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기자말]
가수 박경(블락비)의 이른바 '사재기 저격' 논란이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지난 24일 박경은 SNS에 가요계 선배, 동료 가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며 이들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같은 날 오후 삭제됐으며 소속사는 곧바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러나 이름이 거론된 가수 측에선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파문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각종 방송 혹은 SNS에서 '음원 사재기 문제'를 언급한 음악인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특정인을 지목하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현재 포털사이트 댓글란이나 커뮤니티, SNS에는 박경을 질책하는 의견 못지않게 그를 두둔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인지, 25일 오후부터는 2016년 발표된 박경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자격지심'이 3년 만에 음원 순위에 재진입, 역주행을 하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

분명 경솔한 발언이었지만...
 
 박경의 음원 사재기 실명 거론 파문이 야기된 후 25일 밤부터 그의 2016년 발표곡 '자격지심'이 다시 맬론 실시간 순위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박경의 음원 사재기 실명 거론 파문이 야기된 후 25일 밤부터 그의 2016년 발표곡 '자격지심'이 다시 맬론 실시간 순위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 카카오M

 
지난해부터 갑작스럽게 순위 급상승을 이루는 무명 가수들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페북 픽'(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선택한 곡)이라거나 SNS 바이럴 마케팅의 힘이라든가, 다양한 이유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이 곡들의 명확한 인기 이유를 꼬집어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선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이 곡들은 노래방, 컬러링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곡으로 대접 받으며 나름의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이를 향한 의혹 제기 또한 만만치 않다. 

인디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는 26일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음원을) 그냥 사면 안 되니까 페이스북 '소름돋는 라이브' 같은 데에 처음 듣는 노래를 올려준다"라며 "그것을 하고 새벽에 (음원을) 사는거다. 거기에 올렸는데 대박이 났다고 한다. 그런 페이스북 계정이 많다. 여러개를 보유하고 있다. 업자들이 그걸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27일 KBS 라디오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한 가수 성시경도 '사재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의혹 제기는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확인할 명확한 방법은 없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닐로와 숀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들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당시 문체부는 "자료가 부족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으며, 결국 박경이 선후배 가수들의 실명을 언급하는 사태까지 맞이하게 됐다. 분명 박경의 행동은 경솔했다.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실명을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 팬들은 박경을 지지하고 나섰다. 팬들은 현재 가요계 최대 이슈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며 박경의 용기를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음악 팬들은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SNS 등을 통해 "올 박경 멋있네. 진짜 '사이다'다. 솔직히 요즘 음원 차트 믿고 거름", "박경의 용감함에 박수쳐주겠습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며 박경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난 24일 박경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특정 가수들의 실명과 함께 사재기를 언급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24일 박경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특정 가수들의 실명과 함께 사재기를 언급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 박경트위터

 
사재기 의혹 실명 거론 사태는 단순히 당사자간의 법적 다툼만으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무 부처에서 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변변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의 한계, 보안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음원 업체의 비협조 등이 맞물리면서 사재기 의혹 문제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이런 상태라면 지금의 음원 사재기 논란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 없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이 사재기 의혹을 명명백백 가려낼 확실한 방법은 서버 압수수색을 통한 음원 이용 현황 파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정 곡의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곡 이용자들의 접속 IP부터 사용 방법, 혹시라도 수상한 세력이 개입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면 지금의 사재기 논란은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과연 박경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가요계 최대 논란을 말끔히 없앨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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