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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기간을 맞아 (사)김용균재단 준비위원회가 보내온 기고를 4회에 걸쳐 싣습니다. 첫 순서로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의 글입니다.[편집자말]
 
태안화력발전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 분향소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태안화력발전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아들 분향소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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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들이 사고를 당한 지 1주기가 다가온다. 여러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도 하고, 여러 자리에서 발언도 했지만, 아들의 사고를 한 분이라도 더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균이를 추모하는 촛불을 한 분이라도 더 함께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24살 젊디젊은 아까운 내 아들 용균이는 기업의 탐욕스런 이윤 때문에, 그런 기업의 제물이 되어, 컨베이어벨트에 찢겨 차마 믿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날 이후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나의 가슴속엔 여전히 식지 않는 불덩어리가 들어있는 듯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의 나날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그런 고통과 분통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힘겹고 값진 투쟁과 도움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통과시켰고, 회사와 원만한 합의안도 이끌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결국은 구의역 김군도, 아들의 발전 동료들도 살려낼 수 없는 법이라서, 부모로서 '김용균법'이라 이름을 붙이기가 참으로 민망했다(관련기사: 인권위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사회초년생 희생").

나중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라고 나온 것이 그나마 조금 나아진 법조차 약화시킨다고 하니, 나의 호소에도 그렇게 부실한 법을 통과시킨 정치인들이 원망스러웠다.

용균이 죽음 뒤에 실시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지시했고 총리 훈령으로 특조위 조사를 해서 22개 권고안이 나왔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다. 이제는 이 정부에 권고안 이행 의지는 있는지 의심이 되는 지경이다.

1주기가 다 되도록 권고안 1번이던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논의도 진전이 없는 상태고, 그러니 하청의 절반의 노무비 착복도 여전하다. 지금까지 사고 책임자로서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바로 지난주에도 경찰이, 우리가 고발했던 원하청 대표 모두에게 솜방망이 처벌 의견을 검찰에 냈다고 해서 기자회견을 했다(관련기사: "그들도 용균이처럼 컨베이어 벨트에서 일 해봤으면 좋겠다") 너무도 기가 막힌 현실이었다. 조사하느라 고생했던 조사위원들이 하도 답답해서 용균이 1주기를 맞아 '휴지조각이 된 조사보고서'라는 토론회를 열고 기자회견까지 한다니 내 마음도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다. 

발전소 노동 현장은 용균이의 죽음이나 특조위 조사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처우도 개선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는 진행 중이다. 그래서 지금도 용균이 동료들이 차가운 광화문 광장에서 20일째 농성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사고 소식도 너무 자주 들린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과 목숨을 맞바꿔야 하는 제일 위태로운 처지인 것 같다. 대한민국까지 와서, 미래도 희망도 없는 비참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없애고, 안전 때문에 눈물 흘리는 국민이 단 한 사람도 없게 만들겠다고, 2022년까지 산재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시며 유가족의 손을, 내 손을 잡아준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은 왜 말뿐이었나?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 그 약속이 사실은 유가족들을 기만하고 무시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 고 김용균씨 유가족 만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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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산업발전에 실제로 제일 크게 기여했으니, 제일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이 천대받고 무시당하며, 사회에 갓 나온 현장실습생과 청년노동자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까지 위협받으며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또한 대부분 노동자들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노동하며 최대한 허리를 졸라매고 살아도 삶의 형편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반항조차 할 수 없도록 기업과 정치가들이 노동자들을 옥죄는 것 같다. 

왜 노동자들이 최악의 노동환경에서 위험에 내몰리고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우리는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배운 것은 그 누구도 내가 받는 부당함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  

12월 7일 저녁 종각역 사거리에서 김용균 1주기 추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더 이상 죽지 않고 다치지 않는, 노동이 존중받고 정의를 다시 살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노력하는 많은 시민들이 만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고 청와대까지 걸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주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는 분향소와 1주기 추모 전시 '보이지 않는 고통에 대하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매일(2~10일) 저녁 7시(8일 일요일은 5시), 광화문 광장에서는 작은 추모 문화제가 열립니다. 
*12월 7일 토요일 저녁 5시, 종각역에서 1주기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립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후원회원이 되어 주십시오. bit.ly/김용균재단

태그:#김용균, #김용균재단, #위험의_외주화
댓글16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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