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만 해도 이 선수는 올 시즌 내내 부진으로 인해 고생하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이 끝난 시점에 이 선수는 당당히 투수 부문에서 타이틀 하나를 당당하게 따냈다. KIA 타이거즈의 왼손 선발투수 양현종의 이야기다.
 
 8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한 KIA 양현종

KIA 양현종 ⓒ KIA 타이거즈

 
2019 시즌 KBO리그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 2위였던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이 9월 28일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을 치렀다. 린드블럼에게도 평균 자책점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은 남아있던 상황이었지만, 결국 마지막 기회에서 순위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28일 기준으로 KIA가 정규 시즌 144경기를 모두 마쳤고, 두산의 린드블럼도 향후 등판 간격을 감안하면 정규 시즌에 더 이상 등판할 수 없고 포스트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이에 양현종은 KBO리그 2019년 정규 시즌 선발투수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 1위를 확정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초반 부진, 4월 4경기 3패 ERA 9.82

시즌 첫 등판에서 양현종은 LG 트윈스를 상대로 6이닝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다만 1실점하고도 패전투수가 되면서 KIA는 올 시즌 힘든 여정을 암시하는 계기가 됐다.

시즌 2번째 등판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양현종은 6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개막 2연패를 당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이닝 7실점으로 초반에 무너지며 시즌 평균 자책점이 9.00까지 치솟았고, NC 다이노스를 상대로는 8이닝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고도 패전을 당했다.

시즌 5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4월 17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4이닝 3실점 조기 강판, 6번째 등판이었던 키움 히어로즈 상대 등판에서도 4.1이닝 7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양현종의 시즌 평균 자책점 8.01로 4월을 마쳤다. 4월 4경기 중 3경기에서 심각한 부진을 보이는 바람에 4월 성적만 봤을 때는 4전 3패 평균 자책점 9.82였다.

5월이 되면서 양현종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5월 첫 등판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7번째 등판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러나 이후 2경기에서 각각 7이닝 1실점 패전을 당하면서 첫 9경기까지 1승 7패를 기록하게 됐다.

당시 KIA는 방향을 잃고 추락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득점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시즌 최다패 투수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KIA는 한때 최하위까지 처졌고, 김기태 전 감독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월 16일 경기를 끝으로 자진 사퇴했다. 10구단 체제에서 잠시나마 10위까지 떨어진 것은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이었다.

더 강해진 양현종, 5~6월 7경기 연속 승리

그러나 양현종의 부진은 거기까지였다. 부진에서 탈출한 양현종은 5월 첫 등판부터 6월 23일 LG와의 경기까지 무려 10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이 기간 3실점 이상 경기는 한 번도 없었고, 이 10경기 중 7경기는 7이닝 이상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였다.

최다패 순위에 올라있던 승률 걱정도 점차 사라졌다. 더 강해진 양현종은 5월 19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부터 6월 23일 경기까지 7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면서 7경기 연속 승리 기록을 이어갔다.

5월 6경기에서 4승 2패 평균 자책점 1.10을 기록하면서 양현종은 시즌 평균 자책점을 8.01에서 4.04까지 절반이나 낮추고 5월 월간 MVP를 수상했다. 6월에도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 자책점 1.69를 기록하면서 6월을 마친 시점에서 평균 자책점은 3.31까지 내려갔다.

7월에도 첫 2경기에서 각각 6이닝 1실점, 7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양현종의 평균 자책점은 3.02까지 내려갔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롯데 자이언츠에게 6이닝 6실점 패전을 기록했으나 3자책 퀄리티 스타트였고, 평균 자책점이 3.09로 소폭 상승하면서 전반기를 마쳤다.

후반기 9경기 6승 무패, ERA 타이틀 1위 획득

7월 26일 양현종은 두산의 린드블럼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양현종은 6구 만에 1회를 마쳤지만 비로 인해 노 게임 선언이 되면서 큰 볼거리를 제공할 뻔했던 경기는 없던 일이 됐다.

우천 노 게임으로 한 번 액땜한 양현종은 이후 9경기에서 6승 무패를 기록했다. 후반기 첫 등판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평균 자책점은 3.09에서 드디어 2.92가 됐다.

8월 4일 NC와의 경기에서는 2피안타 7탈삼진의 압도적인 투구로 완봉승까지 기록한 양현종은 후반기 9경기에서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만 2실점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8경기에서는 1실점 이하의 압도적인 투구를 기록했다.

실점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평균 자책점이 급격히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8월 5경기에서 3승 무패 0.51(35.1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8월까지 시즌 평균 자책점은 2.40까지 내려갔다.

9월 3경기에서도 2승 무패 1.35를 기록하며 양현종의 시즌 최종 평균 자책점은 2.29가 됐다. 9월 11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3피안타 7탈삼진으로 시즌 2번째 완봉승을 기록하며 평균 자책점이 2.25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마지막 등판에서 5이닝 2실점으로 다소 일찍 내려가면서 2.29로 살짝 상승했다.

29경기 184.2이닝 16승 8패 평균 자책점 2.29를 기록하면서 양현종은 2015년(2.44) 이후 4년 만에 평균 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했다. KBO리그에서 5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던진 왼손 투수는 양현종이 역대 최초였다.

29일 경기에서 린드블럼이 평균 자책점 타이틀을 양현종으로부터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최소 7.1이닝 이상 무실점을 기록해야 2.28을 기록할 수 있었다. 린드블럼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한화의 타선을 잘 막았으나, 6회에 무너지며 5.1이닝 4실점으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정규 시즌은 일찍 마감, 프리미어 12 준비하는 양현종

양현종은 9월 17일 NC와의 경기에서 5이닝 2실점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18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2019년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KIA가 정규 시즌 최종 순위 7위를 확정하게 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은 실패했기 때문에 양현종은 사실상 시즌을 마감했다고 볼 수 있다.

KIA의 시즌은 끝났지만 양현종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11월에 개막하는 프리미어 12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기 때문에 올해 양현종이 아직 공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다.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양현종은 끝까지 1군 선수단과 함께 다니며 배팅볼 투수를 자청하는 등 동료들의 훈련을 도왔다.

올 시즌 대체 수준 대비 승리 기여도(이하 WAR)에서 양현종은 7.44로 투타 통합 1위에 올랐다(2위 린드블럼 7.28). 린드블럼이 20승 3패(194.2이닝 ERA 2.50)로 워낙에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최동원 상 수상 여부를 장담할 순 없지만, 올 시즌 양현종이 없었다면 KIA는 7위가 아니라 롯데와 함께 최하위를 다투고 있었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컸다.

양현종이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원인은 그의 몸 상태가 나쁜 것이 아니었다. 2018년 겨울 양현종은 셋째 자녀 양태온을 얻었는데, 1월에 심장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아빠로서 병간호를 하느라 스프링 캠프 합류가 늦었고 시즌 초반 자녀의 건강이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결국 쓰러지지 않았고, 더 강한 아빠로서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보여줬다. 더 강한 선수가 된 양현종이 올 겨울 프리미어 12에서 어떠한 퍼포먼스로 국가대표 마운드를 이끌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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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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