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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악골에 다니는 아이들은 자연과 놀아보는 경험을 많이 한다. 사진은 황토를 가지고 놓고 배우는 시간. 아이들 표정이 매우 밝다.
▲ 송악골어린이집에서 노는 아이들   송악골에 다니는 아이들은 자연과 놀아보는 경험을 많이 한다. 사진은 황토를 가지고 놓고 배우는 시간. 아이들 표정이 매우 밝다.
ⓒ 송악골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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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낼 만한 어린이집을 찾기 힘들다는 근래, 부모들로부터 단단한 신뢰를 얻고 있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충남 아산의 송악골어린이집(아래 송악골)이다. 그곳의 남다른 교육비결을 들여다봤다.

송악골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시설이나 실내장식이 없다. 어린이집 외양이 중요한 사람이면 이곳에 오면 안 된다. 이곳은 그야말로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다. 인위적인 구조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이들이 자연 그대로 품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을 중시했다. 교육에 필요한 용품이나 책, 교구 등은 충분하지만 쓰이지 않는 교구가 시각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존재하진 않는다.

송악골 체험장은 온 마을이다.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친환경농업으로 유명한 송악면 마을은 광덕산 줄기 강당골 계곡부터 군데군데 들어앉은 자연의 손바닥에서 아이들은 사계절을 몸으로 느끼며 논다. 아이들은 자연과 놀 줄 알며 존중 배려 이해 감사를 놀이로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또 송악골은 겉보다 속이 알차다. 새로운 장난감이나 최신 교구 등 물질적인 영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아이들 상황에서 서로 어떻게 놀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스스로 깨닫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곳에서 교사는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는 조력자다.

"스스로 놀 줄 아는 건 굉장한 경쟁력"

정현순 송악골어린이집 원장은 "아이에게 중요한 건 '제대로 놀 줄 아는 것'이며 아이들에게 '놀이는 권리'"라고 말했다.

"누구나 놀이는 중요하다고 말해요. 하지만 '놀이'와 '활동'은 엄연히 다르죠.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깨쳐가게 하지만 활동은 교사가 주도해 뭔가를 진행하는 거예요. 여기서 자기 주도성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제대로 된 놀이는 아이들이 재밌어한다. 재밌으니까 집중하고 집중하니까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니까 아이의 지혜는 커진다. 따라서 인지, 사회성, 정서, 언어 발달이 가능해지고 풍부해진다. 그래서 정 원장은 "스스로 놀 줄 아는 능력은 굉장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송악골어린이집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해왔던 민속전통놀이도 맘껏 해볼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즐거워서 뛰어노는 놀이들을 통해 마음과 몸이 쑥쑥 큰다.
▲ 전통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송악골어린이집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해왔던 민속전통놀이도 맘껏 해볼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즐거워서 뛰어노는 놀이들을 통해 마음과 몸이 쑥쑥 큰다.
ⓒ 송악골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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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뿐 아니라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6세 아이를 보내는 맹주연(37)씨는 "송악골에 아이를 보내고 나도 많이 배웠다. 송악골은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는 어린이집"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어린이집마다 힘들어하고 적응을 못 하던 차에 지인을 통해 마지막으로 간 곳이 송악골이었어요. 5개월을 어린이집에 상주했죠. 아이가 분리불안이 있었으니 괜찮아질 때까지 같이 다니라고 원장님이 제안했어요. 다른 어린이집은 내부사정이 노출될까 봐 꺼리는 일인데 여기서는 원장님이 먼저 선뜻 제안한 게 정말 놀라웠어요.

5개월 동안 많은 걸 깨달았죠. '교육이란 이런 거구나.' 내게 결핍된 것만 아이에게 충족해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어떤 게 아이가 행복한 건지 알게 되고 아이랑 소통하는 법 등 많은 걸 배웠어요. 교사들이 얼마나 헌신적인지, 그렇게 힘들어도 부모에게 하소연 한번 없이 하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CCTV? 그런 거 전혀 필요 없어요. 이곳에서 생활해본 저는 정말 송악골어린이집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셋 보낼 만큼 믿음 굳건하고 인생의 전환점까지 발견" 

아이 셋을 모두 송악골에만 보낸 양혜정(41)씨도 송악골에 대한 믿음 때문에 송악면으로 아예 집을 이사했다. 양씨는 "송악골 덕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이에겐 아이 행복이 먼저고 감성교육이 먼저라는 걸 여기 와서 알았어요. 자연과 교감하는 아이, 풀벌레와 나뭇잎을 느낄 줄 아는 아이로 크는 게 여기서는 가능해요. 또 엄마가 같이 변해야 한다는 걸 알았죠. 이 덕분에 도시서 자란 제가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생태 강사로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죠. 먹거리도 송악에서 생산한 유기농 식재료 위주로 먹여요. 가격보다 가치, 건강을 생각하기 때문에요. 송악골은 속도경쟁 시대에 진짜 소중한 '느림의 미학'이 있는 어린이집이에요. 송악골을 사랑해요. 언제나 변함없는 송악골이 있는 송악면을 아이들 고향으로 만들어주고 싶어 이사 왔어요."
 
 송악골어린이집에서는 자연친화적인 놀이를 많이 하는데 송악골어린이집이 위치한 송악마을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생산단지로 이름이 높을 뿐 아니라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진짜 자연을 느끼고 교가삼하는 어린시절을 보낸다.
▲ 송악골어린이집 아이들  송악골어린이집에서는 자연친화적인 놀이를 많이 하는데 송악골어린이집이 위치한 송악마을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생산단지로 이름이 높을 뿐 아니라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진짜 자연을 느끼고 교가삼하는 어린시절을 보낸다.
ⓒ 송악골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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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 사회를 바른 눈으로 어우러지게 할 줄 아는 아이로 

두 엄마는 하나같이 정현순 원장의 교육철학을 깊이 신뢰했다. 느림의 미학을 지닌 송악골은 원장의 소신대로 20년 넘게 아이들을 키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은 유아가 놀이로 모든 것을 체득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송악골은 아이들이 먹는 음식과 놀이, 감성 읽어주기를 매우 중시한다.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다양성을 알게 하는 교육, 시대가 필요한 교육은 알고 보면 인간의 기본과도 같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유아교육을 할 수 없어요. 여기선 아이와 교사가 동등해요. 위압적인 교사가 없어요."

정 원장을 왜 부모들이 깊이 신뢰하는지 알겠다.

송악골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그랬다. 한 사람의 무의식으로서 평생 행동철학의 바탕이 될 어릴 적 일상을 보내는 곳이 '일생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는 곳'이며 그곳이 '송악골어린이집'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 실립니다.


태그:#송악골어린이집, #CCTV 없는 어린이집, #자연주의 어린이집, #놀이 어린이집, #부모가 믿도 보내는 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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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소식 등을 전합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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