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인천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K리그1 35라운드 경기에 나선 인천 유상철 감독의 모습

27일 오후 인천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K리그1 35라운드 경기에 나선 인천 유상철 감독의 모습 ⓒ 프로축구연맹

 
[기사 수정: 2019년 12월 3일 오후 6시 32분]

전북의 3년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린 지난 2019 K리그 최종전에서 '극과 극'으로 화제가 된 두 인물은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이었다. 최근 췌장암 4기 투병 사실을 스스로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낸 유상철 감독은, 병상과 그라운드를 오가면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올 시즌 인천의 극적인 1부리그 잔류를 이끌어내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반면 김도훈 울산 감독은 최종전에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던 울산은 홈에서 포항에게 1-4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며 전북에 다득점에서 밀려 다잡은 우승을 내줬다. 울산은 올해 FA컵(32강)과 ACL(16강)에 이어 K리그에서도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탈락하며 무관에 그쳤다.

지난 2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어워즈 2019'에서 수상자들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는 유상철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동료 사령탑과 선수들은 물론, 여러 축구계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런데 프로축구연맹 수장인 권오갑 총재의 황당 발언이 나왔다. 권 총재는 인사말에서 올 시즌 K리그가 이루어낸 각종 성과를 자축한 뒤 발언을 마무리하는 타이밍에서 갑자기 유상철 감독을 언급했다.

권 총재는 "2005년에 제가 울산 현대의 사장으로 있을 때 유상철 감독(당시는 선수)과 우승을 함께 했다"며 과거의 추억을 회상했다. 권 총재로서는 유 감독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비록 최근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충분히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덕담을 건네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마무리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뜬금없이 "유 감독이 치료를 잘 받고 우리 울산 현대의 다음 감독으로 오시길 박수로 기원하자"는 폭탄 발언을 꺼냈다.

유상철 감독은 현역 시절 울산의 레전드이기는 했지만 현재는 엄연히 인천의 감독이다. 인천은 다음 시즌에도 변함없이 유 감독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 팬들은 1부 잔류의 약속을 지켜낸 유상철 감독을 축하하며 '(병마를 이겨내겠다는) 두 번째 약속도 지켜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유 감독의 쾌유를 열렬하게 기원하기도 했다.

이런 유 감독을 두고 울산의 감독으로 오라는 것은 인천 팬들을 무시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연맹 총재라는 인물이 특정 구단의 감독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

만일 권오갑 총재를 눈앞에 두고 다른 기업 수장에게 "다음에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권 총재의 덕담을 가장한 이 발언은, 한 시즌 K리그를 빛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 유상철-김도훈 감독 같은 축구인들을 무시한 것은 물론, 인천과 울산을 비롯한 K리그 팬들의 마음에까지 찬물을 끼얹은 행태였다. 

한편 이에 대해 울산 현대축구단은 3일 <오마이뉴스>에 "유상철 인천 감독은 울산의 레전드 선수였고 산하 울산대학교 감독이었으며 과거 울산현대 감독을 희망하기도 했다. 당시 그 희망을 들어줄 수 없었던 권총재는 쾌유를 기원하는 덕담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 팬들도 다른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울산현대는 김도훈 감독에 대해서도 "김도훈 감독과 울산 현대는 내년에는 꼭 우승을 달성하자며 내년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오해도 없는 상황이다. 권총재는 긴 인연이 있는 유상철 감독을 돕기 위해 누구보다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권총재의 진심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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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유상철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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