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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시민과 재일동포로부터 응원 메시지와 인증샷 현수막을 선물 받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시민과 재일동포로부터 응원 메시지와 인증샷 현수막을 선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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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강제징용사건이 절대 할아버지의 탓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기 위해서예요.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할아버지를 강제로 끌고 가 노동을 시킨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가슴 아프고 화가 나요. 그런데 그걸 전부 할아버지 탓으로 돌리시는 건 더 슬퍼요."
 
인천 도림초등학교 정재욱 학생이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에게 보낸 응원의 편지.
 인천 도림초등학교 정재욱 학생이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에게 보낸 응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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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간사가 인천 도림초등학교 5학년생 박주은양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이춘식(95)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애써 눈물을 꾹 참았다.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그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간 것만으로도 슬프실 텐데 일본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그 책임을 지시는 건 가슴이 아파요. 그러니 할아버지는 그저 일본에서 주는 피해보상  1억만 받으시고 행복하셔야 돼요! 그동안 큰 고난을 겪으신 만큼 충분히 행복하실 가치가 있어요. 그러니 할아버지, 이젠 더 이상 자책하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인천 도림초등학교 박주은 학생이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에게 보낸 응원의 편지.
 인천 도림초등학교 박주은 학생이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에게 보낸 응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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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 피해자 할아버지께 보낸 감동의 초등학생 편지 정은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간사가 인천 도림초등학교 정재욱 학생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쓴 응원의 편지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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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인천 도림초등학교 박주은 학생이 보낸 응원의 편지를 경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인천 도림초등학교 박주은 학생이 보낸 응원의 편지를 경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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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낭독이 끝나기도 전에, 이춘식 할아버지는 눈물을 터뜨렸다.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는 소감을 묻는 사회자 말에 여러 차례 사양하다 겨우 말을 꺼냈다.

"모든 것이 고맙소. 1년이 지났는데, 국민이 이렇게 저를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할 말이 많지만, 목이 막혀서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만 끝내겠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춘식 할아버지를 비롯한 피해자 4명의 손을 들어준 지 정확히 1년 되는 날이다. 이 할아버지는 피해자 4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관련기사 : 13년 만의 승소... 단 한 명 남은 '강제징용재판' 원고의 눈물).

전남 나주 출신인 이춘식 할아버지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1943년 일본제철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돼 힘든 노동에 내몰렸고, 1945년에는 일본군으로 징병돼 일본 고베의 한 부대에서 미군포로감시원으로 근무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은 뒤 가마이시제철소를 찾아 받지 못한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한푼도 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동물 취급 받고 일한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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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도 참석했다.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44년 일본에서 공부시켜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일본행을 택했다. 하지만 양 할머니는 나고야의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양금덕 할머니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양 할머니는 "배가 고파서 일을 못했어요. (중략) 힘이 있어야 일을 하죠. 밥 두 숟가락 떠먹으면 밥이 없고, 식당 가서 청소 해주면 밥 한 끼 줬어요. 한국 사람을 동물 취급하고 그 일을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아베는 반드시 우리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을 기원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직전, 유엔인권이사회에 이메일로 진정서를 넣기도 했다.

"피해자 인권 회복을 위한 싸움 멈추지 않는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30 일제 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피해자의 인권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과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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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민변과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피해자의 인권 회복을 위한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아베 정권은 한국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사죄, 반성하기는커녕 '국제법 위반' 운운하며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피고 기업들에게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하여 판결의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경제규제와 노골적인 배외주의를 선동하여 일본 사회 전체를 '혐한의 광풍'으로 몰아넣는데 앞장서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제철, 미쓰비시, 후지코시는 판결에 따라 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을 위해 먼저 나서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대화마저 거부한 채 일본 정부 뒤에 숨어서 1년이 지나도록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기업들의 비겁한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피고 가해기업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임을 밝힌다"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하고,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군인·군속 피해자 등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포함하여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고민하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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