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의 커버 사진 지난 20일 발매한 EP <오드 스필>의 커버 사진

▲ EP의 커버 사진 지난 20일 발매한 EP <오드 스필>의 커버 사진 ⓒ Atom Music Heart

 
"그 노래 힙해?"

2010년대 음악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생각한다. 젊은 층은 힙한 작품을 찾는다. 그 중심에 시티팝이 있다. 많은 사람이 과거 일본과 한국의 AOR 음악을 찾아 듣는다. 언젠가 이 유행은 사라질 거다. 힙스터는 힙한 무엇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이기 때문이다. 신물이 나면 바로 버리기 마련이다. 다음에 무엇이 도래할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점은 록이 설 자리는 적다는 거다. 대중은 록 마니아를 별나거나 거친 사람 정도로 치부한다. 그 누가 융성했던 록이 쇠퇴할 거라 봤을까. 이토록 모든 것은 예상 밖에 있다.

그렇다고 록이 죽었다고 할 수도 없다. 2010년대에도 많은 록 음악인이 작품을 냈다. 그중에서도 밴드 아톰 뮤직 하트(아래 아뮤하)의 성과는 대단하다. 뛰어난 작품을 한 해에 두 개나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공백도 짧았다. 7월에 첫 번째 EP <브라보 빅토르>를, 지난 20일 두 번째 EP <오드 스필>을 발매했다.

아뮤하의 장점은 응집력이다. 다채로운 소리를 밀도 있게 그린다. 밴드는 1집에서 데이비드 보위, 스매싱 펌킨스, 스트록스 등 여러 록 영웅의 영향을 담았다. 2번째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곡 '하프워'에서 비틀스와 퀸의 하모니를 담았다. 공연에서 인트로 연주로 사용하는 '문플라워'는 재즈의 영향을 보여준다.

리드 기타리스트 박준형의 솔로는 키스 자렛을 닮았다. 타이틀 곡 '오드 스필'은 완벽한 시애틀 그런지 록이다. 펄잼을 닮은 소리 위에 보컬리스트 훈조는 에디 버넷과 크리스 코넬처럼 포효한다. 슈퍼세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드러머 신사론, 리듬 기타리스트 홍인성 그리고 베이시스트 최예찬이 소리를 잡아 주었다.   

아뮤하는 이번 작품에서도 치유의 로큰롤을 들려준다. 전작은 리더 훈조의 괴로웠던 마음을 달래는 음악이었다. 이번 작품은 모든 세상 사람을 위로한다. 아뮤하는 대의라는 명분 아래 자유를 말살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여전히 개인은 조직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밴드는 이들을 위로한다. 대표적으로 타이틀 곡 '오드 스필'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담았다.

'마실'은 가장 두드러지는 곡이다. 아뮤하의 다른 곡에서는 록 선배의 영향이 그대로 묻어난다. '마실'은 다르다.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아뮤하의 소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특유의 변화무쌍한 전개는 더욱 발전했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이내 폭발하다 침전한다. 박준형, 홍인성의 공간계 이펙터가 분위기를 몽환적으로 채운다. 최예찬의 베이스 라인은 균형을 잡아준다. 특히 사그라들었다 폭발하는 신사론의 연주가 압권이다. 리더 훈조는 기타 솔로 연주로 전두노래 전체를 지휘한다. 처절하게 아름다운 멜로디다. 어떠한 비극 속에서도 아름다운 가치가 있기를 바라는 훈조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다.

2020년에 아뮤하는 정규 앨범을 내려 한다. 한해 지난다고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여전히 힙스터가 음악을 보는 큰 잣대일 지 모른다. 하지만 트렌드에 상관없이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밴드가 있다. 아뮤하는 더욱 발전한 EP로 증명했다. 훌륭한 정규 앨범을 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다음 작품은 '마실'처럼 아뮤하의 색이 짙기를 바란다. 이제 록 선배의 무덤을 밟고 올라설 때다. 그 무덤 위에서 미래를 상상해보자. 20년 대에 아뮤하는 록 음악계의 이정표가 될 거라고.
아뮤하 인디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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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 관련 글을 씁니다. 맛있는 음식과 술, 좋은 음악과 영화를 지속해서 즐기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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