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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선거법 처리를 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선거법 처리를 위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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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패율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석패율 자체에 대한 오해도 많고,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의 관계에 대한 오해도 많다.

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를 통해 3+1(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마련한 선거법 합의안 중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상한선)을 적용한다는 내용은 수용하지만, 석패율제에 대해선 재고를 요청했다.

석패율이란 말 그대로 지역구에서 애석하게 떨어진 사람을 비례대표로 당선시켜주는 제도이다. 일본이 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일본을 갖고 애기해서는 안 된다. 석패율은 선거제도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큰 틀의 선거제도가 어떤 제도냐에 따라 석패율의 의미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을 갖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는 일본은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는 '병립형'이기 때문이다. 병립형이라는 개념 자체가 따로 따로 뽑는 것인데, 지역구에서 떨어진 사람을 비례대표로 구제해준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은 '병립형'을 '연동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연동형은 정당득표율을 가장 중심에 놓고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고, 그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부터 먼저 국회의원이 되게 한 후에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가령 A당이 30%의 정당득표를 했으면, 300석의 30%에 해당하는 90석을 배분받는다. 그리고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70명이면, 모자라는 20명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개념이 '연동형'이다.

이런 연동형 제도에서는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가 아니다.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면 비례대표가 줄어들고, 지역구 당선자가 적으면 비례대표가 늘어난다. 서로 연동되어 있는 것이다.

의석은 안 늘리고 이제와서 동시출마를 하자니

이런 연동형 제도에서는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차피 정당별 의석은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므로, 비례대표 출마가 중심이다. 그런데 비례대표로 출마한 사람이 지역구로도 출마해서 정당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구에서 떨어지더라도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에 들어가 있으면,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것이다.

우리는 좀 낯설 수 있지만, 지역구 중심이 아닌 비례대표 중심으로 생각을 바꾸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독일, 뉴질랜드가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독일, 뉴질랜드에서는 비례대표 선거를 중심에 놓고, 비례대표로 나선 후보자가 지역구 선거에도 후보자로 동시에 등록을 한다. 이것을 최근에 민주당이 이중등록제라고 했지만, 사실은 동시출마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중등록'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것은 전혀 부정적인 일이 아니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시출마'가 맞다.

이렇게 동시출마를 하는 독일, 뉴질랜드의 선거에서, 정당이나 후보자는 지역구 선거에 올인하지 않는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정당지지율이기 때문이다. 정당 입장에서는 정당지지율만 나오면 의석이 보장되니 지역구에 올인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후보 입장에서도 지역구에서도 1등을 못해도, 비례대표로 당선 가능하기 때문에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면서까지 무리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처럼 자기 정당의 정책에도 반하는 지역구 공약을 내거는 경우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동시출마가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이중등록이나 동시출마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지역구-비례 동시출마를 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학계는 의석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걸 거부한 것은 민주당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동시출마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역구 250명에 비례 50명으로 어떻게 동시출마를 할 수 있는가? 비례대표가 지역구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어떤 지역구 출마자는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어떤 출마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정당 안에서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독일은 지역구 299 : 비례 299로 지역구 의원 숫자와 비례대표 의원 숫자가 동일하게 되어 있다(실제로는 보정의석 때문에 비례대표 숫자가 더 많다). 그러니까 지역구와 비례로 동시에 출마하는 것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고 자연스럽다.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지역구 71 : 비례 49로,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동시출마(이중등록)을 얘기하려고 했으면, 진작에 의석을 360석 정도로 늘려서 비례대표 의석을 최소 100석 이상으로 했어야 한다. 시민사회와 학계는 이런 주장을 계속 했었다. 그런데 특권을 내려놓기 싫어서, 특권폐지를 거부하고 연봉삭감도 거부한 것이 민주당이다. 의석을 늘리려면, 그 전제로 특권폐지-연봉삭감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렇게 민주당이 의석 확대를 거부하는 바람에 지역구 250 : 비례 50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이중등록인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동시출마를 하려고 해도 출마할 비례대표 의석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준연동형이어서 소수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하게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소수정당의 지역구 출마자는 지역구 당선이 어렵기 때문에 비례대표로 당선을 바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예를 들어 독일녹색당의 경우에 1983년에 국회에 진출했지만, 지금도 지역구 당선자는 1명에 불과하다. 2017년 총선에서 독일녹색당은 67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는데, 1명만 지역구였고 66명은 비례대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녹색당의 후보들은 지역구-비례 동시출마를 하고, 지역구에서는 낙선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논의되는 선거제도는 준연동형에 '캡'까지 씌우자는 것이다. 그러면 비례대표 의석이 본래 소수정당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받아야 할 의석의 50%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비례대표 총의석이 50석밖에 안 되어서 지역구 출마자들이 비례대표 명부에 모두 이름을 올릴 수도 없다. 애시당초에 동시출마를 얘기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동시출마를 할 수 없게 조건을 만들어놓고, 지금 민주당이 이중등록을 얘기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석패율이 안 된다면, 소수정당의 지역구 출마자들은 전부 지역구에 나와서 낙선하는 '희생'만 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독일처럼 일부라도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래야 소수정당도 지역구에서 좋은 후보들이 나갈 수 있고, 지역구에서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그 후보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반쪽짜리도 안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석패율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앞으로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게 된다면, 독일이나 뉴질랜드처럼 지역구-비례 동시출마를 보장하면 된다.  

눈앞의 유불리만 따지는 민주당... 그 치명적 문제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유성엽 대안신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유성엽 대안신당·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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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석패율'을 할지 말지는 각 정당이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석패율에 반대한다면, 민주당은 석패율을 안 하면 된다. 그런데 왜 다른 정당에게까지 석패율을 금지시키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의 수도권 의원들이 '석패율이 도입되면 정의당 등 진보적인 소수정당 후보들이 완주를 해서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다'는 얘기를 한다는데, 한심한 얘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보수도 분화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보다 더 오른쪽 정당의 후보들, 더 중도에 가까운 정당의 후보들이 지역구에서도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그 정당의 후보들도 석패율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구 선거도 다자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고 표의 분산 현상은 민주당-자유한국당 양쪽에서 나타날 것이다(오히려 자유한국당쪽에서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선거제도의 변화는 선거의 구도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이런 구도의 변화를 보지 않고, 유불리를 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게다가 석패율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유인태 전 의원은 "노 대통령은 2004년 17대 총선 때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한나라당에 제안했던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제도 개편이 어렵게 되자 '석패율제라도 어떻게 노력을 해보라'고 당시 정무수석인 내게 지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석패율은 2015년 2월 중앙선관위도 권고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석패율이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석패율이 도입된다고 한들, 준연동형에 '캡'까지 씌워서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숫자를 제한해 놓은 상황에서, 진보적인 소수정당의 후보들이 수도권에서 얼마나 나오겠는가? 차라리 석패율에 의해 진출 가능성이 높은 곳은 진보적인 소수정당의 득표율이 높은 호남권이다. 수도권은 석패율을 적용해도 진보적인 소수정당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처럼 민주당의 얘기는 논리에도 안 맞고, 어리석고 잘못된 계산에 기반한 것이다. 이런 얕은 계산을 갖고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석패율, #이중등록, #동시출마, #연동형비례대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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