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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큰 장난감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항상 누런 박스에 담겨 옵니다. 그러면 큰 박스에 종이를 잔뜩 모았다가 버렸습니다. 어느 날 큰 박스를 그냥 버리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가지고 어쭙잖지만 장난감으로 만들어 볼까 생각해서 들뜬 마음으로 아내에게 말했지요.

그러나 돌아 오는 답은 지저분하다며 '나는 반대일세' 하더군요(여보 미안해요). 그래도 방에 들어가 몰래 퍼득 만들었지요. 첫번째 박스로 만든 것은 로봇입니다. 팔, 다리, 머리가 나오게 대충 측량해서 도려 냈습니다(칼 조심하세요). 박스에 매직으로 그림도 그린 것으로 기억납니다. 

아들에게 주니 의외로 좋아하더군요. 덮어 쓰고는 한참 로봇 흉내를 하며 놀았답니다. 일주일은 재미있게 갖고 논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재횔용 분리 수거장로 보냈습니다. 

다음 로봇은 아들과 함께 의논하며 만들었답니다. 일단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박스를 붙였고, 좀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 아들을 씌우고 팔이 나올 위치를 정하고 재단했습니다. 그리고는 아들은 그걸 덮어쓰고는 삐리삐리하며 한참 돌아다녔답니다.
 
박스 로봇과 오빠 얼굴이 자동차인 택시
▲ 박스 롯봇과 자동차 박스 로봇과 오빠 얼굴이 자동차인 택시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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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도 박스 옆으로 구멍을 뚫고 몸만 들어가는 거북이박스도 있는데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네요. 거북이 박스는 만들기 쉽습니다. 구멍 5개만 뚫으면 됩니다. 아빠가 손을 대면 머리를 쏙 넣고 과자를 가까이 대면 고개를 쏙 내민답니다. 머리와 팔, 다리 등을 다 넣으면 굴려도 좋아합니다. 

사진이 없어 아쉽지만 자녀가 있으면 한번 만들어 보세요. 박스 위에는 거북등을 그려도 됩니다. 박스가 아주 길다면 악어를 만들어도 됩니다. 뾰족뽁족한 악어 등을 흉내내기 위해 자투리 박스로 삼각형 세워 테이프로 붙입니다. 거북이든 악어든 저자세로 걸어야(기어야) 하기에 이내 주저 앉습니다. 그때 맛있는 것을 주면서 힘내서 엄마 있는 데까지 가 보라고 해 보세요. 사소한 인내심을 길러 줄 수 있을 겁니다. 
    
버스 문을 만들고 창문과 위에는 환기통도 크게 만들었답니다.
▲ 박스 버스  버스 문을 만들고 창문과 위에는 환기통도 크게 만들었답니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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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부터 택배로 큰 박스가 오면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 칼, 자동차, 집, 버스 등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함께 만들며 유아 시절 못 놀아준 미안함이 조금은 줄더라고요. 

학교일에 매달려 육아는 뒷전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일부러 말을 많이 걸고, 여기 뚫을까 어떤 모양으로 자를까 하며 만듭니다. 택배 놀이도 있습니다. 박스에 들어가서 테이프 붙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박스를 안고(떨어뜨리면 큰 일 납니다) "택배왔습니다" 하고 내려 놓으면 키득키득하며 좋아합니다. 가끔 소파 위에 살짝 던지기도 하지요. 그러면 웃음이 가득 피어 오릅니다.
 
박스에 앉아 동생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오빠의 사랑
▲ 동생을 위한 자동차 선물 박스에 앉아 동생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오빠의 사랑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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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들이 보고서는 택배로 온 박스와 마트에서 장 본 물건을 담아 온 박스를 갖고 와서는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3학년이면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기특하게도 동생을 위해 만든다고 하네요. 자신이 먼저 앉아 보고 동생 보고 앉아라고 하며 놀아주었답니다. 테이프로 붙이고 그림도 그린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겠지요.

이번에는 장갑을 끼고 칼을 사용해서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해야겠습니다. 저는 조수로 맹활약을 해야겠지만요. 오빠와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박스 자동차에는 핑크색 꽃과 미키마우스로 새겨야겠습니다. (이글 쓴 이틀 뒤) 아들과 작업했습니다. 다음은 '부부의 가사 나누기'에 대해 쓸까 합니다.
 
아빠와 오빠가 만든 자동차. 딸이 한참 타고 놀았어요. 밑에 다리구멍냈습니다. 남매가 저 위에 신호등을 설치?해서 놀았답니다.
▲ 동생을 위한 박스 이쁜 박스 자동차 아빠와 오빠가 만든 자동차. 딸이 한참 타고 놀았어요. 밑에 다리구멍냈습니다. 남매가 저 위에 신호등을 설치?해서 놀았답니다.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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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이 박스,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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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주로 입시지도를 하다 중학교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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