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목포근대역사관 주차장에서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 축하공연

지난 26일 목포근대역사관 주차장에서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개막식 축하공연 ⓒ 시네마라운지MM

 
"작은 영화제지만 시민과 독립영화인들이 서로 즐겁게 즐기는 지역 축제 같은 재밌는 영화제였다."
 
목포 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찾은 배우이기도 한 이혁 감독의 소감이다. 이혁 감독은 지난 28일 <연안부두>를 상영하고 5명 남짓한 정도의 관객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지 않은 관객이었지만 두 명의 진행자가 옆에 있어 제대로 된 격식을 갖추면서도 영화를 본 관객은 질문 하나씩은 필수일 만큼 편안한 대화가 진행됐다.
 
지난 26일 개막해 4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29일 오후 폐막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짧은 기간 동안 지방의 작은 독립영화 행사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규모가 큰 영화제들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영화제였지만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선 지역 독립영화인들의 열정만큼은 매우 뜨거웠다.
 
지난 2014년 8월 말에 시작한 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단편영화 5편을 갖고 출발해 올해 6회째를 맞았다. 남도의 끄트머리에 있는 국도 1호선이 시작하는 목포에서 남쪽에서 끊어진 국도 1호선이 신의주까지 다시 연결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 독립영화란 곳이 생소한 중소도시에서 독립영화를 처음 접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산은 1500만 원, 지난해 20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하며 700만 원으로 치러냈을 때와 비교하면 두 배로 늘었다. 올해 처음 신청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 5백만 원은 단비와도 같았다. 덕분에 목포시도 같은 액수를 지원했고, 소셜 펀딩을 통한 모금과 후원 등으로 행사 비용을 마련했다. 영진위의 지원이 지역의 독립영화제에 큰 힘을 준 것이다.
 
영진위 지원에 힘 받은 영화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매해 2~3일의 기간 동안 적게는 10편 안쪽에서 많게는 20편 정도의 독립영화를 상영하던 영화제는 덕분에 올해는 조금 나아진 환경에서 치를 수 있었다. 지난해 지역의 영상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독립영화관을 만들어 내면서 영화제 공간의 안정된 것도 든든한 바탕이 됐다. 첫 해 30명 정도의 관객이 참여했고, 이후에도 100명 미만의 관객이 찾았다면 올해는 영화제가 준비한 다양한 행사에 4~5배 이상의 관객이 찾을 만큼 외형적인 성장도 눈에 띄었다.
 
목포 근대문화역사관 2관 주차장에서 진행된 개막식과 야외상영 만으로 이미 평년 관객 수를 넘어섰다. 개막작 조이예환 감독의 <불빛 아래서>와 전주영화제 상영작인 김송미 감독의 <다행이네요>는 매회 60~70명의 관객들이 독립영화와 관객과의 대화를 지켜봤다. 독립영화가 뭔지 모르는 지역주민들과 독립영화라는 단어를 알게 된 시간이었다.
 
 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부대행사로 진행한 콘서트에 모인 관객들

국도1호선독립영화제 부대행사로 진행한 콘서트에 모인 관객들 ⓒ 시네마라운지MM

 
지역 축제를 활용해 독립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콘서트는 큰 성황을 이뤘다. 옛 수협 창고를 상영관 및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박길수 배우를 포함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헤 150명 정도의 관객이 오가며 독립영화 축제에 동참했다.
 
대도시도 아닌 전남의 중소도시, 그것도 독립영화 환경이 척박한 곳에서 치러진 행사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들어 내는 격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독립영화인들의 열정은 매우 뜨거웠다. 4일동안 연인원 400~500명 정도가 참여한 게 미약해 보일 수 있지만 20만 정도의 인구의 도시에서 저 정도의 인원이 참여했다는 것은 대도시의 4~5만 관객과 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올해는 지원을 받은 덕분에 자원활동가도 생겨났고, 작게 나마 티켓 카달로그도 만들었다. 지역에 대한 기억을 조망하는 전시와 독립영화관의 갈 길을 고민하는 포럼도 개최했다. 독립영화로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은 지역의 독립영화인들이 처한 현실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영진위도 강조한 극장의 중요성
 
지난해 영진위가 471명의 독립영화인을 설문조사해 발표한 '한국독립영화·독립영화인 실태조사'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영화는 전체의 80% 이상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감독과 프로듀서 등 창작자들이 75%에 달하고 배급과 상영, 비평이 나머지다. 목포가 속한 전남은 응답자의 1%에 불과했고, 게다가 연출과 제작보다는 극장을 중심으로 배급과 상영을 중심으로 하면서 독립영화 쪽에서도 가장 바깥에 위치해 있다.
 
 목포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박혜선 프로그래머

목포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박혜선 프로그래머 ⓒ 시네마라운지MM

 
지역 독립영화의 갈 길을 고민하기 위해 27일 마련된 포럼에서 목포독립영화관 시네마라운지MM 박혜선 프로그래머는 '지속 가능한 독립영화관 만들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영화를 통해 가치의 폭이 넓어지고, 대형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시각의 영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의 독립영화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지역의 현실에 맞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영진위의 지원사업을 고민했으나 기준을 맞추기가 불가능한 현실도 토로했다.
 
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만든 정성우 시네마라운지MM 대표는 "2년간 청년 창업지원 형태로 목포시에서 영화관 임대료의 절반을 지원받았는데, 기한이 만료되면서 임대료가 사실상 두배로 뛴 것과 다름없게 됐다"며 높은 월세와 공간의 한계도 있어 임대 계약기간도 만료되는 시점이 다가와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립영화관의 현실이 수익이 생기기 힘든 구조고 지역의 경우 독립영화에 대한 저변이 약해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이 없이는 자생이 어려운 현실이다. 새로운 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필요한 영사설비를 갖추는 것은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영진위 역시 위에 언급된 지난해 정책연구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독립영화정정책의 개선 방향에 대해 "긴급한 것은 배급 상영 환경에 대한 개선과 안정적인 독립영화 상영관 및 운영인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극장은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경제적 재생산을 위한 현실적 의미를 모두 지닌다"고 설명했다. '관객에게 가장 대중적인 영화상영 창구인 동시에 극장 개봉 여부가 여타의 배급 판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진위 보고서는 또한 '극장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해당 지역에 독립영화에 관한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이에 유입되는 지속적인 관객 커뮤니티를 형성 관리 확대재생산하는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극장의 경우 문화적 혜택이 주로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극장에 대한 지원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우리는 ( ) 계속 하겠습니다.
 
 26일~29일까지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6일~29일까지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 시네마라운지MM

 
목포라는 지역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 늘려나가고 있지만 현실은 첩첩산중인 가운데, 6회 국도1호선독립영화제의 슬로건인 '우리는 ( )계속 하겠습니다'는 이들 지역 독립영화인들의 결의를 담고 있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다양한 문제와 부딪히곤 합니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매체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우리는 '여성폭력을 반대하는 노력을' 계속 하겠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하겠습니다.
우리는 '청소년 인권 신장을 위해' 계속 하겠습니다.
우리는 '여성폭력을 반대하는 노력을' 계속 하겠습니다.
우리는 '장애인 차별을 반대하는 노력을' 계속 하겠습니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하겠습니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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