 내려와야 했던 연지봉의 기억들이 이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됐다.
 
출렁다리를 건너 옥녀봉(281m)을 향해 가는 길에.
 출렁다리를 건너 옥녀봉(281m)을 향해 가는 길에.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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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께 슬픈 전설을 품고 있는 옥녀봉에 올랐다. 옛날에 아버지와 단둘이 외딴집에서 살고 있던 옥녀가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만 욕정에 눈이 멀어 그녀를 범하려 하자 이곳 꼭대기에 올라와 몸을 던져 죽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번듯한 정상 표지석이 없었을 당시에는 옥녀봉 위치를 두고 산꾼들 말이 제각각이었다. 괜스레 하는 이야기였는지 모르겠으나 심지어 옥녀봉의 기가 너무 세어서 마을 주민들이 표지석을 세우지 못하게 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은 정상 표지석이 두 개나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사량도는 언제나 내겐 달콤한 꿈의 섬이다. 아슬아슬한 바위 능선을 타는 산행의 묘미에다 두 섬을 잇는 사량대교의 아름다운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자동차로 사량대교를 건너 하도를 한 바퀴 돌고서 사량도를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

태그:#사량도, #사량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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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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