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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1
▲ "축출하다"를 옛날 배움책에서는 뭐라고 했을까요?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11
ⓒ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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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49, 5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9쪽 넷째줄에 '백제와 고구려가 없어진 뒤'라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곳에서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라고 하기 쉬운데 보시다시피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멸망한 뒤'보다는 '없어진 뒤가' 훨씬 쉬운 말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줄에 '그 힘을 빌어다'가 있습니다. '그 군사력을 이용하여'라고 하지 않고 이렇게 쉬운 말로 쓴 것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아홉째 줄에는 '넘어뜨리고'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도 '멸망시키고'라고 하지 않았음을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그 땅을 차지하려는'도 쉬운 말이며 '몰아내고'는 '축출하다'라는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준 것입니다.

열둘째 줄에 나오는 '터전 위에 빛나는'에서 '터전'도 반가운 말입니다. 흔히 '토대'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줄에 나오는 '남의 힘을 빌어다'도 '외세를 이용하여'라고 할 것을 쉽게 풀어 쓴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줄에 있는 '옛 땅'도 '고토'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아이들을 생각해서 쉬운 말을 썼다고 봅니다.

50쪽 첫째 줄에 '아우르지 못하였으나'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우르다'는 '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는 뜻인데 이것이 옛날 고구려 땅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아실 것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이때로부터'도 쉬운 말이고,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한 지역 한 정치 한 경제 한 문화 한 정신'에서 '한'이라는 말은 더욱 반가웠습니다. 요즘 흔히 쓰는 '단일 지역 단일 정치 단일 경제 단일 문화 단일 정신'이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보는 배움책과 달리 옛날 배움책에서 쓴 말을 보고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기쁩니다. 하지만 이렇게 두 쪽씩 보여드리는 것만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알게 된 쉬운 낱말과 알게 된 좀 더 쉬운 풀이를 요즘 배움책으로 옮겨 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달라는 말씀을 거듭 올립니다.

4352해 들겨울달 스무이레 삿날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싣습니다. 취재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태그:#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순우리말, #고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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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으뜸 글자인 한글을 낳은 토박이말, 참우리말인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북돋우는 일에 뜻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 맡음빛(상임이사)입니다. 토박이말 살리기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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