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 포스터

<어멍> 포스터 ⓒ 로드픽쳐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최성원의 노래 '제주도의 푸른 밤'은 제주도가 지닌 환상을 보여준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한 곳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제주도는 힐링의 공간으로 대표되며 예술에 있어서도 영감을 주는 장소로 주로 표현된다. <어멍>은 이런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뒤편에 거친 바다 같은 삶을 다룬다.

제주도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야 지방관이 파견되는 행정구역으로 편입되었다. 오랜 기간 부분적인 자유를 누려왔던 제주도는 이런 점에서 육지와는 다른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언어를 뽑을 수 있는데 제주 지역의 사투리는 알아듣기 힘든 지점이 있다. 이런 제주도의 생활양식은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점점 바뀌게 된다. 관광 사업이 주를 이루면서 자본주의의 물결이 스며들게 된 것이다.

해녀인 숙자는 바다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 거칠고 힘든 세월을 견뎌온 그녀는 힐링의 공간으로 대표되는 제주도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점점 변화하는 것들에 어울리지 않는 그녀는 변화의 물결에 맞지 않는 것들이 사라지듯 암 말기 판정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숙자의 아들 율은 시나리오 작가 데뷔를 꿈꾸고 있지만 막상 들어온 시나리오는 에로영화이다. 숙자는 힘들어 보이는 꿈을 잡고 세월을 보내고 있는 율이 마음에 걸린다.
 
 <어멍> 스틸컷

<어멍> 스틸컷 ⓒ 로드픽쳐스


율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물질만 계속하는 숙자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데 숙자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를 일찍 떠나보낸 기억이 있는 그이기에 어머니는 곁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면 한다. 이에 율은 어머니의 마음을 돌려놓고자 꿈을 포기하고 떳떳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평생 글만 써온 스펙 하나 없는 율에게 좋은 직장을 구하기란 힘든 일이다.

숙자와 율의 갈등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는 독자적인 생활문화를 형성해 온 곳인 만큼 육지와는 지역 문화에서 다른 지점이 있다. 제주 해녀들은 그들의 삶이 거친 바다 속에서 묵묵하게 할 일을 하는 것인 것처럼 죽음 역시 삶의 고난과 역경이 아닌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제주 해녀의 노래와 장례식 문화는 이런 제주 해녀의 인식을 반영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숙자의 모습은 가장 전통적인 제주 해녀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율이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시나리오 작가는 가장 현대적인 엔터테이너 산업에 종속된 직업이다. 율의 입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숙자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병원 대신 바다를 향하고, 울음 대신 웃음을 보이고, 자신의 고통 대신 아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숙자의 모습은 화려한 자연과 관광 이면에 존재하는 의식과 문화로의 제주를 보여준다.
 
 <어멍> 스틸컷

<어멍> 스틸컷 ⓒ 로드픽쳐스


<어멍>은 모자 사이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드라마에 제주 해녀의 전통적인 의식을 함께 담아낸다. 영화를 보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을 동시에 느끼며 더 깊은 제주도를 음미하게 만든다. 엄마를 의미하는 제주도 사투리 '어멍'은 평생을 제주 해녀로 살아온 숙자의 정체성과 의식을 잘 보여주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정체성의 표현을 잘 보여주는 배우가 제주도 출신의 문희경이다.

숙자 역의 문희경은 철부지 아들을 둔 어머니를 공감 가는 연기로 표현한다. 또한 대학가요제 대상 출신다운 노래 솜씨로 내면의 의식을 드러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앞서 <인어전설>을 통해 제주 해녀로 한 번 출연한 적이 있었던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배우로 발돋움한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과 화려한 관광 이면에 가장 가까운 제주도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어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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