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내년 시즌 함께 할 외국인 선수 3명과의 계약을 모두 마쳤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우완투수 드류 가뇽과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등 총액 85만 달러(옵션별도)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KIA는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와도 계약금 30만 달러에 연봉 55만 달러 등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지난 11월 14일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를 영입했던 KIA는 내년 시즌 브룩스, 가뇽, 터커로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빅리그 통산 23경기에 등판한 가뇽은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7.32의 성적을 올렸던 선수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로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로 알려져 있다. 터커 역시 올 시즌 95경기에서 타율 .311 9홈런 50타점을 기록하는 좋은 활약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1990년생 동갑내기 외국인 선수 3명과 계약한 KIA는 내년 시즌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외국인 투수 성적 좋았던 시즌에 언제나 상위권이었던 KIA

KBO리그에서 외국인 원투펀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각 구단들은 시즌이 끝나면 그 해 팀 성적과 상관없이 다음 해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하는데 사활을 건다. 물론 올해 한화 이글스의 워릭 서폴드와 채드 벨처럼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좋아도 팀 성적이 나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이 좋으면 팀 성적도 함께 올라가기 마련이다.

실제로 올해 KBO리그 상위권 4팀은 모두 외국인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는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정규리그 29승을 합작했고 준우승팀 키움 히어로즈도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가 26승을 책임졌다. 중간에 외국인 투수가 바뀌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SK 와이번스 역시 앙헬 산체스와 헨리 소사가 26승을 따내며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다.

올 시즌 외국인 투수의 활약이 가장 좋았던 팀은 정규리그 4위 LG 트윈스였다. LG는 외국인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365.1이닝을 합작하며 나란히 2점대 평균자책점과 14승을 따냈다. 만약 올해 LG의 전력에서 두 외국인 투수의 성적을 뺀다면 LG는 가을야구 진출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FA 유격수 오지환으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아낸 LG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도 바로 윌슨과 켈리의 재계약이다.

KIA 역시 다른 구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태 타이거즈 인수 후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과 2017년을 돌아보면 언제나 외국인 원투펀치의 든든한 활약이 있었다. 2009년에는 아킬리노 로페즈가 14승 5패 3.12로 공동 다승왕과 평균자책점 3위를 기록했고 릭 구톰슨이 13승 4패 3.24로 다승 공동 4위와 평균자책점 6위에 오르며 KIA의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로페즈는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을 따내는 'MVP급 활약'을 펼쳤다.

2017년에는 헥터 노에시와 팻 딘이라는 외국인 투수가 있었다. 물론 양현종과 함께 동반 20승을 따낸 헥터에 비하면 9승7패4.14의 팻 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팻 딘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마이클 보우덴과 맞대결을 펼쳐 7이닝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KIA의 우승에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규 시즌 성적이 다소 아쉬웠던 팻 딘이 2018 시즌 KIA와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빅리그 통산 5승' 가뇽, 트리플A에서는 특급 선발이었다

2018 시즌이 끝나고 헥터, 팻 딘과 결별한 KIA는 올 시즌 조 윌랜드와 제이콥 터너로 새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윌랜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시즌 10승을 따냈고 터너 역시 빅리그 통산 14승 경력이 있는 만큼 KIA 팬들의 기대는 매우 컸다. 하지만 나란히 시즌을 완주한 윌랜드와 터너는 15승 23패의 성적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양현종 한 명이 올린 승수(16승)에도 미치지 못했으면서 양현종의 3배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 셈이다.

KIA는 시즌이 끝난 후 윌랜드, 터너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현역 시절 5번의 올스타 출전과 2014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맷 윌리엄스 감독을 선임했다. 메이저리그 현지에 풍부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는 윌리엄스 감독은 KIA의 새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적극 개입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3루 코치 시절 인연을 맺었던 빅리그 9승 투수 애런 브룩스 영입은 그 시작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을 중심으로 여러 선수와 연결돼 있던 KIA는 브룩스, 양현종과 트로이카를 형성할 새 외국인 투수로 가뇽을 선택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된 가뇽은 7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작년 6월 메츠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경험은 선발 1경기를 포함해 23경기에 불과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5승을 따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적을 만들었다.

가뇽에게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올 시즌 트리플A 성적이다. 가뇽은 올해 트리플A에서 선발로만 15경기에 등판해 6승 5패 2.33이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낮은 평균자책점에 비해 피홈런(12개)이 다소 많았던 게 흠이지만 KBO리그보다 수준이 더 높다고 평가 받는 트리플A에서의 투구내용은 가뇽의 내년 시즌을 기대케 하기 충분하다. 가뇽은 빅리그에서도 9이닝 당 볼넷이 3.0개였을 정도로 제구가 불안한 투수도 아니다.

올 시즌 16승 8패 2.29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따내며 토종 투수의 자존심을 지킨 양현종은 내년 시즌에도 충분히 15승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실력이 검증된 투수다. 따라서 KIA는 두 외국인 투수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썩 어렵지 않게 성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윌리엄스 감독 체제 하에서 새롭게 구성된 KIA의 선발 트로이카가 2020 시즌 KBO리그 마운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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