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 SBS

 
금강산 관광을 두고 남북 간에 신경전이 존재하는 가운데, 샘 해밍턴을 비롯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방송인들의 북한 관광을 다룬 특집 다큐가 6일 밤 10시 SBS에서 방송됐다.
 
이날 방송된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 1부 '월컴 투 평양' 편은 카타르 월드컵축구 예선 남북전 하루 전인 10월 14일 샘 해밍턴(호주), 아히안 데가녜 르클레흐(캐나다), 엘로디(프랑스), 카를로스 고리토(브라질), 니클라스 클라분데(독일) 다섯 명이 인천공항을 떠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했다.
 
미국 국적자는 현재 북한을 방문할 수 없다. 그래서 다섯 명 중에 미국인은 하나도 없다. 이들은 베이징을 거쳐 순안비행장에 내린 뒤 평양에서 여장을 풀고 다음날 개성 판문점에 갔다 왔다. 1부 방송은 여기까지 보여줬다.
 
선이와 선희로 불리는 두 명의 북한인 가이드와 함께 리무진 버스를 타고 평양 시내를 향하는 이들은 설레면서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단히 아름답다"며 혼잣말을 내뱉는 출연자도 있었다. 버스가 시내에 들어서자, 꽤 친숙하다는 느낌을 표현한 출연자도 있었다. 방송이 14분을 경과하는 부분에서 독일인 니클라스 클라분데는 이렇게 말했다.
 
"평양과 동유럽의 느낌이 굉장히 비슷했어요. 건축도 그렇고요. 데자뷔를 느꼈어요. 유럽 사람이 유럽에 간 듯한 반가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평양 입구의 개선문에서 하차해 전망대에 올라 고층 빌딩들을 구경한 이들은 해방산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침대에서부터 샤워실까지 객실을 쭉 둘러본 샘 해밍턴은 방송이 20분쯤 경과하는 부분에서 "여기 그냥 시골 모텔급이라고 해야 될까?"라며 "화장실에는 드라이어도 있고 치약·칫솔·몸샴푸(바디워시)·린스·샴푸·샤워기, 별거 없습니다. 근데 있을 거 다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표했다.
 
인상적이었던 북한의 은정휴게소
 
 지난 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 SBS


다음날 아침, 이들은 평양 사람들의 출근 풍경을 내다보면서 개성 판문점으로 향했다. 리무진 버스는 평양개성고속도로를 달렸다. 도로가 고르지 못해 몸이 많이 흔들렸다는 출연자도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방송이 28분쯤 경과됐을 때 모습을 나타낸 은정휴게소였다. 평양개성고속도로에서 유일한 휴게소인 이곳은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매장이 따로 없었다. 관광객들이 도착하면, 직원들이 밖으로 나와 노상의 탁자 위에 먹을거리를 펴놓고 판매하는 식이었다. 손님이 과일을 주문하자, 직원이 즉석에서 칼을 들어 껍질을 깎아주었다.
 
버스가 판문점에 다가서자, 멀리서 태극기가 보였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여기서는 출연자들의 스마트폰이 터졌다.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묘한 느낌을 토로하는 출연자도 있었다.
 
개성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온 이들은 능라도 경기장에서 집단체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대형 스크린에서 정교한 화면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공연 제목은 '인민의 나라'였다. 인민의 나라 인민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카드를 바꾸어 들면서 완벽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연출하는 모습이 출연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외에도 제1부에서는 출연진이 평양 시내에서 이발소 같은 데를 둘러보는 장면을 보여줬다. 출연자들은 관광객 기분으로 즐겁게 현지를 돌아다녔다.
 
북한 정부가 촬영 기회를 제공한 이유

이 프로그램을 예고한 언론보도들에서는, 북한이 어떤 의도로 이들의 입국을 허용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했다. 북한 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로 SBS의 현지 촬영을 허용했는지는 차치하고, 북한 정부가 이 같은 촬영 기회를 제공한 일반적인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일성·김정일 때와는 좀 다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관광정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김정은은 외국인 관광 유치에 상당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 북한 경제의 돌파구 중 하나를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이는 그의 현지지도가 관광지를 대상으로 하는 일이 많은 데서도 나타난다.
 
