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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역사'를 강조했던 한 해였다. 3.1혁명·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열단 창단 100주년이라는 굵직굵직한 기념일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역사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올해도 이제 며칠 뒤면 과거로 저문다.

2019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간에, 올해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되새겨보려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3.1혁명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전시회 <그날을 잇다>이다. 
 
<그날을 잇다> 전시회 포스터
 <그날을 잇다> 전시회 포스터
ⓒ WES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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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홍대 갤러리 카페 '위안'으로 향했다. 지하 1층 전시장으로 내려가보니 백범 김구,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도마 안중근, 몽양 여운형, 도산 안창호, 여천 홍범도, 최운산, 이봉창, 윤봉길, 유관순, 남자현, 김마리아, 김란사, 김상옥 등등 교과서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독립운동가들이 그라피티와 피규어로 재탄생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을 잇다> 전시회장 전경
 <그날을 잇다> 전시회장 전경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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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로 재탄생한 독립운동가들
 피규어로 재탄생한 독립운동가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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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에서 만주 독립군 최운산 장군의 손녀인 최성주 선생을 만났다.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반가운 얼굴로 손짓하기에 가보니 벽면 한 구석에 할아버지 최운산 장군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레오다브 최성욱 작가가 최근 발굴되어 최운산 장군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그라피티로 재탄생시킨 작품인데,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녀의 뒷모습이 애틋했다.
 
할아버지 최운산 장군을 묘사한 작품을 바라보는 손녀 최성주 선생
 할아버지 최운산 장군을 묘사한 작품을 바라보는 손녀 최성주 선생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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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좀 어두워서 잘 안 보이네…"

손녀는 조금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렇게 어둡게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작가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최운산 장군이 어둠 속에서 나와 재조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러 어둡게 만들었다고 한다.

윤봉길 의사의 그라피티를 장식한 배경지는 책장을 뜯어 만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이완용, 김활란, 윤치호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사진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윤봉길과 이완용. 애국과 매국으로 대조되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완용과 김활란, 윤치호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사진 위에 그려진 윤봉길 의사 그라피티
 이완용과 김활란, 윤치호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사진 위에 그려진 윤봉길 의사 그라피티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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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스타트업 위세임(WESAME)의 김은총 대표를 비롯하여, 작품을 출품한 레오다브 최성욱, 반골 황은관, 김수빈 작가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만든 작품에는 하나같이 혼이 깃들어 있다.
 
그라피티로 재탄생한 독립운동가들
 그라피티로 재탄생한 독립운동가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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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청춘이 청춘을 만나다

젊음의 거리 홍대 한복판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뜨거운 일이다. 오프닝 행사가 있던 날은 하필 또 '불금'이었다. 가뜩이나 사람 많은 홍대가 인파로 바글바글했다. 젊은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노래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고 한다. 그리고 100년 전 이 땅을 살아갔던 청춘들에게도 조국은 헬조선이었다. 지금의 청춘들이 취업난과 경제난에 허덕이며 미래를 고민할 때, 그들은 일제에 의해 자유와 평등이 억압된 현실 속에서 자신과 조국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청춘을 내던진 이들을, 오늘의 우리는 '독립운동가'라 부른다.
 
1:1000의 전설, 쌍권총의 사나이 김상옥 의사 피규어
 1:1000의 전설, 쌍권총의 사나이 김상옥 의사 피규어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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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시회가 열리는 홍대라는 장소가 더 특별한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그때의 청춘들과 오늘날의 청춘들이 마주한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누구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2030 젊은 세대들이 전시회장에 걸음하기를 바란다. 헬조선의 현실에서 고통받는 청춘들이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보면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고민해보기를 바라며.

덧붙이는 글 | ※ 전시기간

12월 29일 (일) 오전 11시 반 ~ 저녁 6시
12월 30일 (월) 오전 11시 반 ~ 저녁 6시

※ 전시장: 카페 위안 (서울 마포구 양화로16길 14-16)
※ 입장료: 무료
※ 문의: 010-8233-6543


태그:#그날을잇다, #전시회, #독립운동가, #임시정부, #그라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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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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