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케힌데가 정동윤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을 날리는 순간

89분, 인천 유나이티드 교체 선수 케힌데가 정동윤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을 날리는 순간 ⓒ 심재철


감독이 감동받아 관중석을 향해 엎드려 큰절을 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기분 좋은 사연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극장골 승리를 외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은 것이었다. 꼴찌나 다름없는 순위의 인천 유나이티드가 맨 꼭대기에서 울산과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강팀 전북의 발목을 제대로 걸어 넘어뜨릴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버린 셈이다.

유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6일 오후 2시 숭의 아레나(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33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몇 차례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바람에 0-0으로 비겼다.

전북은 골대 불운, 인천은 결정력 부재
 
어웨이 팀은 막바지 우승 경쟁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 입장이었고 홈 팀은 1부 리그의 피말리는 생존 경쟁에 임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발자국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고 승점 따내기가 절실한 게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이 전반전에 먼저 득점 기회를 잡았다. 32분에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300번째 공격 포인트 기회를 노리고 있는 골잡이 이동국이 헤더 슛으로 인천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 이태희가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막아냈다.

라이언 킹 이동국은 그로부터 5분 뒤 문선민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아 방향을 바꾸는 헤더 슛으로 대기록 달성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아쉽게도 그 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나왔다.

후반전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생존 경쟁을 느끼게 하는 과감한 역습을 펼쳐 1만2684명 관중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모두 같은 시각에 열린 33라운드 여섯 게임 중 유일하게 득점이 나오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박진감은 최고조였다.

53분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전북 골키퍼 송범근에게 막히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형 미드필더 지언학이 오른쪽 구석에서 낮게 깔아 보내준 크로스를 김호남이 슬쩍 흘려주었고 무고사가 왼발로 골을 노렸지만 슛 방향을 예측한 골키퍼 송범근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지며 막아낸 것이다.
 
 53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찬 왼발 슛을 전북 현대 골키퍼 송범근이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는 순간

53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찬 왼발 슛을 전북 현대 골키퍼 송범근이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는 순간 ⓒ 심재철

 
아깝다! 케힌데

경남 FC, 제주 유나이티드 사이에서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는 68분에 측면 미드필더 김진야를 빼고 골잡이 케힌데를 들여보내는 강수를 뒀다.

유상철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케힌데 효과는 종료 직전에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89분, 듬직한 키핑 능력을 자랑하며 공을 오른쪽 측면으로 빼준 것을 풀백 정동윤이 빠르게 치고 달리며 끝줄 바로 앞에서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그 공을 원한 주인공은 바로 케힌데였다. 정동윤의 드리블 돌파가 기막힌 흐름을 만드는 순간 왼팔을 높게 치켜들며 공을 넘겨달라고 한 것이다. 거짓말처럼 정동윤의 크로스는 아무 마크맨도 없는 골문 앞 6미터 지점으로 날아들었다. 누가 봐도 케힌데의 오른발 발리슛이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야속한 축구공은 말도 안 되는 궤적을 그리며 관중석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이 결정적 순간에 집중하고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털썩 주저앉아 큰절을 올리는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골문 바로 뒤에 자리잡은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는 대부분 머리를 감싸쥐며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케힌데의 K리그 데뷔골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승점 1점을 나눈 양팀은 서로 다른 운명을 앞두고 파이널 라운드 일정 발표를 기다리게 됐다. 전북은 68점(19승 11무 3패)이 되면서 포항 스틸러스에게 1-2로 패한 1위 울산(69점)을 코앞에 두게 됐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26점(5승 11무 17패)이 되면서 10위 경남 FC(28점)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69점 20승 9무 4패 64득점 32실점 +32
2 전북 현대 68점 19승 11무 3패 64득점 30실점 +34
3 FC 서울 54점 15승 9무 9패 50득점 41실점 +9
4 대구 FC 50점 12승 14무 7패 41득점 31실점 +10
5 포항 스틸러스 48점 14승 6무 13패 40득점 43실점 -3
6 강원 FC 46점 13승 7무 13패 48득점 47실점 +1
************ 파이널 라운드 A, B 구분선 ****************
7 상주 상무 46점 13승 7무 13패 42득점 48실점 -6
8 수원 블루윙즈 40점 10승 10무 13패 38득점 41실점 -3
9 성남 FC 38점 10승 8무 15패 25득점 36실점 -11
10 경남 FC 28점 5승 13무 15패 38득점 55실점 -17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6점 5승 11무 17패 29득점 51실점 -22
12 제주 유나이티드 23점 4승 11무 18패 37득점 61실점 -24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케힌데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