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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자문위원들이 지난 2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출범식에 참석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성폭력 등의 침해에 대한 조사와 피해 구제를 통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해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출범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출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자문위원들이 지난 2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출범식에 참석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성폭력 등의 침해에 대한 조사와 피해 구제를 통한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해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출범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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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팀 선수 10명 가운데 1명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겪고 있고 특히 여성 선수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특별조사단(아래 인권위 특조단)은 25일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15일간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 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56개 종목 4069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진행한 실업선수 인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1251명(응답률 30.7%) 가운데 언어폭력을 경험한 선수는 전체 1/3에 이르는 33.9%(424명)에 달했고, 신체폭력 경험은 15.3%(192명), 성폭력 경험도 11.4%(143명)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을 목격한 선수는 56.2%(704명)로 절반을 넘었다.

실업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 경험... 학생선수의 3배

성인인 실업선수의 인권침해 실태는 미성년자인 학생선수들보다 오히려 심각했다. 신체 폭력 경험 비율은 엇비슷했지만 언어폭력을 경험한 성인 실업선수 비율은 학생선수의 2배가 넘었고, 성폭력 경험은 3배나 더 많았다.

앞서 인권위 특조단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국 5274개 초·중·고교 선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했는데, 전체 응답자 5만7557명 가운데 언어폭력을 경험한 학생선수는 15.7%(9035명), 신체폭력 경험은 14.7%(8440명), 성폭력(성희롱) 경험은 3.8%(2212명)였고, 성관계 요구(18건)나 강간 피해(6건)도 24건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성폭력 피해 학생 선수 2200여 명, 성관계 요구-강간도 24명 http://omn.kr/1lk4m)

직장운동부에서 일하는 실업선수들 가운데 10명 중 1명꼴(11.4%)로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 성폭력(성희롱) 피해자 143명 가운데 66명(전체 5.3%)은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경험했고, 남성선수(2.2%)보다는 여성선수(8.4%)들이 주로 피해를 당했다. '강제 키스, 포옹, 애무'를 겪은 여성선수와 '신체 부위 촬영' 피해를 경험한 여성선수도 각각 11명(남성 2명)으로 나타났고, 성폭행(강간) 피해 여성 선수도 2명(남성 1명) 확인됐다.

임신, 출산하면 은퇴 종용... 여성선수 '유리천장' 심각

실업팀 여성선수들도 결혼, 임신, 출산 문제와 더불어 이른바 '유리천장'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은퇴를 종용하기 때문이다.

"제가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부터 명단에서 제외하려고 했어요. 아기 낳고도 나는 자신 있다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감독이 '할 수 있어? 힘들걸?' 이런 식으로. 외국 선수들 경우는 마흔도 있고 50대도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거의 애 낳고 30대 중후반 되면 다들 그만두고 다른 일 하시더라고요."(인권위 특조단, 30세 여성 실업선수 심층 인터뷰 가운데)

인권위는 이날 "실업팀 직장운동부는 원하지 않는 회식 강요, 직장 성희롱 및 성차별, 결혼이나 임신·출산으로 인한 은퇴 종용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면서 "여성지도자 임용을 늘려서 스포츠 조직의 성별 위계관계와 남성 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 20대 국회 통과 불투명
 
지난 2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 공청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선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 도입 방안이 발표됐다.
 지난 2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입법 공청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공청회에선 체육지도자 여성할당제 도입 방안이 발표됐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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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가 지도자로 가기는 힘드니까 여자들은 거의 지도자 진로를 선호하지 않죠. (중략) 여자는 진로 생각이 남자랑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현재 여자 감독은 없어요. 여자들은 코치로 간다고 해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35세 여성 실업선수 심층 인터뷰 가운데)

"여성 지도자분들이 오히려 성과를 더 많이 내시는 분들도 많아요. 여자지도자는 세심하게 가르쳐주죠. 감정적인 부분을 마음 써주니, 가까이 잘 다가갈 수 있는 거 같아요."(25세 여성 실업선수 심층 인터뷰)


실제 올해 2월 스포츠계 미투 사건 이후 현재 18% 정도에 불과한 여성 체육 지도자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여성 할당제 법안도 발의됐지만 사회와 정치권의 관심이 식으면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관련기사 : 여자농구팀 감독은 왜 전부 남성일까 http://omn.kr/1hbv8 )

지난 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 당시 여자축구 국가대표 출신 임은정 전 FC안양 단장은 "할당제가 시작되면 많은 여성 선수들이 라이선스(스포츠지도사 자격증)를 따려고 최선을 다해 여성 체육 지도자의 양과 질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올해 초 체육 관련 단체 여성 임원과 학교 운동부 여성 지도자를 30%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국민체육진흥법과 학교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각각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올해 정기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태그:#실업선수_인권실태, #인권위_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체육지도자_여성할당제, #체육계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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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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