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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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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 창원공장 비정규직 585명이 올해 말로 해고를 앞두고 있다. 한국지엠이 물량 감소를 이유로 근무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사내하청(협력) 7개 업체와 도급계약을 12월 31일자로 끊기로 한 것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이미 (대)법원에서 여러 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원청인 한국지엠 소속의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구하는 소송(1‧2심)에 나선 비정규직은 460여명에 이른다.

법원 판결대로 한다면 한국지엠은 비정규직을 자를 게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지엠이 무더기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소송, 새해 1월 10일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 예정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불법파견'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005년 진정을 제기했고, 노동부가 조사를 벌여 한국지엠 닉 라일리 전 사장과 창원공장 6개 하청업체 대표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죄로 기소한 바 있다.

이 형사 사건에 대해 2009년 1심에서는 무죄가 났지만, 이듬해 항소심에서 뒤집어져 유죄 선고되었고, 대법원은 2013년 2월 회사의 상고를 기각(형사판결)해, 닉 라일리 전 사장과 6개 하청업체 대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민사소송이 진행되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5명(1차)이 2013년 6월 한국지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민사)을 냈다. 이 소송은 2014년 12월 1심, 2016년 1월 항소심에 이어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

소송을 냈던 비정규직 5명 모두 한국지엠 소속이라는 판결이 났고, 이후 이들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추가 소송이 이어졌다. 비정규직지회가 주도해 2차 38명, 3차 105명이 한국지엠 본사(부평공장) 관할인 인천지방법원에 소송을 냈고, 2018년 두 소송 모두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 2차 소송은 새해 1월 10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 예정이고, 3차 소송은 항소심 계류 중이다.

별개로 하청(협력)업체가 주도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창원지방법원에 제기되었다. 먼저 창원지법은 올해 2월 100여명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고, 이 소송은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이다. 또 별도로 1심 소송을 추가로 낸 비정규직도 상당수다.

지금까지 인천‧창원지법에 소송을 내 1심 승소했거나 1심 계류 중인 비정규직은 460여명에 이른다.

비정규직의 개별적인 소송과 별개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2018년 7월 3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파견법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정부도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불법파견'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노동부가 과태료 부과 처분을 하자 한국지엠은 이것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이 소송도 현재 창원지방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이어 창원-인천지법 이미 '원고 승소' 판결

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왜 '불법파견'이라고 봤을까. 이는 지난해 2월 인천지법, 올해 2월 창원지법에서 나온 판결문을 보면 그 내용이 잘 드러나 있다.

인천지법 제11민사부는 2018년 2월 13일 판결문을 통해 "원고(비정규직)들은 피고(한국지엠)의 근로자임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자동차 생산 방식인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연속 공정 진행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생산관리와 품질관리 공정 등이 컨베이어벨트 작동 속도에 비례하여 작업이 이루어졌고, 독자적으로 작업 일정을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일부 공정의 경우 주간에는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야간에는 한국지엠 소속 근로자들이 작업을 수행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내협력업체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지는 못하였다"고 했다.

근태관리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한국지엠)는 피고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인적사항도 피고의 인사관리 시스템에 등록하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조퇴와 같은 근태, 특근시간 등을 통보받아 그 정보를 관리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근로조건 결정 형태는 도급관계에서의 근로조건 결정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판결했다.

2019년 2월에 나온 창원지법 제5민사부의 판결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또 이 재판부는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이면 받았을 임금 차액분도 원청인 한국지엠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국지엠 "법원 최종 판결 존중하겠다" 입장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비정규직에 대해 퇴직위로금과 함께 소 취하를 제시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비정규직에 대해 퇴직위로금과 함께 소 취하를 제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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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도급직 고용'에 대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말,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정규직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의 '도급직 고용 대책 요구'에 대해 "도급업체 직원의 고용 관련 사항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지엠은 최근 비정규직의 해고와 관련해 '퇴직 위로금'을 제시했다. 회사는 근무 경력 1년 미만에 1000만원, 1년 이상~2년 미만에 2000만원, 2년 이상에 3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다만 퇴직위로금 지급에 '부제소 확약서'와 '소 취하'의 조건이 달려 있다.

한국지엠은 위로금을 받을 해고 대상 비정규직에 대해 "한국지엠과 근로자들 사이의 법률 관계에 관하여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고용관계 또는 근로자 파견 관계, 그 밖의 법률관계가 성립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설령 어떤 법률관계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위로금을 수령함으로써 본인이 한국지엠에 대하여 보유한 모든 권리(직접고용청구권, 근로자지위확인청구권, 임금지급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을 포함하나 이에 한정되지 않음)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확약을 하도록 했다.

한국지엠은 현재 법원에 비정규직들이 원청을 상대로 해놓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준다고 한 것이다.

"회사측은 재판 지연시키기도... 법원 판결 취지 존중해야"

비정규직들은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해고 예고에 반대하며 연일 집회를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지회 진환 대의원은 "한국지엠은 1심에서 정규직이라고 판정을 받은 비정규직까지 소송 포기를 조건으로 위로금을 제시했다"며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대로 한다면 소송을 낸 460여명이 정규직으로 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물량 감소라면 순환휴직 등 대책이 얼마든지 있지만, 무조건 해고를 시키는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산시키려는 속셈이 있지나 않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비정규직들이 내놓은 소송이 법원에서 더디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보면, 회사측 변호인은 현장검증에다 많은 증인신청을 하기도 했고, 재판부 인사이동 등으로 심리가 미뤄지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본래 민사재판에서 증인은 신청한 쪽에서 늦어도 1주일 전까지는 신문사항을 내야 하나, 회사측은 3~4일 전에 내기도 하는 등 반대신문도 제대로 못하게 했다"며 "이럴 경우 우리 쪽에서 반대신문을 못한다며 기일을 연기해버릴 수 있으나, 그럴 수 없는 상황임을 악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재판이 지연되자 인천지법 앞에서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이 3년째 1심 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며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회사측은 1심에서 했던 현장검증을 항소심에서도 하자고 한다. 대개 현장검증은 준비기간까지 몇 달이 흘러가는 절차다"며 "회사측은 재판을 지연 시키는 전략을 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미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났고, 고용노동부도 시정명령을 내렸다"며 "회사는 비정규직을 해고가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인천지방법원에 원청을 상대로 냈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지연되자 법원 앞에서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인천지방법원에 원청을 상대로 냈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지연되자 법원 앞에서 신속한 재판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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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지엠, #대법원, #인천지방법원,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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