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첫 선발 경기를 아쉽게 마무리한 이승호 선수.

대표팀 첫 선발 경기를 아쉽게 마무리한 이승호 선수. ⓒ 박장식

 
'아기 영웅' 이승호는 의연했다. 3회 초를 시작하자마자 연속 안타 5개를 내줘 패전한 것 때문인지 얼굴 한켠에 어두운 면도 있었지만,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되었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선배 투수들의 조언과 칭찬을 듣고 리그 대표 좌완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새롭게 발견한 선수는 다름아닌 키움 히어로즈의 좌완 영건 이승호였다. 지난해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패기있는 모습으로 대표팀 막차에 탑승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승호는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아낌없이 드러내 양현종, 김광현을 이을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의 기대를 야구 팬들에게 걸게끔 했다.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내 자리 이어줬으면"
 
 16일 경기에 앞서 김광현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16일 경기에 앞서 김광현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 박장식

 
16일 경기 직전 만난 김광현 선수는 스무 살이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김광현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과 준결승전에 모두 등판하여 호투를 펼쳐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었다. 김광현 선수는 "첫 경기 때는 오히려 평상시 할 때와 비슷하게 던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광현 선수는 "한일전이라서 긴장하면 오히려 어렵게 풀어질 것 같았다. 예선전 당시에는 힘이 들어가서 5이닝만 던졌고, 준결승 때는 많은 이닝을 던졌었다."라면서, "승호가 어린 선수인데 이번 경기 선발투수로 오르는 것을 계기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한일전을 책임지는 투수가 되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그러며 "좌완 투수 중에서 나와 양현종 외에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신경쓰였다."라면서, "승호가 오늘을 계기로 국가대표 왼손 투수의 계보를 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조언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승호가 많이 배우려고 하고, 나도 이런저런 잔소리 없이 화이팅 하라고만 했다."라고 답했다.

양현종 선수 역시 응원을 보탰다. 양현종 선수는 이승호 선수에 대해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잘하려는 마음이 강한 선수"라면서, "이번 대회 때에도 내게 많은 질문을 하더라"고 답했다. 

이승호 "한 번 던져보니 자신감 붙었습니다"
 
"패배 아쉬워요" 이승호 선수가 16일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 "패배 아쉬워요" 이승호 선수가 16일 경기가 끝난 뒤 믹스드존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경기 결과가 아쉬웠다. 2이닝까지 1실점만을 거두며 한일전의 성공적인 데뷔를 하나 싶었지만 3이닝 제구 난조와 수비에서의 미스 등으로 다섯 번의 연속 안타를 내주며 이승호는 패전 투수의 굴레를 안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승호는 투수에게 가장 중요했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16일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승호 선수는 "오늘 한일전이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 야구 하면서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긴장도 덜 되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는데,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자평했다.

이승호는 "실투가 많긴 많았다. 일본 타자들이 실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잘 치는 타자들이었다."라고 답했다. 한국시리즈와 비교했을 때에는 "사실 한국시리즈가 더욱 어려웠다."며 "준비만 시즌처럼 제대로 한다면 한일전에서 충분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이승호 선수는 "한 번 던져보니 자신감을 얻었다. 선배님들 역시 내년 시즌 야구도,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바뀐다며 좋은 경험이라고 해주셨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광현 선수가 '좌완 투수 계보를 잇기를 바란다'고 한 말에도 "엄청나게 감사한 말씀"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옥석 고른 프리미어 12, 에이스 계보 이어다오
 
이번 프리미어 12에는 대표팀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의 선수들이 상당수 포진했다.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했던 이승호도 그랬고, 하재훈과 고우석과 같은 불펜 투수도 그랬다. 타자조에서는 강백호와 박세혁 등 새로운 얼굴이 대표팀을 찾아 새로운 선수들의 발견을 이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주전 선수로 오르지 못하거나, 올라와 실점이라도 했다 치면 야구 팬들과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처음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태극마크 기회를 받은 젊은 선수들이 절치부심해 리그를,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새로운 세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김경문 감독의 파격이 이해된다. 운영에 여유가 있었던 16일 경기는 실제로 베스트 라인업 대신 평소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포함되어 대거 기회를 얻었다. 새로운 에이스를 찾기 위한 시도였고,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 강백호 선수가 대활약하며 이를 증명했다.

좋은 결과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선수들이 태극마크의 경험치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만큼은 승패의 수업료에 비해 훨씬 많은 이점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런 김경문 감독의 파격이 프리미어 12 이후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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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12 이승호 키움 히어로즈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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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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