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갱> 포스터

영화 <갱> 포스터 ⓒ (주)삼백상회

 
*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비트>,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등 학원물이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었다. 멋진 녀석은 언제나 시련을 극복했고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거나 의리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이런 장르의 씨가 말라버린 상태. 영화 <갱>은 가뭄에 단비처럼 학원물과 액션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상영된 <갱>은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을 만나볼 수 있는 학원 장르를 결합한 액션영화다. 감독 조바른은 첫 장편 <진동>으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수상했다. 키치스러운 B급 장르를 표방하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에 있다. 단순한 학원물이나 조폭영화, 갱스터무비와 차별점이라면 주인공은 무조건 학교 싸움짱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런 뚝심을 무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가고 있다.
 
 영화 <갱> 스틸컷

영화 <갱> 스틸컷 ⓒ (주)삼백상회

 
지훈(차지혁 분)은 문제를 일으켜 대훈고에 강제전학 온다. 이 학교는 사고 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말이 학교지 소년원이나 다름없다. 갱생을 위해 보냈지만 교육청도 손을 놓은지 오래, 학교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지하실 파이트 클럽에 모여 룰에 따라 싸움을 시작한다.

교화는 무슨, 선생도 한 패인지 오래다. 선생도 내기 싸움에 빠져있다. 무엇하다 학교라고 할 수 없는 괴상한 형태지만 사내들만의 우정과 패기, 음모가 움튼다.

이러한 아비규환 속에서도 신사다운 규칙은 존재했다. 유일한 규칙은 정정당당하게 한 쪽이 나가떨어질 때까지 싸워 이기는 것이다. 마치 격투기 경기장에 온 듯한 피 튀기는 싸움판이 학교 바로 아래 도사리고 있다. 사실 학교는 교도소와 구조가 같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교인지 교도소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공간이 잘 어울린다.
사실 대훈고는 이미 짱이 가려진 상태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새로운 짱을 뽑기 위한 파이트 클럽이 다시 열리게 된 것. 이에 지훈은 학교 짱이 되고 싶어 파이트 클럽에 자처하게 되고 전설적인 파이터들과 대전을 갖는다.
 
 영화 <갱> 스틸컷

영화 <갱> 스틸컷 ⓒ (주)삼백상회

 
영화 <갱>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항상 주인공 옆에는 말 많은 애가 함께한다. 용식(옥육중 분)은 지훈의 절친이자 한껏 무게감 실린 영화의 재미를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지훈과 용식의 케미는 시너지를 더한다. 빠질 수 없는 라이벌 관계도 존재한다. 귀공자 같은 얼굴을 가진 창식(백재민 분)은 사연있어 보이는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대훈고의 원래 짱, 절대강자 대호(조선기 분)까지 합세한다.

영화는 지훈의 토너먼트 승리로 막바지를 달리고 있을 때쯤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다. 게임의 법칙을 다시 쓰고자 하는 불청객의 등장으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마치 게임하듯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올라간 지훈을 통해 관객은 피비린내 나는 폭력의 대리 경험하게 된다.

영화는 B급 느낌 물씬 풍기는 스타일로 처음부터 앞뒤 가리지 않고 싸움으로 일관한다. 폭력은 서열을 정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때문에 다분히 만화적인 설정과 효과음, 카메라 워크, 대사, 캐릭터까지. 장르적인 느낌을 만끽하고 싶은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신선한 마스크의 신인 배우들로 꽉 채운 화면으로 90분간 쾌감을 선사한다. 차지혁, 조선기, 옥윤중, 백재민, 김대한, 이정현 등 신인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액션으로 거친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주인공 지훈 역의 차지혁은 시원시원한 팔 다리와 시크한 얼굴 속에 감춰둔 소녀 감성이 반전 매력으로 이어진다.
 
 영화 <갱> 스틸컷

영화 <갱> 스틸컷 ⓒ (주)삼백상회

 
영화 <갱>은 고등학생이라는 신분과 학교라는 공간감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액션 영화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펼쳐지는 폭력의 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기존의 관습을 탈피하고, 지금까지 한국 액션영화에서 보지 못한 거친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예상한다.
개봉은 오는 1월 16일이다.
 
조바른 차지혁 조선기 옥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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