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가운데 국회를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방청하고 있다.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너무 무서워요. 이렇게 싸울 줄 몰랐는데...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 싶고."
1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현장. 방청석에 앉은 한 학생이 돌연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한다. 이어 토끼눈을 한 채 옆 친구랑 시선을 주고 받는다. 시선을 받은 한 학생은 귀를 막고 한 쪽에 시선을 고정한다. 본회의장에 위치한 자유한국당 의원석이다. 비난, 조롱, 일부 욕설 섞인 고함으로 가득 찼던 본희의장. 이를 지켜본 것은 268명의 초등학생들이었다.
오산 다온초등학교에서 온 학생(12살)은 "국회 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조곤조곤하게 멋있게 얘기 나눌 줄 알았는데 너무 무섭다"며 "이런 모습은 상상도 못했다. 왜 싸우기만 하냐"고 되물었다. 본회의장을 가리켜 '살벌하다'고 한 학생도 있었다.
큰사진보기
|
▲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하고 있다.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주호영 : "(중략) '조국 씨'에게 질문 하겠습니다."
의원석 : "뭐야! 뭐하자는 거야, 조국씨가 뭐야! 장관으로 인정 안 하면서 왜 질의를 합니까!"
문제가 된 건 이날 첫 번째로 나선 주호영 자유한국당(대구 수성구을) 의원의 질의였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호명하자마자 '조국씨'라고 표현한 주 의원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주호영 의원은 이후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라고 불렀다). 주 의원은 아랑곳 않고 화면 자료를 띄우며 질의를 이어갔다. 자료의 제목은 '조국 일가 주요 범죄 의혹'이다.
주 의원이 자료를 가리키며 "본인의 의혹 중에서 인정하는 건 무엇이고, 인정 못하는 건 무엇이냐"고 묻자, 조 장관은 "이 모든 문제가 수사 대상이고, 수사는 진행 중이다. 그래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발언이 끝나자마자 야당석에서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정의가 문제다", "이게 답변이냐"며 조 장관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 검사와 통화한 적이 있죠?"라는 주 의원의 다음 질문이 이어지자 현장이 더 격해졌다. 조 장관은 "제가 직접 전화한 것이 아닙니다. '조국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장관으로 전화한 것이 아니라 자연인 남편으로 전화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일체 압수수색에 대한 지휘나 지시나 관여가 없었다"며 "제 처가 사색이 되어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건강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주 의원은 "서초동 주변에서는 정 교수 출석이 늦어지자 정 교수가 소환에 불응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정 교수가) 소환 불응한 적 있나"고 물었고, 조 장관은 "전혀 그런 적 없다. 언제든 협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주 의원이 "오늘 보도에 정 교수의 비공개 소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 교수나 장관이 요청한 바 있나"라고 묻자 조 장관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큰사진보기
|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관련사진보기 |
의원석 : "에이! 장관입니다, 라고 했잖아! 뭐 하자는 거야, 어휴 창피해, 에라이!"
하지만 본회의장 내부에서는 조 장관의 발언이 대부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의원석에서 터져나온 갖은 고함과 욕설 때문이다. 방청석에 앉은 초등학생들은 고함으로 가득 찬 회의장을 빤히 내려다봤다. 주 의원의 질의와 조 장관의 대답이 오가는 10여분 간, 의원석의 고함은 계속 반복됐다.
이날 현장에는 서산 다온초등학교, 서산 음암초등학교, 익산 망성초등학교, 아산 배방초등학교의 재학생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현장을 지켜보던 서산 음암초등학교의 한 남학생은 "원래 어른들은 이렇게 싸우냐"며 "내가 생각한 국회 모습이랑 너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어른스럽게, 무겁게 얘기하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과도 너무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