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컷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컷 ⓒ 판씨네마(주)

 
영화 <결혼 이야기>는 파경을 맞은 한 부부의 이혼 과정을 통해 가족과 결혼,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 작품이다.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배우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와 함께 뉴욕에서 생활하는 단란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니콜이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아들 헨리와 함께 고향 LA로 돌아가고, 찰리는 자신의 연극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뉴욕에 남아있게 되면서 이들은 결국 이혼하게 된다.

영화는 이 부부의 행복했던 결혼생활을 짧은 스냅샷으로 연속해서 보여주며 시작된다. 두 사람은 이혼 조정관 앞에서 서로의 장점을 글로 써 보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존중하고 아이를 보호하며 원만하게 이혼하려고 한다. 그러나 양육권 분쟁에 돌입하면서 전쟁의 막이 오른다. 

법정에서는 아주 사소했던 잘못도 커다란 결격사유가 된다. 변호사들은 상대방의 작은 흠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만들어 버린다. 니콜이 가끔 자기 전에 와인을 즐겨 마셨던 일은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야 할 증거가 되고, 어느날 실수로 어린이용 카시트 설치를 하지 못한 찰리는 아이를 제대로 양육할 마음이 없는 아빠가 되는 식이다.

이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작은 불만들을 변호사에게 털어놓으면서 비롯된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변호사는 이를 더욱 부풀리고,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부부는 점점 상처받는다. 영화는 파경을 맞은 부부가 점점 더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과정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컷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컷 ⓒ 판씨네마(주)

 
그러나 영화가 변호사들을 악당처럼 그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뢰인을 누구보다 열심히 이해해주려 하고, 법정에서도 최선을 다해 의뢰인을 변호한다.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때문에 찰리와 니콜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서 두 사람은 끔찍한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저주한다. 과거 행복했던 결혼생활은 어느새 불행하고 견디기 힘들었던 시절로 둔갑한다. <결혼 이야기>는 결혼과 이혼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기도 하다. 살면서 주변 사람들과 갈등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소통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살을 맞대고 산 부부였지만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기에 두 사람은 파경을 맞게 된다. 

그러나 치열한 이혼 소송 중에도 삶은 계속 된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소송 중에도 일상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따뜻하게 비춘다. 니콜은 논쟁을 벌이다가도 식사 메뉴를 정할 때가 되면 찰리의 메뉴까지 알아서 주문해주고, 찰리는 니콜의 전화 한 통에 집까지 찾아와 대문을 고쳐주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소송은 점점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이들을 끌고 간다.

이 영화는 지난 9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 선을 보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등 많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러닝타임은 137분으로 꽤 길지만 주인공들의 갈등과 화해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보면 남편, 아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관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가 될 듯.
 
 <결혼 이야기> 포스터

<결혼 이야기> 포스터 ⓒ 판씨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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