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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삼촌 아재비 집보다 산으로 가라"는 옛말이 있다. 밥 때가 되면 입 하나 줄여보려고 괜한 심부름을 아재비 집으로 보냈다는데 그 집도 굶기는 매 한가지. 그래서 가을에는 차라리 삼촌 집 보다는 산에 가면 먹을 게 더 많다는 말이다.

요즘 사람들, 산에 가도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가릴 줄 아느냐가 문제가 되겠다. 우리 집에서 자연 체험교실을 열었을 때 왔던 학생들이 떠오른다. 점심 밥상을 산에서 뜯어 온 것으로 차리기로 했는데 먹을 것을 가져 온 학생이 없었고 가시에 긁히고 발목을 삐고 야단이 났었다. 밥을 한 끼 굶겼더니 오후에는 먹을 것을 제법 뜯어 왔던 일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 논과 밭이 있어요. 교육 농>은 과학, 수학, 영어, 미술이 삶의 교양이라 여기듯이 농사가 일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 책이다. 특히 자라는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눈으로 농사를 바라보면 새로운 시선이 열릴 것이다. 농사는 삶의 방식이자 문화이고 그 안에 과학과 수학과 음악은 물론 우주가 들어 있으니까 말이다.
 
책 표지
▲ 책 책 표지
ⓒ 교육공동체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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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나 폭염 같은 기상이변이나 생명체의 멸종, 문명의 지속가능성, 생산과 분배, 사회의 불평등, 효율과 생산성, 소통과 대화, 갈등의 합리적 해법 등 자신의 소소한 삶은 물론이고 지구 공동체의 안위까지 살피는 일들이 교실의 책상과 종이 위에서가 아니라 흙을 만지고 작물을 돌보면서 다루어지게 된다는 고백이 나온다. 학교의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텃밭을 만들었던 강주희라는 현직 교사의 고백이다. 이른 봄의 감자농사에서부터 고추, 방울토마토, 수박을 거쳐 가을배추와 밀과 보리를 심기 얘기가 싱그럽다.('학교 텃밭 개척기')

홍성군에 있는 풀무학교 교장이었던 홍순명 선생은 학교 밖에다 마을교실에 대해 얘기한다. 모내기부터 물 관리, 풀 매기, 타작과 방아 찧기를 보면서 아이들이 전통 두레와 짚공예, 민속놀이, 솟대 만들기, 요구르트와 치즈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사례를 소개한다. 질경이나 민들레, 냉이, 쑥으로 만드는 샐러드, 떡, 차, 튀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335-337쪽. '부엌과 텃밭을 넘어 학교와 마을로')

교사와 농부, 마을 만들기 활동가 등 16명의 저자가 글을 쓰고 '교육농 협동조합'에서 엮은 책이라 우리나라의 고질인 교육문제와 농업문제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열어준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텃밭 농사 이야기가 앞에 나오고 인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농사를 이해하는 2부가 있다.

3부는 세상살이의 통합적 시각을 보여준다. 교사농부와 농부교사 개념이 등장한다. 보리밭 얘기인가 싶으면 정원과 연못이 보리밭 안에 있다. 놀이인가 싶더니 예술이 된다. 자연을 담는 학교 이야기가 나오는가 싶으면 자연 그 자체가 학교임을 알아채게 하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립니다.


교육농 - 우리 학교에 논과 밭이 있어요

박형일, 강주희, 방효신, 조경삼, 김진숙, 김인호, 이영이, 최문철, 권이근, 임덕연, 조진희, 임종길, 이은정, 신소희, 홍순명, 정용주 (지은이), 교육농협동조합 (엮은이), 교육공동체벗(2019)


태그:#농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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