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초반 탈압박 전술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허정재 감독이 이끌고있는 U-19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9일 오후 6시(한국시간) 태국 촌부리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여자 챔피언십 호주와의 3, 4위전에서 간판 골잡이 강지우의 4골 맹활약에 힘입어 9-1로 대승을 거두고 대회 3위 자리에 올라섰다.

비록 골키퍼 실수로 1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9골을 몰아넣는 보기 드문 대승이었다. 이는 20세 이하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을 바라보는 팀 입장에서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9일 호주와의 3, 4위 전에서 승리한 한국 축구 대표팀.

9일 호주와의 3, 4위 전에서 승리한 한국 축구 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세 차례의 고비 

아시아 여자축구 수준이 양극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국, 호주의 실력은 우리가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게임에서 중국을 2-1로 이기며 시작한 것은 월드컵 본선티켓을 향한 첫 고비를 잘 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대표팀의 또 다른 과제는 '자신감 회복'이었다. 이 대회 결승전에 오르며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낸 일본과 북한을 만나 완패한 뒤 우리 선수들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3, 4위전이라는 마지막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만 매우 중요한 두 게임에서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는 것은 분명 침체하게 만들 요소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마지막 고비인 '호주와의 3, 4위전' 이 한 게임만을 준비한 듯 그 어느 때보다 놀라운 집중력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이 덕분에 이 대회 결승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득점 기록(9득점)을 남기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 시작 후 14분 만에 귀중한 첫 골이 프리킥 세트피스로 나왔다. 조민아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공을 따라 반대쪽에서 달려든 센터백 노진영이 침착하게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렇게 끼운 첫 단추는 대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10분 뒤에 호주 수비수 블리셋의 볼 터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왼쪽 날개 공격수 추효주가 가로챈 뒤 각도를 잡고 달려 나오는 골키퍼 그로브를 피해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성공시켰다.

36분에 우리 선수들은 또 한 번 상대 수비수들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추효주의 역습 왼발 슛이 호주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흘러나오자 간판 골잡이 강지우가 이를 침착하게 접어놓고 왼발로 강하게 때려 넣었다. 지소연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여자축구 에이스가 바로 강지우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키는 순간이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우리 선수들은 한 골을 더 달아나며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티켓을 목에 걸어둔 듯 보였다. 39분에 조민아의 크로스를 믿고 반대쪽에서 기다린 현슬기가 정확한 왼발 슛을 호주 골문 오른쪽 구석에 정확하게 꽂아 넣은 것이다.
 
후반전 초반에는 호주 선수들이 작정하고 매우 높은 위치부터 압박 전술을 펼쳤다. 3자 패스를 보낼 공간조차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공을 돌렸다. 이 흐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거기서 무너지며 전반전 4-0으로 달아난 흐름이 꺾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훈련할 때 전개한 탈압박 패스 흐름을 차근차근 펼쳐나가며 마지막 고비를 거뜬히 넘고 있었다. 무엇보다 특효약은 추가골이었다. 75분에 조민아의 롱 패스를 받은 강지우가 결정적인 역습 기회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빠르게 시도했다. 5-0이라는 점수판은 호주 선수들의 압박 의욕을 단번에 떨어뜨리는 특효약이었다.
 
물론 6분 뒤 한국 골키퍼 김수정의 무리한 드리블로 한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83분에 강지우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88분에는 남자축구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슈퍼 골이 나왔다. 5분 전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던 추효주가 정민영의 패스를 받은 뒤 달라붙는 호주 수비수 한 명을 유연하게 따돌린 다음 오른발 중거리 슛을 기막히게 성공시킨 것. 추효주의 오른쪽 발등을 떠난 공은 아찔한 궤적을 그리며 골키퍼가 도저히 쳐낼 수 없는 오른쪽 톱 코너 깊숙하게 박혔다.

해트트릭 히어로 강지우는 89분에 교체 선수 최다경의 왼발 킥이 흐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방향을 슬쩍 바꿔 4호골을 만들어냈다. 북한과 일본의 결승전이 많은 골을 예상하기 힘든 게임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7골을 기록하고 있는 강지우가 득점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도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했다. 교체 선수 이덕주의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믿고 기다린 미드필더 조미진이 왼발로 밀어넣은 것. 쐐기골이었다.

이번 대승으로 귀중한 월드컵 본선 티켓을 쥐고 돌아오게 된 우리 선수들은 이후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이지리아로 날아갈 예정이다.

2019 AFC U-19 챔피언십 3, 4위전 결과

O 한국 9-1 호주 [득점 : 노진영(14분,도움-조민아), 추효주(24분), 강지우(36분), 현슬기(39분,도움-조민아), 강지우(75분,도움-조민아), 강지우(84분,PK), 추효주(88분,도움-정민영), 강지우(89분,도움-최다경), 조미진(90+2분,도움-이덕주)/ 매리 파울러(81분)]

O 한국 출전 선수
FW : 조미진, 강지우
MF : 추효주, 김수진, 박혜정(86분↔정민영), 현슬기(68분↔최다경)
DF : 김은솔, 구채연, 노진영, 조민아(90분↔이덕주)
GK : 김수정
O 2020 FIFA U-20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 아시아 티켓 3장 : 한국, 북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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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허정재 강지우 여자축구 U-20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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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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