2016년에 <통일문제연구> 제28권 제2호에 실린 정유석 고려대 북한연구센터 연구교수의 논문 '김정은의 현지지도와 관광정책'에 정리된 바에 따르면, 2012년 1월 12일부터 2015년 9월 28일 사이에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곳 중에서 28곳이 관광지와 관련된 곳이었다.
 
건설 중인 평양민속공원, 완공 직전인 능라인민유원지, 완공 이후인 문수물놀이장 등을 방문했다. 2012년 한 해 동안에는 12차례나 이런 곳을 현지지도했다. 김정은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광사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목적 외에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이미지 형성과 더불어 폐쇄적인 국가 이미지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고 위 논문은 말한다.
 
2015년에 <한국행정학회 학술발표논문집>에 실린 유병희 단국대 초빙교수의 논문 '북한의 관광정책과 리더십'에 따르면, 관광사업에 대한 김정은의 열의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규모의 관광 위락 시설 건설에, 선대에서 해오던 속도전이라는 선전선동사업을 접목하여 자신만의 통치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속도전으로 인한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 그 정도로 그는 관광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김정은의 열정이 SBS 현지촬영에 대한 허가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위 논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위락시설 건설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외국인들이 재미있게 놀다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만족스러워 한 이유
 
 지난 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 SBS


그런데 1부 방송에서는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일반적인 소감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평양 방문 첫날 보여준 출연자들의 반응은 실제 외국인들의 반응과 좀 다른 데가 많았다. 해방산 호텔에 들어선 샘 해밍턴은 시골 모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호텔은 객실이 113개이며 2등급 숙박시설이다. 객실이 3천 개인 류경호텔은 아직 운영 전이기는 하지만 특1등급(deluxe)이고, 객실이 510개인 양강호텔은 1등급이다. 평양 시내에 있는 호텔 열 군데 중에서 해방산 호텔은 열 번째에 해당한다.
 
여행 리뷰 사이트인 '트립 어드바이저'에 실린 외국인들의 북한 여행 후기를 분석한 논문이 있다. 금년 11월에 관광학자들인 문혜영·강성진이 <관광학 연구> 제43권 제8호에 기고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험한 평양 특1급 호텔시설과 서비스'라는 논문이다.
 
평양 시내의 특1급 호텔 3곳인 고려호텔·보통강호텔·양각도호텔을 이용한 뒤에 작성된 501개의 투숙객 리뷰를 분석한 이 논문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의외로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호텔 시설이나 서비스가 아주 탁월해서는 아니었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위 논문은 "평양 시내 특1급 호텔들의 투숙 경험 만족감은 북한 방문 전 갖고 있던 낮은 기대수준에 비해 더 나은 시설과 서비스 체험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라는 리뷰가 183회 등장하였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여행객들은 경제제재, 기아, 식량난 등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뉴스들을 접해오면서, 북한의 특1급 호텔일지언정 기본적인 객실 비품조차 기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형편 없을 거란 예상을 하고 갔기 때문에 호텔에 대한 만족도가 의외로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외국인들이 감탄을 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 출연진은 평양에서 가장 낮은 호텔에 투숙했다. 그래서 이들로부터 '의외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유럽인이 46.1%, 아시아인이 19.8%, 아메리키아인이 19.6%이고 나머지는 호주·아프리카·중동 출신인 501명의 리뷰 작성자들은 직원·식당·맥주·세탁·부대시설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반면, 아침식사, 온냉방시설, 욕실, 객실 비품, 소모품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생각보다 괜찮다'는 게 전반적인 느낌이지만,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부정적인 느낌도 있었던 것이다. 샘 해밍턴은 2등급 호텔의 객실 비품에 만족감을 표했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특1급 호텔의 객실 비품에 대해서도 만족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불어 관광객이 호텔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도 불만으로 꼽혔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 北>의 한 장면 ⓒ SBS


한편, 방송 출연자들이 활달하고 편한 느낌을 보여준 것과 달리 북한 여행객들은 실제로는 긴장감을 많이 품은 편이었다. 위 논문에 따르면 가이드 없이 외출할 수 없다는 점, 도청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 때문에 심리적 위축을 느끼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정리하면,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 1부는 대부분의 북한 여행객들이 여행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1부밖에 방송되지 않았다. 나머지 방송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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