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2019 월드컵 멤버... 이들은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 톈진 팀으로 출전한다.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2019 월드컵 멤버... 이들은 2019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 톈진 팀으로 출전한다. ⓒ 국제배구연맹

 
과욕이 역대급 별들의 전쟁을 '황당한 판'으로 만들었다.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 이야기다.

오는 12월 열리는 '2019 여자배구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말 그대로 세계 최강 클럽과 최고의 여자배구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8개 출전 팀의 면면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A조는 에자즈바쉬(터키), 이모코(이탈리아), 미나스(브라질), 광둥 헝다(중국)가 포진했다. B조는 바크프방크(터키), 노바라(이탈리아), 덴틸(브라질), 톈진(중국)이 속했다. 터키, 이탈리아, 브라질 등 세계 정상급 여자배구 리그의 최강 팀들이 대부분 출전한 셈이다.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비록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이 매년 주최하는 공식적인 대회이다. 참가팀들은 당연히 '대회 명칭'에 걸맞게 한 시즌을 함께 뛰고 있는 소속팀 선수들이 그대로 출전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중국 리그의 팀만 전혀 다른 팀으로 급조해서 출전한다. 그것도 세계 최강인 중국 국가대표팀 1군 핵심 멤버들을 톈진 팀에 '일시 임대' 형식으로 몰아넣는 꼼수를 동원했다.

'세계 최강' 중국 대표팀 핵심 멤버들... 톈진 팀에 몰아넣다

올해 가장 중요한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2019 월드컵 대회에 모두 출전했던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고정급 핵심 멤버'는 14명 정도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주팅(25세·198cm), 장창닝(24세·193cm), 리잉잉(19세·192cm), 류샤오퉁(29세·188cm)이다. 라이트는 궁샹위(22세·186cm), 쩡춘레이(30세·187cm)가 맡았다. 센터는 위안신웨(23세·201cm), 옌니(32세·192cm), 정이신(24세·187cm), 왕위안위안(22세·195cm)이 주로 출전했다. 세터는 딩샤(29세·180cm), 야오디(27세·182cm), 리베로는 왕멍지에(24세·172cm), 린리(27세·171cm)가 고정 멤버였다.

그런데 이번 클럽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톈진 팀의 명단에는 주팅, 장창닝, 리잉잉, 궁샹위, 위안신웨, 왕위안위안, 야오디, 왕멍지에 등 무려 8명이 포함돼 있다. 포지션별로 주전 선수 전원이 중국 대표팀 1군 핵심 멤버들인 셈이다. 중국 대표팀의 주전 멤버인 '베스트 7'(리베로 포함)를 기준으로 놓고 봐도 7명 중 5명이 톈진으로 집결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톈진 팀의 수준급 외국인 선수인 데스티니 후커(32세·195cm)도 가세했다. 데스티니는 한국 배구팬들에게 친숙한 선수다. 한국 V리그에서 2시즌 동안(2009-2010, 2014-2015 시즌)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기량도 건재하다. 지난 시즌 브라질 리그 오사스코 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브라질 리그 득점 부문 전체 2위를 기록했다.

결국 톈진은 일개 프로 팀인데도 순식간에 '임시 중국 대표팀'이 돼버렸다. 그것도 리틀 중국 대표팀이 아니라 '완전체 중국 대표팀'이다.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현재 세계랭킹 1위다. 세르비아와 함께 여자배구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 9월 열린 2019 월드컵 대회에서도 11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 우승 멤버들이 이번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 톈진 팀으로 돌변해서 출전한 것이다.

다른 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까지 '잠깐 영입' 꼼수

톈진 팀의 멤버 구성은 분명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난다.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인데, 정작 클럽 팀으로서 정체성이 무너진 팀이 출전한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현재 중국 리그에서 명백하게 다른 팀 소속으로 활약 중인 대표팀 선수들을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때만 잠깐 임대 영입해서 뛰도록 하겠다'며 버젓이 출전 엔트리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클럽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톈진의 중국 대표팀 핵심 멤버 8명 중 원래 톈진 소속 선수는 리잉잉, 야오디, 왕위안위안 3명뿐이다. 나머지 5명은 모두 다른 팀 소속 선수들이다.

