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한국이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 H조 4차전에서 0-0으로 비긴 후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 한국 대표팀 한국이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 H조 4차전에서 0-0으로 비긴 후 아쉬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중원 장악 실패, 무기력한 측면 공격 등 그동안 거론됐던 벤투호의 문제점이 다시금 재현된 경기였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레바논의 카밀 샤문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2연승 뒤 2연속 무승부에 그친 한국은 2승 2무(승점 8)을 기록, 불안한 H조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레바논, 북한(이상 승점 7)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실패했다.

실패로 끝난 남태희-황인범 중원 조합

이날 벤투 감독은 지난달 열린 북한 평양 원정 경기와 다른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선발 라인업 2명이 바뀌었다. 북한전에 선발 출장한 나상호, 김문환 대신 남태희, 이용이 이번 레바논전 베스트 11에 포함됐다.

최전방 원톱은 황의조가 포진했고, 2선은 손흥민-황인범-남태희-이재성이 보좌했다. 3선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이 맡았다. 포백은 김진수-김영권-김민재-이용이 나섰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한국은 전반 7분 첫 번째 슈팅을 기록했다. 이재성이 수비수 타이밍을 빼앗으며 공간을 만든 뒤 페널티 아크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1분 뒤 한국은 어설픈 수비 클리어 미스로 레바논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고, 김승규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일방적인 주도 속에 흘러갔지만 효율면에서 최악이었다. 수비수들의 빌드업은 답답했다. 좌우로 벌려주는 오픈 패스가 매우 부정확했다.

중원을 거쳐가는 플레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우영이 밑으로 내려올 때 2선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 남태희와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황인범의 부정확한 패스, 남태희의 적은 활동량으로 인해 전체적인 공격 방향 설정은 대부분 측면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측면에서의 파괴력도 기대 이하였다. 좌우 풀백 김진수, 이용의 전진성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중원 장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졸전이 지속된 가운데 유일하게 이재성만 자기 몫을 했다. 많은 활동량과 지능적인 플레이를 통해 답답한 허리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재성은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경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전반 13분 이재성이 측면으로 벌려줬고, 김진수의 크로스에 이은 손흥민의 헤더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20분에는 손흥민이 수비 2명을 끌어주면서 쇄도하던 황인범에게 패스했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황인범의 오른발 슈팅이 높게 떠올랐다.

한국은 레바논의 수비 라인 뒷 공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전반 34분 황의조가 수비 배후를 파고들며 결정적 기회를 맞았지만 무게 중심을 잃으면서 시도한 왼발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36분 페널티 아크 바깥에서 남태희의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61%의 높은 볼 점유율과 슈팅수에서 6대2로 앞선 한국은 전반 45분을 소득없이 0-0으로 마감했다.
 
한국 대표팀 무관중 경기로 펼쳐진 레바논전에서 한국은 졸전 끝에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 한국 대표팀 무관중 경기로 펼쳐진 레바논전에서 한국은 졸전 끝에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 대한축구협회

 
김신욱 조커 기용, 부정확한 크로스로 효과 미비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인범을 빼고, 황희찬을 교체 투입했다. 황희찬이 2선 오른쪽 측면에 배치됨에 따라 이재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황희찬은 저돌적인 돌파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했다.

후반 3분 손흥민이 이재성과 원투 패스에 이은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후반 8분에는 황희찬이 혼자서 빠른 역습을 주도하며, 왼쪽의 황의조에게 패스했고, 황의조의 슈팅은 각도를 줄이고 나온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레바논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몇 차례 간헐적인 공격 상황에서도 유효 슈팅을 만드는 등 선전을 펼쳤다.

후반 16분 한국은 다시 한 번 아쉬운 찬스를 무산시켰다. 황희찬의 침투 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레바논 센터백을 등지고 돌아서며 골키퍼와 맞섰으나 볼 터치가 다소 길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18분 부진한 남태희를 불러들이고, 조커로 김신욱을 투입했다. 포메이션은 4-1-4-1에서 4-1-3-2로 바꾸었다. 투톱 김신욱-황의조, 2선 손흥민-이재성-황희찬을 앞세워 극단적인 공격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후반 21분 세트 피스에서 손흥민이 올려준 프리킥을 황의조가 쇄도하며 머리로 돌려놨으나 골대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무게 중심을 지나치게 공격으로 늘린 것치고는 효과는 미비했다.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할 수 있는 루트는 측면 공격이었는데 오른쪽 풀백 이용의 크로스는 대부분 레바논 수비수의 머리에 닿았다. 후반 35분 이강인마저 교체 투입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레바논 밀집 수비를 분쇄하지 못하며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벤투 감독의 악수, 끝내 넘지 못한 레바논 베이루트 징크스

한국은 FIFA 랭킹 37위로 레바논(86위)보다 크게 앞선다. 응당 승리했어야 하는 경기였다. 최근 레바논 반정부 시위로 인해 레바논축구협회는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른 레바논전은 90분 동안 졸전의 연속이었다.

물론 레바논 원정은 부담스럽다. 전통적으로 약세였던 레바논 베이루트 원정 징크스는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이날 무승부에 그친 한국은 역대 레바논 베이루트 원정에서 1승 3무 1패에 머물렀다.

마지막 승리는 26년 전이다. 1993년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1-0으로 승리한 것이 유일하다. 특히 지난 2011년 벌어진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는 레바논에 1-2로 패하는 참사를 겪었다. 당시 조광래 감독은 이 경기 패배로 경질됐다.

한국은 지난 북한 원정에 이어 2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로 레바논을 상대했다. 무관중-무득점-무실점 경기는 북한전과 같았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의 플랜 A와 플랜 B 모두 실패로 귀결됐다. 평소 벤투 감독이 크게 신뢰하는 황인범, 남태희를 중앙 미드필더 콤비로 구성한 것이 악수였다. 두 미드필더의 중원 장악이 문제를 드러내면서 공격 작업은 매우 답답했다.

그렇다고 플랜 B가 성공한 것도 아니다. 황희찬, 김신욱, 이강인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또, 벤투 감독의 전술적 특징 중 하나는 좌우 풀백의 높은 비중을 꼽을 수 있다. 후방 빌드업을 강조하면서도 언제나 측면 풀백의 높은 지점까지 전진시키며 공격을 극대화하는데, 문제는 이용과 김진수의 오버래핑이 상대 수비진에 별다른 위협을 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제 아무리 아시아 최고의 제공권을 자랑하는 김신욱이 문전에서 대기하더라도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로써 벤투호는 약체들이 밀집한 2차예선에서조차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남은 4경기에서 총력을 다해야만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
장소 : 레바논, 카밀 샤문 스타디움
레바논 0
한국 0

선수 명단
한국 4-1-4-1 : 김승규 - 이용,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정우영 - 이재성 (80'이강인), 남태희 (63'김신욱), 황인범 (46'황희찬), 손흥민 - 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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