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일 쿠팡 사이트. 공기 소총(air rifle)이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글로벌 공기총 회사들이 제조한 실제 총기가 판매목록에 나타났다.
 19일 쿠팡 사이트. 공기 소총(air rifle)이라는 단어로 검색하자 글로벌 공기총 회사들이 제조한 실제 총기가 판매목록에 나타났다.
ⓒ 쿠팡 사이트 캡처

관련사진보기

 
'기존 공기총보다 빠른 속도와 긴 수명, 적은 진동'

한 공기총 광고다. 개인 총기 소유가 가능한 미국에서나 볼 법한 문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e커머스 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픈마켓 쿠팡에서 공기총(air rifle)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사이트에서 공기총을 영어로 검색하면, 서로 다른 12개의 제품이 나타나는 것으로 19일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쿠팡이 자체 기준에 따라 나열한 쿠팡랭킹 순으로, 1위에는 가모(Gamo)사의 호르넷 맥심 에어 라이플(Hornet Maxxim Air Rifle)이, 2위에는 핫산(Hatsan)사의 95 에어 라이플 콤보 보택스 가스 스프링(Air Rifle Combo Vortex Gas Spring air rifle)이 올라있다. 가모사와 핫산사는 모두 세계적인 공기총 제조업체다. 두 개 제품 모두 '진짜 총'인 셈이다.

진짜 총, 어떻게 쿠팡 사이트에 올랐을까

공기총은 공기를 압축했다가 뿜어내는 방식으로 발사되는 총기의 한 종류다. 이름에 '공기'가 들어간 탓에 위험하지 않다고 여기기 쉽지만, 탄환을 사용해 사람이나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BB탄과는 다른, 엄연한 '살상용'인 셈이다.

이에 우리 법 또한 공기총을 총포로 구분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명 총포화약법에 따라 총포는 아무나 판매할 수 없다. 판매자가 속한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가능하다.

같은 법에 따라 인터넷에서 총기를 판매하는 것 또한 금지돼 있다. 총포화약법 제8조에 따르면 총기 등은 인터넷을 통해 판매, 임대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광고하지 못한다.

경찰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ㅁ 총포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총기 판매자는 '쿠팡에서 공기총이 판매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총기 구입은 인터넷으로 오갈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판매자 구매자 모두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 허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총기는 경찰서가 보관하게 돼 있다"며 "판매자는 경찰서에 총기를 전달하고, 구매자는 '포획'을 원할 때마다 경찰서로부터 포획 승인을 받아야 총을 건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터넷 쇼핑몰로 공기총을 구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쿠팡 사이트에서는 공기총이 판매되고 있었다.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판매자들이 쿠팡의 관리가 부실한 틈을 타 해당 상품을 쿠팡 사이트에 등록해두었기 때문이다.

해외구매대행이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판매자가 해외에서 대신 사들여, 수수료를 받고 소비자들에게 되파는 사업 방식이다. 몇 년 간 '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쇼핑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해외구매대행 쇼핑몰이 생겨났다. 현재 쿠팡 사이트에서도 이 같은 판매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쿠팡의 관리 부실 틈 타... 사이트에 총기 올린 쇼핑몰 판매자

이번에 쿠팡에서 총기를 판매하던 회사는 ㅌ업체와 ㅅ업체 등 두 곳으로, 모두 글로벌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amazon)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제품을 구매 대행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회사들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들여올 수 없는 상품들이 등록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쿠팡에 올라 있던 총기 제품 또한 아마존의 '인기 상품'이었다.

두 업체는 모두 공기총을 쿠팡 사이트에 등록하기 위해 총기와 전혀 다른 상품 분류를 선택하기도 했다. 총기를 '꼼수 등록'한 셈이다. ㅌ사는 가모사의 공기총을 등록하면서 상품 분류로 '겨울용품 - 빙벽화'를 지정했다. 신발 사이즈에는 '.22구경(Caliber)'라는 표기가 적혀 있다.

ㅅ사 역시 공기총을 '배낭소품'으로 등록해뒀다. 소비자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옵션' 칸에는 색상대신 '.177 Caliber'와 '.22 Caliber' 등 구경의 종류가 나뉘어 있었다.
 
쿠팡에 공기총을 등록했던 한 업체는 총기와는 전혀 다른 상품 분류를 선택해 해당 제품을 ‘꼼수 등록’했다.
 쿠팡에 공기총을 등록했던 한 업체는 총기와는 전혀 다른 상품 분류를 선택해 해당 제품을 ‘꼼수 등록’했다.
ⓒ 쿠팡 사이트 캡처

관련사진보기

 
플랫폼 사업자인 쿠팡이 제품 등록 당시 상품을 제대로 살폈다면 이 같은 '꼼수 등록'을 막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쿠팡이 오픈 마켓 형태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관리에 빈틈이 생겼다. 오픈 마켓이란 모두에게 열려 있는 온라인 장터로, 판매자는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큰 제재를 받지 않고 손쉽게 상품을 등록할 수 있다.

쿠팡에서 상품을 팔고 있는 한 판매자는 "쿠팡의 로고가 박혀 있는 '로켓배송'과 같은 제품들은 쿠팡에서 관리하는 만큼 MD(Merchandiser·상품기획전문가)가 모를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 외 오픈마켓 형태로 등록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쿠팡이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건을 등록하는 데 최소한의 조건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세페이지와 상품구분, 상품과 썸네일 이미지, 상품정보와 반품정보 등을 입력하면 상품이 등록되는데, 상세페이지에 무엇을 넣든 이미지만 들어가 있으면 등록된다"고 답했다. 이어 "그후 '승인 단계'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다, 올리면 자동 승인완료 처리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쿠팡 측은 <오마이뉴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오픈마켓의 공기총 상품들을 모두 판매 중지 조치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확인 결과, 지금까지 실제로 판매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팡은 고객이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시에 불법 혹은 부적절한 제품의 판매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강력히 제재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고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쿠팡, #공기총, #총기, #오픈마켓, #쿠팡 판매자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