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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달장애인이 1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참정권 기자회견에서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가 들어간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 발달장애인이 1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장애인 참정권 기자회견에서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가 들어간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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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이 들어가면 외모가 잘생긴 사람에게 표가 몰린다고 걱정하는데, 이미 우린 많은 후보자 사진들을 접하고 있고 모든 선거에 이미지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지 않나."(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소장)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총선거(총선)를 200여 일 앞두고 장애인단체들이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가 들어간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투표용지에는 후보자와 정당 이름만 있어, 발달장애인 등이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은 후보사진-로고 사용... 선거법에 가로 막힌 장애인 참정권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단체는 1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는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16년 3월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처음 제안했다. 특히 대선과 총선,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에서 한 번에 기표하는 투표용지 종류가 늘어나면서 발달장애인들뿐 아니라 글자를 모르는 비문해자나 노인 등 비장애인들도 투표 과정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후보자 사진이나 정당 로고가 들어간 투표용지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영국과 대만의 경우 투표용지에 정당 로고가 함께 들어가고, 문맹률이 높은 터키, 이집트 같은 경우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를 함께 넣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학술지인 <선거 연구선거연구>에 실린 논문('투표용지의 정치적 효과')에 따르면,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이 들어가는 국가는 30개에 이르고, 대통령 선거에서는 32개국 중 22개국이 후보자 사진을 넣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에 투표용지에는 후보자와 정당 이름만 표기하게 돼 있어 후보자 사진이나 정당 로고를 넣으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이날 "그림투표용지 도입은 입법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림투표용지를 도입할 경우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고 예산 문제 등도 있어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림투표용지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도 있는 문제여서 아직 선관위에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은 그동안 선거에서 배제돼온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그림투표용지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소장은 "선관위나 국회의원들은 사진이 들어간 투표용지가 공정한 선거를 방해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면서 "그림투표용지는 없던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선거에서 소외되었던 소수자 유권자들의 권리를 세우는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무조건 몇 번째 칸 찍으세요" 한글 모르면 후보자 구분 어려워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단체들은 10월 1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6개 장애인단체들은 10월 1일 오후 1시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국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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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도 "어르신들 가운데 한글을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어르신, 무조건 첫 번째 칸 찍으세요, 아니 두 번째 칸, 세 번째 칸, 네 번째 칸에 찍으세요' 한다"면서 "어르신들은 사람을 보거나 사진을 보면 그나마 누가 누군지 알 수 있는데 한글로만 된 투표용지를 보면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도 없고 투표용지도 너무 많아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얘기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참정권)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 선거용 보조도구의 개발 및 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선관위에 제출한 '21대 총선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에서 "현재의 투표용지는 글자로만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을 표기하고 있어서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발달장애인, 어르신 등의 경우 이전에 여러 선거 홍보 과정을 통해 후보자 얼굴이나 정당 표시를 확인했다 할지라도 정당 투표 당일에는 글자로만 후보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밖에 없어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선거 전 제공되는 선거공보물 역시 발달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어르신 등이 알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태그:#그림투표용지, #선거법, #장애인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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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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