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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워 집회를 성사시킨 뒤, 폭우 속에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경찰의 고무총탄 사용으로 눈을 다친 시민을 상징하며 안대를 한 시민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과잉진압 항의하는 홍콩시민들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워 집회를 성사시킨 뒤, 폭우 속에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경찰의 고무총탄 사용으로 눈을 다친 시민을 상징하며 안대를 한 시민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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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시위대 2000여 명이 체포됐다. 그 중 폭력배나 경찰에 의해 신체적으로 고문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다. 홍콩의 민주주의는 흔들리고 있다." (- 에릭 라이(Eric Lai) 민간인권전선 부의장)

홍콩 경찰이 10대 청소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 1일 홍콩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심장 인근에 총상을 입은 18살 학생, 그리고 지난 4일 오른쪽 허벅지 쪽에 실탄을 맞은 14살 학생이다.

취재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29일, 현장을 취재하던 인도네시아 기자는 홍콩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영구 실명했다. 이 사태까지 터지자, 홍콩 경찰을 상대로 한 형사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시위대에 대한 홍콩 정부의 대응은 더 강경해졌다. 지난 4일, 홍콩 정부는 52년 만에 '긴급법'을 발동해, 5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홍콩에서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할 경우 최대 1년 징역형이나 2만 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체포와 수색, 간행물과 통신 통제는 물론 시위대의 체포 및 수색 등을 용이하게 하는 '긴급법'을 시행했다는 것에서 사실상 계엄령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 드론으로 본 8.18 홍콩대집회 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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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정부는 이 악의적 법안을 '긴급법'을 근거로 입법부조차 거치지 않고 통과시켰다. (중략) 홍콩 정부는 악의적인 법안으로 국민을 억압하며 사회-정치세력 간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표한 당일, 홍콩 대집회를 주도해 온 단체 '민간인권전선'에서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민간인권전선은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8월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등을 이끈 바 있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와의 대립을 선포한 민간인권전선. 지난 5일, 에릭 라이(Eric Lai)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에게 현재 홍콩 정국과 관련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홍콩 정부 긴급법 공표... "시민 안전마저 탄압하는 것"

- 최근 시위에서 잇따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의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약 20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그 가운데 폭력배나 경찰관에 의해 신체적으로 고문을 당하거나, 성추행을 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이 사용한 유통기한 지난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신 뒤, 병에 걸린 시민들도 발생했다. 병원에는 아직도 수십 명의 시위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상태다."

- 지난 5일부터 '복면금지법'이 시행됐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어떤 명분과 구실을 갖다 대더라도, 긴급법을 공표한 것에 대해 규탄한다. 긴급법은 1922년, 홍콩이 영국 식민지 시절이었을 때 처음 만들어진 법안이다. 당시 식민지 시절을 예로 들자면, 이 법은 총독에게 식민지를 억압할 수 있는 전권을 주는 용도로 사용됐다.

캐리 람 정부는 이 법을 들먹이며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의 죽음을 선언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 본토 통치 하에 있는 식민지가 될 것이다.

'복면금지법'도 마찬가지다. 이는 개인의 안전과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것이다. 복면과 방독면을 착용하는 주된 이유는 최루탄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위 법안을 계속 추진한다면, 홍콩의 민주주의는 크게 손상될 것이다."
 
 31일 홍콩 정부청사 옆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옆으로 최루탄이 떨어지고 있다. 2019.9.1
  31일 홍콩 정부청사 옆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옆으로 최루탄이 떨어지고 있다. 2019.9.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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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대에 대한 홍콩 정부와 경찰의 대응은 어떻게 보나.
"그들은 사람들의 시위권을 억압하기 위해 잔인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루가스 살포, 고무탄을 발사에 이어 살아 있는 사냥개를 풀어놓고 시위대를 위협하기도 한다. 당국이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홍콩 정부와 경찰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시위가 격화되는 와중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계속 거리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주의의 부재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정부와 경찰의 권력은 견제 받지 않는다. 현재의 홍콩이 그렇다. 홍콩 경찰은 공권력이라는 이름 하에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긴급법'까지 동원하며 시위를 탄압하고 있다."

- 지난 9월 28일 우산혁명 5주년을 맞았다. 현재의 홍콩과 5년 전의 홍콩을 비교한다면 어떨까?
"우산혁명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운동의 원칙과 규율에 있어 '배신하지 않을 것, 분열하지 않을 것, 그리고 서로를 비난하지 않을 것'을 강조해야 한다는 가치다. 이를 바탕으로 한 게 우리의 'Be Water(유수식)' 시위 형식이다. 이는 시위자들의 창의성, 유연성, 반사성 등을 보여주는 동시에, 홍콩 시민들의 단결과 연대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나, 보다 나은 홍콩 사회에 대한 바람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다만, 현재의 연대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의 연대 방식이 있기에 홍콩 정부 및 경찰의 외부적 압력에도 불구, 시위대들의 활동이 유지될 수 있었다.

('Be Water'. 홍콩 시위대의 슬로건인 동시에, 시위 전략 중 하나에 속한다. '유수식 집회'라고 불린다.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진행되는 시위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집결지에서 일정 시간 머무른 뒤, 도심 주변을 행진하듯 크게 돌고나서 다시 집결지로 돌아온다. 시위대의 행진을 불허한 경찰 측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유수식 집회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홍콩 시위대가 사용하는 SNS 채널이다. 홍콩 시위 관련 정보는 텔레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SNS 채널을 통해 공유된다. 이곳에서 현장 상황은 물론이요, 경찰의 위치, 경찰의 무력 진압 상황, 시위대의 동선, 시위 관련 정보 등이 모두 올라온다.)

"우리들은 더이상 중국의 말을 믿지 않는다"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행진을 앞두고 시위대가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사전 집회를 열고 있다.
 18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행진을 앞두고 시위대가 송환법 반대 및 강경진압 규탄 사전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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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집회에서는 '반중' 양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이 내놓은 '일국양제'라는 개념은 이제 홍콩 사람들에겐 우스갯소리일 뿐이다. 중국은 홍콩 시민들의 일상과 자유를 계속 간섭하고 있다. 홍콩 기본법에 근거한 우리의 민주적 활동들도 모두 차단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홍콩에 고속철도를 설치한다면서 출입국 심사의 편의성을 이유로 홍콩 일부 지역에서 중국 법을 시행하는 이른바 '일지양검'(一地兩檢)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사안이다. 중국은 우리의 독립된 법치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제 홍콩 시민들은 일국양제가 '시민들의 자유와 자치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는 중국의 말을 믿지 않는다. 지금 홍콩 시민들의 자치권을 지켜주는 것은 정부도, 경찰도 아닌 시민 스스로뿐이다."

- 현재 시위대가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6월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줄곧 다섯 가지의 요구사항을 외쳐오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외침에 송환법을 공식철회했지만, 그 외에 다른 중요한 요구사항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독립조사위'를 구성해 경찰의 폭력 진압을 조사할 것, 불합리하게 체포된 모든 시위자들에 대한 사면할 것, 보편적 참정권을 실현시킬 것, 그리고 시위대를 폭동으로 규정하지 말 것에 대한 요구다. 지금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이 남은 4가지의 요구사항이다."

(홍콩 시위대는 집회 전 과정에 걸쳐 ▲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이렇게 5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 민간인권전선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경찰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을지라도, 지속적으로 합법적인 시위와 행진을 할 것이다. 또한, 6월부터 진행되어온 시위를 문서로 만들어 유엔인권이사회(UNHCR)와 인권 조약 기구에 제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태그:#홍콩, #시위, #중국, #긴급법, #복면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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