주팅의 원 소속팀은 허난이다. 실제로 주팅은 지난 2016-2017시즌 터키 리그로 진출하기 전에 중국 리그에서 허난 소속으로 경기를 뛰었다. 그럼에도 올 시즌 중국 리그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원 소속 구단이 아닌 톈진 팀으로 갔다. 

중국 배구협회와 대표팀 차원에서 주팅이 약팀인 허난에서 '몰빵 배구'로 고생하지 않도록 '강팀으로 임시 이적'이라는 특별 조치를 취해준 것이다. 편안하게 리그 경기를 뛰면서 도쿄 올림픽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다(관련 기사 : '올림픽 금' 위해 주팅 소속팀까지 바꿔버린 중국 여자배구)

장창닝(장쑤), 궁샹위(장쑤), 위안신웨(바이 난창), 왕멍지에(산둥)는 아예 현재도 중국 리그의 다른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각자 자신들의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그런데 클럽세계선수권 대회 기간 동안은 모두 톈진 팀에 합류한다.

한편, 광둥 헝다도 푸젠 팀 소속인 정이신, 린리를 올 시즌 중국 리그 개막 직전에 임대로 영입했다. 또한 현재 다른 팀 소속의 중국 대표팀 백업 선수들을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때 임시로 영입해서 뛰도록 하겠다며 출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 명단에는 지난 8월 서울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 대표팀의 라이트로 활약했던 두칭칭(23세·189cm), 베스트 센터상을 수상한 양한위(20세·192cm) 등이 있다. 두칭칭, 양한위는 산둥 팀 소속이다.

세계 배구 리그, 온통 올림픽 집중... 중국·태국 '상상 초월'

중국이 그렇게까지 하는 의도는 분명하다.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 사상 최초로 중국 클럽 팀이 우승하는 기록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또 있다. 바로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를 통해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한 팀에 모여 도쿄 올림픽 대비 훈련을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리그 경기에서도 도쿄 올림픽 준비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중국 리그는 현재 모든 초점이 도쿄 올림픽 준비에 맞춰져 있다. 

물론 중국만 그런 건 아니다. 전 세계 여자배구 리그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온통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로 터키 리그, 태국 리그 등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아직 획득하지 못한 국가들은 장기간의 리그 중단·연기는 기본이고, 대표팀 훈련 기간 확보와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터키 리그는 도쿄 올림픽 유럽지역 예선전을 앞두고 무려 50여 일 동안 리그를 중단한다.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미 정예 멤버들을 전원 소집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내년 1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을 대비한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이 무려 3개월이 넘는다. 태국은 반드시 한국을 꺾고,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일념으로 국가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소집훈련 기간은 10일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의 올림픽 준비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자국 리그를 2개월이나 단축해 버렸고, 대표팀 핵심 선수인 주팅의 소속팀까지 옮겨 버렸다. 그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다. 이번에는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까지 '대표팀 훈련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대표팀 핵심 선수들을 2팀으로 몰아넣고 세계 최강 클럽 팀들과 대결을 통해 경기력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속셈이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에자즈바쉬, 이모코... '톈진 우승'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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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중요한 대회 때마다 직전에 '순간 국가대표팀'을 만들어 출전하는 행태는 다른 리그의 정상적인 클럽 팀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런 팀이 우승까지 한다면, 결과의 정당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경기 결과로서 중국 팀의 행태에 따끔한 질타를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톈진을 꺾을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는 에자즈바쉬(터키), 이모코(이탈리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연경(대한민국), 보스코비치(세르비아), 나탈리아(브라질)로 구성된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전력 상승 요인도 있다. 미국 대표팀 출신의 로이드(세터), 기브마이어(센터)도 공격 삼각편대와 함께 동시에 경기에 투입할 수 있다. 터키 리그와 달리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규정이 없다.

중국 팀들마저 전력이 급상승하면서 이번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역대 최고로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김연경과 소속팀인 에자즈바쉬는 16일 새벽인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에 터키항공(THY) 팀과 2019-2020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 9번째 경기를 갖는다. 터키항공 팀에는 한국 V리그에서 맹활약했던 메디(26세·184cm)가 주전 레프트로 뛰고 있다.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는 에자즈바쉬-터키항공 경기를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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