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한민국 예능의 고수 강호동과 유재석은 각자의 프로그램에서 라면 끓이기에 나섰다. 그들은 왜 라면을 끓여야만 했을까?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두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미를 스프 삼아 라면을 만들어냈다.

<라끼남> 라면 하나 끓어 먹기 위한 지리산 천왕봉 등정
 
 지난 6일 방영된 tvN <라끼남>의 한 장면

지난 6일 방영된 tvN <라끼남>의 한 장면 ⓒ CJ ENM


강호동의 6분짜리 TV 예능이자 웹 예능으로 관심을 모은 tvN <라끼남>은 잘 알려진 것처럼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라면은 맛있게 끓여 먹기 위한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본격 방영에 앞서 진행된 6일 인터넷 생방송에서도 강호동은 <신서유기> 제작진의 냉장고를 탈탈 털어 자신만의 라면을 끓이면서 시청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들었다. 그리고 진행된 본방송에서 그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오직 라면을 위해 지리산 등정에 나선다.

체력 좋은 강호동이라 할지라도 지리산 천왕봉은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등산은 예능에서 웃음을 만들어내기 부적합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출연진과 촬영하는 제작진 모두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공간이 바로 산이기 때문이다.

중간마다 제작진 혹은 하산하는 등산객과의 이야기가 잠시 등장하지만 <라끼남>은 사실상 강호동 1인만 출연하는 예능이다. 자칫 잘못하면 심심한 프로그램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라끼남>은 이렇게 부적절한 장소, 소재에서도 재미를 뽑아내는 데 성공한다. 천왕봉에서 먹을 라면 고르기부터 강호동은 특유의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힘든 등산 과정에서도 귤 하나 까먹으며 카메라 너머에 존재할 수 많은 이들과 자신과의 가상 대화를 적절히 이어나간다.

라면은 그저 신곡 준비를 위한 속임수... <놀면 뭐하니>
 
 지난 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의 한 장면 ⓒ MBC

 
반면 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 속 라면은 <라끼남>과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몇 차례의 예고편, 인터넷 선공개 등으로 유재석의 라면집 도전을 지켜본 상당수 시청자들은 "트로트 도전 끝내고 이번엔 라면 '쿡방'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방송의 전반부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중국집 주방에 끌려가서 유산슬 만들기에 나선 유재석의 요리 실패기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라면 끓이기로 이어진다. "제가 라면은 잘 끓이거든요"라고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유산슬(유재석)은 영문도 모른 채 서울 허름한 분식집에서 다양한 라면을 끓여야만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연상케하는 각양각색 손님과의 대화가 재미를 더해갈 무렵 프로그램은 김태호 PD 특유의 반전을 꾀한다. 유산슬의 라면집 고군분투기는 고스란히 방송국을 찾은 트로트 대가 3인방(박현우-정경천-이건우)에게 생생히 화면으로 전달되었다. 사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유산슬 신곡 제작을 위한 영감을 얻게 하려는 제작진의 묘수였던 것이다.  

당초 유산슬이란 이름에 걸맞게 중화요리에 연관된 곡 만들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는 생각만큼 요리 실력이 좋지 못했다. 제작진은 유산슬의 말 한마디에 "라면"으로 급선회, '합정역 5번 출구'에 이은 후속곡 소재로 이를 활용하게 되었다. 결국 유산슬의 라면 끓이기는 제작진의 큰 그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건우 작사가가 가사를 쓴 '인생 라면'으로 신곡을 준비한 박현우, 정경천 두 노장 음악인들은 언제나 그렇듯 티격태격 다투면서 특유의 '케미'를 발휘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도한다. 일찌감치 몇몇 시청자들 사이에 '70대 하와수'(정준하와 박명수)를 별명을 얻은 두 사람의 미묘한 갈등과 화합은 <뽕포유> 인기의 상당 지분을 차지했고 이번 방영분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해낸다.  

한국인의 소울 푸드... 시청자들 마음에도 웃음의 맛을 더하다.
 
 지난 6일 tvN <라끼남> 본방송 직전 제작진과 강호동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라면을 끓이며 새 프로그램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 6일 tvN <라끼남> 본방송 직전 제작진과 강호동은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라면을 끓이며 새 프로그램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 ⓒ 채널십오야

 
<라끼남> <놀면 뭐하니>가 선택한 라면의 활용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어찌되었든 프로그램 제작진의 의도대로 강호동과 유재석은 라면을 자양분 삼아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 큰 웃음을 선사한다.  

흔히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라면을 언급하곤 한다. 값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 라면이지만 제 각각 다른 조리 방식, 재료 활용을 통해 수만가지 이상의 맛을 만들어내는 기묘한 음식 아니던가? 주말 예능 속 라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건 간에 예능 고수들이 만든 라면의 풍미 만큼 이들 프로그램의 재미는 한층 더 깊어졌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끓인 라면 덕분에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도 기분 좋은 맛으로 한가득 채워질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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